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모직, 삼성 OLED 수직계열 중추되나

패션 사업 에버랜드에 넘기고 전자 소재에 집중

일반입력 :2013/12/01 14:44    수정: 2013/12/02 09:20

정현정 기자

제일모직이 패션사업 양도와 함께 전자재료사업(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에 집중키로 하면서 삼성그룹 내부의 핵심적인 전자소재공급업체로서 역할이 강화될 전망이다. 특히 본격 육성에 나서고 있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사업은 내년 이후 대형 OLED 시장 본격 개화와 함께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은 삼성코닝어드밴스드글라스(유리기판)-제일모직(핵심소재)-패널(삼성디스플레이)-삼성전자(완제품)로 이어지는 수직계열화를 완성하면서 차세대 디스플레이 시장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제일모직은 1일자로 패션사업부문 자산과 인력 등을 계열사인 삼성에버랜드에 완전히 양도했다. 이 회사는 이미 지난 3분기 매출에서 케미칼(44.9%), 전자소재(26.3%)를 합친 소재 부문의 비중은 70%를 넘어섰다. 특히 OLED 시장이 본격적으로 성장하면서 강력한 캡티브마켓(계열사 간 내부 시장)을 가지고 소재 국산화 여지가 많은 소재사업 매출과 점유율이 크게 높아질 전망이다.

제일모직은 지난 2009년부터 OLED 소재 개발에 착수한 이후 꾸준히 이 분야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2007년에는 편광필름 업체 에이스디지텍을 인수하면서 이 분야에 뛰어들었고 2011년 3월에는 200억원을 투자해 구미 전자재료생산단지에 OLED 소재 공장을 세우기도 했다.

OLED 사업 분야에서는 올해 첫 성과를 냈다. 제일모직은 지난 4월부터 독자 기술로 OLED 공통층 핵심 소재인 전자수송층(ETL) 양산을 시작하고 삼성전자 스마트폰 ‘갤럭시S4’와 ‘갤럭시노트3’용으로 이를 공급하고 있다.

지난 9월에는 OLED 소재 원천 기술을 보유한 독일의 노발레드(Novaled)를 1천731억원에 인수하면서 경쟁력을 강화하는 전기를 마련하기도 했다. 특히 노발레드는 OLED 공통층 소재의 성능을 개선하고 적층수를 줄여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는 첨가제(Dopant)에서 독보적인 기술을 가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노발레드 인수로 제일모직 OLED 소재 사업 매출이 1천억원대로 늘어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와 함께 정공수송층(HTL), 그린인광, 격벽재료(PDL) 등 수 년간 개발해온 OLED 소재들의 시장진입도 가시권에 들어와 있다. 내년부터 유니버셜디스플레이코퍼레이션(UDC), 덕산하이메탈, 니토덴코, 도레이첨단소재 등 기존 협력사들을 제치고 제일모직이 주요 공급사 자리를 꿰찰 것으로 보인다.

공통층 외에 발광층(EML)에서 가장 사용량이 많은 그린 인광 소재의 경우에도 차세대 제품에서 제일모직 제품이 채택될 가능성이 높다. RGB 서브픽셀을 구분해주는 격벽 소재인 PDL 절연막 역시 일본 업체를 제치고 내년부터는 제일모직이 그 자리를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또 현재 제일모직이 독점 공급하는 플렉서블 OLED용 핵심 소재인 박막봉지 재료 역시 앞으로 플렉서블 디스플레이 시장 활성화에 따라 성장잠재력이 큰 분야다. 제일모직은 OLED용 편광필름의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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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기 키움증권 연구원은 “2004년부터 2013년까지 매출액은 연평균 30%, 영업이익은 연평균 28% 증가해왔다”면서 “내년에는 인광 그린, 첨가제, 플렉서블 TFE 박막봉지 소재, PDL 등이 가세하면서 OLED 소재 매출액은 올해 176억원에서 2014년 1천39억원, 2015년 3천187억원으로 급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제일모직 관계자는 “노발레드가 OLED 소재 분야에서 높은 경쟁력을 가진 만큼 이를 바탕으로 공급 품목이 HTL 등 다른 영역으로 확대될 여지가 있다”면서 “납품처나 생산설비 투자에 대한 검토가 끝난 후 최우선적으로 양산화 작업에 돌입하고 향후 OLED 소재군을 다변화하는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