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집줄인 SK컴즈, SK플래닛과 합병?

네이트에 집중…다음과 검색 분야 제휴 가능성도

일반입력 :2013/12/01 14:44    수정: 2013/12/02 07:53

남혜현 기자

SK커뮤니케이션즈(이하 SK컴즈)가 장고(長考)에 들어갔다. 임원들의 사표를 받아놓고 조직개편을 구상 중이다. 싸이월드와 싸이메라를 덜어내고 네이트에 집중하는 카드를 조심스레 꺼내 들었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 회사가 SK플래닛과 합병하고, 네이트 활성화를 위해 다음커뮤니케이션과의 검색 제휴 가능성을 열어 두고 있다.

3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SK컴즈는 싸이월드를 분사하고 네이트-네이트온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조직개편과 함께 내달 1일부터 2주간 희망퇴직을 위한 직원 면담을 실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최종 개편안의 윤곽은 내달 중순경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SK컴즈의 몸집 줄이기는 궁극적으로 SK플래닛과 합병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인 SK플래닛은 증손자 회사인 SK컴즈 지분을 오는 2015년까지 모두 사들이거나 매각해야 한다. SK컴즈가 뚜렷한 실적 호전을 보이지 못한 상황에서 매각보단 합병 시나리오가 설득력 있다는 것이 업계 전망이다.

네이트, '다음'과 전략적 제휴 점쳐

싸이월드 분사가 확정되면 당분간 SK컴즈의 먹거리는 포털 네이트와 인터넷메신저 네이트온이다. 그러나 네이트가 처한 환경은 험하다. 현재 네이트의 검색 점유율은 1.4% 수준. 그간 싸이월드와 연계해 네이트를 찾은 사람이 많다는 것을 감안하면 이마저도 지키기 어려운 상황이 올 수 있다.

업계에 따르면 SK컴즈는 네이트 경쟁력 강화 카드로 외부사업자와 전략적 제휴를 선택했다. 가장 유력한 파트너 후보는 다음 커뮤니케이션즈다. 이미 간부급에선 제휴 논의가 오고가는 것으로 확인됐다. 다음이 현재 네이트에 검색광고 대행 서비스를 하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 볼 부분이다.

SK컴즈는 다음의 일부 검색 데이터를 가져와 이용자들에 사용자경험(UX) 개선을 꾀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시점에서 SK컴즈 수익의 70% 가량이 네이트 검색 광고에서 나온다는 것을 감안하면 실적 정상화를 위한 전략으로 풀이될 수 있다.

다만, 포털의 핵심이 검색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네이트가 외부 데이터를 활용하는 것은 장기적 경쟁력에는 독이 될 수 있단 분석도 나온다.

SK컴즈가 검색 대신 다른 콘텐츠를 네이트의 핵심 가치로 부각시킬 가능성도 있다. 미국 야후가 하나의 사례다. 검색 경쟁력에서 구글에 밀린 야후는 최근 미디어 기업으로 전환을 시도 중이다. 직접 뉴스를 생산하고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를 확충해 이용자를 확보하겠단 전략이다.

네이트도 뉴스 콘텐츠를 강화하거나 스포츠 같은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를 확충할 가능성이 있다. 인기 스포츠 리그를 독점 중계하는 것도 방안이다. 그간 이용자들에 인기를 모았던 '톡'이나 '판'같은 커뮤니티성 카테고리도 네이트가 가진 자산 중 일부다.

■싸이월드는 분사, 싸이메라는 투자

분사 대상이 되는 서비스는 싸이월드와 싸이메라다. 정확히 말하자면 싸이월드는 지주회사 형태(EBO)를 통한 벤처로 전환될 예정이다. 적자가 나는 사업부를 종업원이 인수하는 형태로 계열사를 분리하겠단 것이다.

SK컴즈는 아직까지 싸이월드의 분사를 공식화하진 않았다. 이날 SK컴즈는 공시를 통해 싸이월드 등 콘텐츠 사업부 분할 관련해 검토중에 있으나 현재까지 결정된 사항은 없다라고 밝혔다. 다만 이 회사가 밝힌 '재창업 수준의 파괴적 변화'에 싸이월드 분사가 최우선 고려대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종업원 지주회사로 분리된 싸이월드는 대기업에서 떨어져나온 벤처로서 자생력을 시험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벤처로 시작했던 싸이월드가 다시 벤처로 돌아오게 된 셈이다. 분사를 통해 덩치를 줄인 싸이월드의 첫 임무는 이탈한 가입자 재확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싸이메라는 합작 투자의 형태로 분리될 가능성이 크다. SK컴즈가 싸이메라를 포기하기엔 이 앱이 가진 가능성이 크다. 앞서 SK컴즈는 싸이메라 글로벌 누적 다운로드 수가 4천만건을 넘었다고 밝혔다. 모바일 시장이 SNS로 재편되고 있는 상황에서 싸이메라는 현재 SK컴즈에 가장 가능성 있는 자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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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컴즈는 외부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수혈받아 싸이메라를 글로벌 SNS로 경쟁력을 만들겠단 전략이다. 아직까지 '촬영-보정' 기능을 갖춘 카메라 앱이지만, 여기에 소셜네트워킹 기능을 추가해 연내 SNS로 새단장할 예정이다.

페이스북, 트위터, 스냅챗 등 최근 글로벌 SNS 시장서 선전하는 기업들이 소규모 벤처로 시작했다는 점을 감안한 것으로 파악된다. 몸집을 줄여 시장 흐름을 타겠단 전략이다. 네이버에서 분사해 전세계 3억명 가입자를 모은 라인처럼 싸이메라가 성장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