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트로 카메라 니콘 Df “응답하라1980”

일반입력 :2013/11/25 16:29    수정: 2013/11/25 18:01

봉성창

니콘의 역사는 거의 카메라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니콘이 복고풍 스타일의 디지털 카메라를 내놓는 것은 그리 놀라울 일도 아니다. 이미 많은 카메라 업체들이 이러한 형태의 카메라를 출시했고 상당히 좋은 반응을 얻었다. 그런 점에서 오히려 다소 늦은 감도 없지 않다.

니콘은 이러한 카메라 애호가들의 기대에서 한 발 더 나아갔다. 단순히 디자인만 복고풍이 아니라 진짜 그 시대의 감성을 담겠다고 작심한 흔적이 역력하다. 피사체에 반사된 빛이 카메라 렌즈를 파고들어 셔터막을 지나 필름에 닿는 그 일련의 과정은 비록 예전과 다르지만, 그것을 다루는 사람의 느낌 만큼은 그대로 재현하겠다는 철학이 잘 드러나있다.

니콘 Df는 한마디로 니콘 풀프레임 규격인 FX를 비롯해 최신 DSLR의 성능을 그대로 이어받으면서도 마치 옷장속에서 꺼낸 클래식한 느낌을 추구한 기술 너머의 감성 카메라다.

“어렸을 적 아버지가 오랫동안 애지중지하던 수동카메라를 처음 물려받았을 때의 그 설레는 추억”

이를 가로막는 것은 오로지 300만원이 훌쩍 넘는 비싼 가격 뿐이다.

■디자인

니콘 Df의 디자인은 과거 수동 카메라를 그대로 본땄다. 은색과 검정 두 모델이 있으며 은색이 좀 더 클래식한 분위기가 난다. 니콘 Df 탄생의 모태는 1980년 처음 출시돼 스테디셀러 반열에 오른 F3이다. 이와 비교하면 세로 길이가 약간 더 길다. 굳이 옥의 티를 찾으라면 우측 하단의 FX 포맷 마크가 금색으로 처리된 부분이다. FX 규격을 강조하기 위함이지만 마치 흑백사진에서 혼자만 튀는 원색같은 느낌이다.

니콘 Df는 전면에서 보는 것보다 상단에서 내려볼때 그 매력을 좀 더 잘 드러난다. 빡빡하게 2중, 3중으로 구성된 다이얼이 그것이다. 왼쪽에는 노출 보정과 ISO 값을 조정할 수 있는 다이얼이, 오른쪽에는 셔터스피드와 연사 여부, 촬영 모드 등을 선택할 수 있는 다이얼이 있다. 이밖에도 오른쪽 검지와 엄지로 조작할 수 있는 다이얼이 두 개 더 배치돼 있다.

이러한 수많은 다이얼은 단순히 옛스러운 느낌을 선사하는 것을 넘어 실제로도 사진 찍기에 대단히 편리하다.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뷰파인더에서 눈을 떼지 않고도 다양한 조작이 가능해진다. 게다가 예전 카메라들은 대부분 이러한 식으로 조작됐다. 충분히 검증 받은 조작법이라는 의미다. 그러다가 디지털 카메라로 넘어오면서 이러한 다이얼들은 프로그램 속으로 모두 숨었다.

무게는 그리 가볍지 않다. 물론 니콘의 FX 포맷 DSLR 중 가장 가볍고 작은 크기를 자랑하지만 장시간 휴대하면서 부담없이 사진을 찍을 정도는 아니다. 세로그립까지 장착하면 더욱 그럴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거의 모든 부위에 마그네슘 합금을 사용해 무게를 최소화한 설계는 칭찬받을만 하다. 게다가 각 접합부에는 D800과 동등한 수준의 방진 및 방적 기능까지 갖췄다.

■기능 및 가격

카메라 애호가들에게 니콘 Df가 주는 가장 큰 기능적인 장점은 1977년 이전에 나온 비 AI 렌즈를 별도의 액세서리 없이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셔터에 유선 릴리즈를 장착할 수 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니콘 Df의 전반적인 성능은 같은 회사의 D610을 기본으로 한다. 반면 가격은 D800과 비슷하다. 사실 D800이 나온지 좀 된 제품이라서 실제 시중 판매가격은 D800이 더 저렴할 것으로 보인다. 니콘 Df의 가격은 바디 기준 328만원이며 렌즈가 포함된 가격은 358만원이다. 반면 D800은 시중에서 평균 200만원 중후반대 가격을 형성하고 있다.

화상처리엔진이 최신 EXPEED4가 아닌 니콘의 플래그십 제품 D4에 채용된 EXPEED3을 사용한 점도 눈길을 끈다. 덕분에 화소수도 1620만 화소로 D800의 3천630만화소의 절반에도 못미친다. 단점은 단점인데 무조건 단점으로 보기는 어렵다. 화소수가 적은 사진을 크게 사용하기에는 단점이 있지만 반면 빛이 적은 상황에서는 개별 화소가 커져 더 유리하기 때문이다.

