그 어느 해보다 파란만장했다. 인터넷 이야기다. 모바일로 빠른 전환은 인터넷 생태계를 단숨에 뒤흔들었다. 기회를 읽지 못한 기업은 한 순간에 도태됐다. 어떤 기업이 보다 편안한 모바일 사용자 환경을 불러오느냐에 운명이 갈렸다. 누군간 대박을 쳤고, 누군간 쪽박을 찼다. 지난 1년 모바일 생태계를 둘러보는 것은 내년을 위한 기본 준비다. 지디넷코리아는 올 한 해 어떤 인터넷 이슈가 있었는지를 포털, 콘텐츠, SNS, 온라인 쇼핑, 뉴스 및 콘텐츠 등 분야별로 살폈다.[편집자주]
[연말기획-3]위험과 기회 사이 토종SNS…내년엔?
[연말기획-4]모바일 없인 유통 미래도 없다
[연말기획-5]2013 인터넷, 부끄러운 대한민국 자화상
샴페인을 터트리고 자축했다. 이른 감이 있지만 잘한 건 잘한 거니까. 국민 모바일 메신저 앱 '카카오톡'은 가입자 1억3천만명, 네이버 '라인'은 3억명을 돌파했다. 카톡은 한국, 라인은 일본을 안방으로 삼았다.
카톡과 라인이 낳은 성과는 압축하면 두 가지다. 하나는 기존에 없던 시장을 만들어 냈다는 것, 그리고 우물 안 개구리를 넘어 해외 시장 개척에서 일부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점이다.
없던 시장을 만든 것은 카톡이다. 카카오가 전인미답의 길을 걸은 것은 아니다. 이전에도 유사한 모바일 메신저는 있었다. 그러나 스마트폰의 보급에 때를 맞춰 적절하게 대응했다는 점은 평가를 받을만 하다.
엄밀히 말하자면 라인은 토종이라 부르긴 어렵다. 일본에 본사를 뒀다. 그러나 라인 일본 법인은 100% 한국 네이버가 투자했다. 한국 색을 벗은 한국 메신저 '라인'은 일본과 동남아, 유럽, 남미 등지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면서 이용자수 3억명을 훌쩍 넘겼다.
■문자 메시지를 넘어 플랫폼으로
올해 카카오와 라인에 쏟아진 찬사는 뜨겁다. 수많은 언론 보도가 국내외서 쏟아졌다. 하드웨어가 아닌 국내 IT 서비스가 세계서 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했다. 카카오와 라인이 내놓은 각종 수치들은 그 자체로 하나의 기록이다.
그러나 쓴 맛을 본 SNS도 있다. 전 국민 1촌시대를 열었던 싸이월드는 실적 부진으로 SK커뮤니케이션즈와 분사를 앞뒀다. 다시 한 번 카카오와 라인이 얼마나 성장했는지 그 공을 돌아보기 전에 싸이월드가 왜 분사의 아픔을 겪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우선이다.
따져보면 싸이월드와 카카오, 라인은 전혀 다른 서비스다. 싸이월드는 친구들간 1촌을 맺고 일상을 공유하는 SNS 성격이 강하다. 그러나 카카오, 라인은 문자 메시지를 중심으로 플랫폼을 확장한 SMS에 가깝다.
그럼에도 비교적 싸이월드와 유사한 성격의 페이스북은 성공했다. 지인과 관계 맺기를 중심으로 한 폐쇄형 SNS 지만, 친구끼리 비밀 얘기를 주고 받을 수 있는 메신저 기능을 도입해 문자 메시지 시장서도 잠룡으로 평가 받는다.
업계가 보는 싸이월드의 패인은 세가지다. 모바일에 발맞춰 대응하지 못했고, 의사 결정이 느렸으며 플랫폼으로 진입이 더뎠다. 이 세 가지는 다른 듯 같은 이야기다. 대기업에 갇힌 벤처의 운명이다.
싸이월드도 내부에선 갈등이 많았던 것으로 알려진다. SK텔레콤의 통신 서비스와 포털 네이트, SNS 싸이월드는 시너지를 낼 수도 있지만 반대로 서로 눈치를 봐야 하는 사업 영역도 많았다.
예컨대 같은 회사 식구라는 이유로, 다른 포털이나 SNS와 제휴에 제약이 있을 수 있다. 싸이월드에 메신저 기능을 덧붙이려 해도 텔레콤의 문자 수익을 갉아 먹을 수 있다는 내부 우려가 컸을 것이다. 집안 싸움에 적절한 투자가 못 이뤄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때문에 싸이월드 분사는 해결책이 될 수도 있다.
지속되는 인수 매각설 사이에서 카카오가 몸집을 불리지 않고, 네이버가 라인을 별도 조직으로 움직이는 이유도 우선은 여기에 있다. 어느 정도 성과를 거뒀다 하더라도, 세계 시장을 고민하면 아직은 시작이다. 조금 더 기민한 의사 결정과 빠른 판단이 IT 기업의 생존을 좌우한다.
■내년이 기대되는 토종 SNS들
내년엔 토종 모바일 메신저들이 진검 승부해야할 시기다. 세계서 통하느냐 아니냐, 기회와 위기를 동시에 맞게 되는 해다. 마침, 아직까지 모바일 메신저 시장은 확고한 패자가 없다. 미국 왓츠앱은 음성 통화 중심이며 위챗은 아직 위력이 중국에 머무른다.
라인과 카카오는 자산이 많다. 라인은 네이버의 콘텐츠를 결합, 여러 언어권에 특화할 핵심 자산으로 활용할 수 있다. 카카오 역시 이용자 기반 플랫폼을 만든 저력이 있다. 현지화를 철저히 한다면 거액의 마케팅 비용 경쟁을 우회할 활로를 찾을 가능성이 있다.
모바일 메신저가 지금 가장 주목할 시장이라면, 약간 방향을 틀어 틈새 시장을 노리는 SNS들도 있다. 지난 가을부터 심심찮게 언론 보도를 탄 다음 쏠 브랜드 쏠메일·쏠캘린더와 SK컴즈 싸이메라다.
먼저 다음 쏠 메일. 다계정 매일 앱으로 다음 메일 앱은 물론 네이버 메일, 지메일 등을 모두 하나로 모아 볼 수 있다. 쏠캘린더는 쏠메일과 연동해 쓸 수 있는 달력앱인데, 해외서 가장 아름다운 디자인의 안드로이드 앱 중 하나로 꼽혔다. 국내보단 해외 이용자가 더 많다는 점도 눈에 띈다.
SK컴즈 싸이메라는 벌써 글로벌 다운로드 3천만을 넘어섰다. 어느 정도 이용자 기반을 닦았다는 평가다. SK컴즈는 싸이메라 역시 분사한다는 계획이다. 물론 출자는 SK컴즈가 한다. 미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SNS로 육성시키겠단 계획이다. 빠른 의사결정과 현지 적응을 위해 분사를 내부 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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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 시대, 글로벌 SNS들도 국내 시장서 활로를 모색한다. 구글, 페이스북 등은 어느정도 국내 사업에 감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PC 웹에서 모바일로 전환하면서 움직임의 속도가 빠르다. 국내 이용자들도 더 이상 구글이나 페이스북을 낯설어 하지 않는다.
제조업으로 치자면, 관세는 이미 철폐됐다. 해외 사업자들도 국내서 선전하고, 토종 SNS들도 해외서 먹힐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했다. 내년 진검 승부에서 이기는 자, 세계 SNS 시장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게 된다. 왕관을 쓰려는 자, 내년엔 고도의 전략과 아이디어, 마케팅으로 그 무게를 견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