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단체-제조사, 수시로 나오는 잡음…왜?

일반입력 :2013/12/19 11:19

이재운 기자

“A테스트 결과에서는 이 제품이 좋다고 하고, B에서는 저 제품이 좋고 이 제품이 나쁘다고 하는데,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 지 모르겠다”며 “실험 방식이 제각각인데 어떻게 모든 테스트를 만족시킬 수 있겠는가.”(제조사 관계자)

제조사들이 제품에 표시된 성능이나 국내 인증 기준을 맞추지 못한데 대한 지적일 뿐이다. 다른 의도는 없다. 문가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실험 환경을 마련한다.(소비자단체 관계자)

가전분야 성수기 때마다 들리는 업체와 소비자 단체의 각기 다른 항변이다. 소비자단체들은 비정기적으로 가전업체 줄 세우기를 한다. 별점 평가, 순위 매기기를 통해 각 제조사의 제품을 평가한다. 소비자들에게 구매의 기준을 제공하기 위함이다.

소비자단체들의 테스트 결과 후에는 제조사들의 반발이 이어진다. 주로 평가가 낮게 나온 경우다. 반발은 이제 거의 의례적인 일이 됐다. 제조사들이야 생존이 걸린 문제이니 강력 반발을 할 수밖에 없겠지만 소비자들은 누구의 말을 신뢰해야 하는지 혼란만 가중된다.

지난달이었다. 소비자시민모임(이하 소시모)은 에어워셔의 공기청정 기능이 기대보다 못한 수준이라는 내용을 발표했다. 흔히 생각하는 공기청정기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는 내용이다. 위니아만도 등 관련 업계는 크게 반발했다.

최근 로봇청소기 성능 평가 결과 발표 직후에도 비슷한 상황이 이어졌다. 로봇청소기 관련 업체들은 “업계를 통째로 죽이는 행위”라고 주장하며 적극 대응에 나섰다. 중소기업진흥공단이 조사와 발표 과정에 함께 참여했지만 업체들은 “중소업체 죽이기냐”라고 주장하며 맞섰다.

에어워셔, 로봇청소기에 대한 성능 시험 평가뿐 아니라 앞서 침구청소기 등 다른 가전 제품에 대해 이뤄진 소비자단체의 발표에 대해서도 업체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소비자단체와 업체 간의 논쟁도 흔하다.

양 측 갈등의 1차 원인은 것은 실험 방식과 조건에 대한 견해 차이에서 발생한다. 업체들은 실험 방식이 실제 사용 환경과 다르다고 주장한다. 특히 시험기관마다 다른 결과가 나오는 것에 대한 불만이 크다. 반면 소비자단체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모아 공정하고 객관적인 기준에 의거해 시험, 평가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에어워셔의 경우 소비자단체 측은 가정 내 방 안에서 사용하는 환경을 가정하고 실내 미세먼지농도를 측정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한정된 공간 안에서 일정 시간이 지난 후 먼지 여과 정도를 측정한 것인데 이에 대해 위니아만도 측은 ‘공기 청정 방식이 아예 다른데 이를 무시한 처사’라고 지적했다.

위니아만도 관계자는 “에어워셔는 공기청정기 분야 분류에서 ‘습식 공기청정기’로 분류된다”며 “에어워셔의 경우 습도의 증가를 가져오고, 습도가 증가하면 대기 중 미세먼지 농도를 측정하는 계측기가 수분을 먼지로 인식하게 되는 문제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따라서 이 같은 시험환경은 방식의 차이를 고려하지 않은 채 이뤄져 오차가 크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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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단체, 제조사 간의 갈등은 실험 기관마다 결과가 다른 점도 원인이다. 로봇청소기 업계에서는 마미로봇이 앞장서 억울함을 토로했다. 이 업체는 독일 등 해외 기관에서는 우수 평가를 받았던 제품이 국내 실험에서는 기준 미달로 판정된 것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이번달 독일 내 인증기관인 ‘하임워커테스트’에서 별 5개의 최고 평점을 받은 제품이 국내에서는 기준치를 채우지 못한 것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항변한다.

결국 소비자단체의 실험 결과나 인증 기관들의 평가에 지나치게 연연하기 보다, 소비자 본인들이 자신에게 맞는 제품을 구매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기철 마미로봇 홍보부 실장은 70~80만원대 대기업 제품과 가격경쟁력을 생각한 20~30만원대 중소기업 제품을 대기업에 유리한 조건으로 시험한 결과는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소비자들의 합리적인 판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