덕분에 확장 ISO가 무려 20만4800까지 달한다. 물론 상당한 노이즈가 발생하지만 지원하는 것과 하지 않는 것은 전문가들에게 큰 차이다.

가격대 성능비를 생각하면 D610이나 혹은 D800으로 가는것이 맞다. 물론 니콘 Df는 그것을 상쇄하고도 남을만한 디자인을 가지고 있다. 선택은 소비자의 몫이다.

니콘 Df에서 기능적으로 아쉬운 세 가지는 동영상 촬영을 아예 지원하지 않는다는 점과 와이파이를 내장하지 않았다는 점, 그리고 CF카드를 지원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동영상은 일부러 뺀 느낌이 강하고 와이파이는 별도 액세서리를 사야 한다. 제품의 방향성을 감안할 때 동영상을 뺀 것은 사진 촬영 그 본연에 충실하라는 일종의 고집으로 해석된다. 와이파이는 써보지 않으면 그 편리함을 모른다. 특히 현장 전문가들에게는 필수 기능이다.

CF카드를 지원하지 않는 점은 니콘 Df를 전문가들이 주력기로 사용하기 망설여지게 하는 가장 큰 요인이다. SD카드에 비해 CF카드는 더 빠른 읽기/쓰기 속도와 넓은 저장공간을 제공한다. RAW 파일을 자주 찍는 사람이라면 CF카드를 더욱하는 이유다. 단, 일반인들은 범용성이 높은 SD카드가 훨씬 편리하다.

■결론

카메라에는 두 가지 즐거움이 있다. 하나는 찍는 즐거움이고 다른 하나는 찍힌 사진을 보는 즐거움이다. 디지털 카메라는 이 두 가지가 너무나 쉽다. 게다가 추가 비용도 거의 들지 않는다. 디지털 카메라가 필름 카메라를 몰아낸 것은 바로 이 지점에서 시작됐다.

필름 카메라 시절에는 모든 것이 불편했다. 수천원을 주고 산 필름 한 통으로 많아야 20~30 장의 사진을 얻을 수 있었기 때문에 신중하게 셔터를 눌러야 했다. 뷰파인더를 보지 않고 찍는 셀카 따위는 상상하기 어려웠다. 그렇게 사진이 든 필름을 빛이 들어가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빼내 사진 현상을 맡기면 2~3일 후에나 찾는다. 단체 사진이라면 사람 수의 맞게 색연필로 표시를 하고 2차 인화 의뢰를 해야하는 수고스러움도 따른다. 그렇게 얻은 사진을 앨범에 곱게 보관하고 추억이 그리울 때 마다 다시 꺼내 본다.

디지털 카메라 시대에는 이러한 모든 과정이 생략된다. 아무렇게나 사진을 찍은 다음, 액정 화면을 보고 마음에 드는 것만 남기고 모조리 지워버린다. 마음에 드는 사진도 왠만하면 출력하지 않고 컴퓨터 모니터로 보고 만족한다. 모처럼 가족 행사에 카메라를 가져나가면 몇 일 후 어른들로부터 왜 사진을 왜 찾지 않느냐는 성화를 적잖게 듣는다.

사진에는 단순히 피사체 뿐 아니라 촬영자의 경험까지도 함께 기록된다. 만족스러운 사진 한 장을 얻기 위해 주변의 빛을 측정하고 피사체에 움직임을 파악하는 그 일련의 과정이 사진 한장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그런 의미에서 니콘 Df는 확실히 탐나는 카메라다. 성능의 우열 따위는 접어둬도 좋다. 수많은 수동식 다이얼로 찍는 즐거움이 나는 카메라다. 게다가 복고풍 혹은 레트로 디자인을 표방한 카메라 중 기능과 디자인 측면에서 옛 느낌을 현대적으로 가장 잘 해석해냈다.

특히 니콘은 자사 제품의 장점만을 쏙쏙 뽑아 Df에 접목했다. 최신 중급기인 D610을 기본으로 D4의 화상처리엔진과 D800의 방진, 방적 기능을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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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여기에 돈 이야기가 끼어들면 위치가 다소 애매해진다. 전문가들의 주력 카메라로 쓰기에는 약간 모자르고 서브 카메라로 쓰기에는 비쌀 뿐더러 무게도 부담스럽다. 준프로 혹은 아마추어들이 쓰기에는 같은 가격에 다른 대안이 널렸다. 일반인들이 큰 맘먹고 사기에는 정말 많이 큰 맘을 먹어야 한다.

크기를 줄이고 사진 촬영에 좀 더 집중할 수 있도록 동영상 촬영 기능을 제외한 것은 두고 볼 선택이다. 사진에 대한 철학은 동의하지만 요즘 워낙 DSLR로 영화같은 작품을 찍어내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에서 분명 약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