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뜰폰과 넥서스5 결합이 불러올 나비효과

전문가 칼럼입력 :2013/11/20 11:48    수정: 2013/11/20 11:51

박종일
박종일

구글의 새 레퍼런스폰인 넥서스5 출시를 앞두고 업계에서는 새로운 이슈가 떠올랐다. 알뜰폰(MVNO) 사업자인 CJ헬로비전이 SK텔레콤, KT와 함께 넥서스5 출시를 발표한 것이다. 대부분의 미디어가 3개 통신사(SKT, KT, CJ헬로비전) 출고가, 할부원금, 요금제, 부가혜택을 다루었기에 이번 칼럼에서는 통신 업계에 미칠 영향을 좀 더 자세히 설명해 보고자 한다.

3대 통신사와 알뜰폰

알뜰폰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한국 이동통신 산업의 역사를 간단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알뜰폰으로 나올 넥서스5가 시장에 미칠 영향력을 정확히 이해하기 위한 설명인 만큼 다소 지루하더라도 독자 분들의 이해를 부탁 드린다.

한국 이동통신 산업은 1984년 한국이동통신서비스주식회사(SK텔레콤 전신)로 시작되었고 이후 신세기통신과 PCS 3사 참여의 참여속에 본격적인 중흥기를 맞이했다. 5개 사업자간 경쟁은 IMT-2000 사업자 선정을 앞두고 SK텔레콤의 신세기통신 인수, KT그룹의 한솔텔레콤 인수로 2000년대 초반 SK텔레콤, KT, LG 3개 사업자 구조로 재편됐고,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통신 3사 체계는 한정된 자원의 효율적인 집행이라는 장점도 있었으나, 유통과 요금제 등의 측면에서는 완전 경쟁 체계가 아닌, 독과점 체계라는 비판을 받게 되었다.

막대한 자본이 투입되는 네트워크 사업의 특성상 3개 통신사 외의 신규 사업자를 유치하는 것은 자칫 사업이 실패했을 경우, 투자한 사업자 뿐만 아니라 정부 정책 부서의 책임 또한 자유롭지 못한만큼 통신 3사가 틀어쥔 독과점 체계는 10년을 넘게 유지되고 있다.

이런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나온 정책은 크게 세 가지로 볼 수 있다. 첫 번째는 제4 이동통신 설립 유도였다. 그러나 제 4 이동톹신 설립 문제는 수 년 간 제자리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두 번째는 단말 유통과 서비스의 분리인데, 블랙리스트 제도 도입 이후 최근에는 ‘단말기 유통 구조 개선법’이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을 정도로 진척되었다.

마지막은 MVNO(알뜰폰) 활성화다. 현재 28개 MVNO 사업자가 200만 명이 넘는 가입자를 모집했고, 가입자수는 계속 늘고 있다.

이처럼, 알뜰폰 활성화는 단순히 저렴한 요금을 보급하기 위한 것을 넘어서 고착화 된 이동통신 경쟁 체계를 구조적으로 바꾸기 위한 정부의 노력이 뒷받침 하고 있다.

다만 알뜰폰 사업자의 한정된 기업 크기 때문에 통신3사에 비해 전략 단말기 공급이 원할하지 못했고, 그러다보니 가입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는 악순환에 빠지기도 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알뜰폰 사업자들은 단말 공급 공동 조달을 위한 협의회도 구성하는 등의 자구책도 마련하였지만 아직은 시작 단계다.

이런 와중에 등장한 CJ헬로비전의 넥서스5 공급은 또 다른 의미를 가진다.

CJ헬로비전이 SK텔레콤, KT와 정면 승부를 택하다

CJ헬로비전은 KT 망을 이용하는 알뜰폰 사업자이다. 주요 핵심 사업은 케이블통신 및 케이블TV를 공급하는 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였으나, 시장 성장이 정체되고 3대 통신사가 내놓은 유무선 결합 상품의 출현에 위기를 느껴 결국 이동통신 서비스에 나섰다.

CJ헬로비전은 유선사업 기반 위에 CJ그룹가 가진 유통망과 콘텐츠들의 도움을 받으며 일약 알뜰폰 시장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회사로 올라서게 된다. 그러나 CJ헬로비전이 풀어야 할 문제는 생각보다 많았을 것이다. 한정된 유통망, 높은 도매 대가로 인한 요금 차별화의 어려움 등과 함께 신규 전략 단말기 공급이 원활하지 못했던 것이 대표적이다.

한국 이동통신 고객들은 최신 고가 스마트폰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하지만, 알뜰폰 사업자로선 최신 단말 라인업을 갖추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다. 단말제조사들은 3대 통신사에 공급하고 남은 물량을 알뜰폰에 배정하는 경향이 강하다. 재고폰이나 저가폰 위주로 제품을 공급받아온 알뜰폰 사업자들은 고객들의 관심을 받기 어려운 처지였다.

그런 와중에 구글 넥서스5가 등장했고 CJ헬로비전은 과감히 승부수를 던지게 됐다.승부수라 표현하는 것은 통상적으로 단말을 공급 받을 때 ‘최소한 XX만대를 구매하겠다’는 최소물량개런티를 맺게 되는데, 이는 판매망이 안정적인 3대 통신사 외에는 넘볼 수 없는 영역이었기 때문이다.

CJ헬로비전, 넥서스5 판매에 성공한다면?

CJ헬로비전은 얼마나 많은 넥서스5를 판매할 수 있을까? 통신 시장의 관전 포인트다. 필자는 ‘CJ헬로비전이 넥서스5 판매에 성공한다면 어떤 변화가 나타날까?’란 질문에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본다.

필자는 크게 3가지의 변화를 주목한다.

첫 번째, 알뜰폰 사업자의 인지도 제고이다. 얼마 전 우체국을 통해 알뜰폰이 판매되며 가입자가 급증한 사례가 있다. 우체국의 접근성이 편리한 측면도 있지만 ‘우체국’이라는 신뢰도가 더욱 큰 의미를 가졌을 것이다.

넥서스5는 구글이 출시하는 단말기이고, 구글이 CJ헬로비전을 SK텔레콤, KT와 같은 통신사로 인정했다는 것을 주목해야 한다.

두 번째, 넥서스5 판매가 성공한다면 기존 삼성, LG, 팬택의 공급도 확대될 것이다. 즉, 알뜰폰 사업자의 유통력이 검증되었다는 것인데 내수 부진에 빠진 단말제조사 3인방에게 알뜰폰은 새로운 활로가 될 수 있다. 특히 판매 부진이 심한 후발 업체들에게는 알뜰폰 시장은 더욱 매력적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새로운 단말제조사의 진입이다. 현재 국내 시장은 삼성, LG, 팬택, 애플 4개 사업자가 전체 시장의 99%를 차지하고 있다. 애플을 제외하고는 노키아, HTC, 소니 등 내노라 하는 글로벌 기업도 두 손 들고 사업을 철수할 만큼 경쟁이 치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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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가격 대비 성능이 우수한 넥서스5가 성공하면 유사한 수준의 단말기 공급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잇다. 대표적으로는 중국의 화웨이, ZTE, 샤오미 등의 국내 시장 입지 확대가 예상된다. 기존 이통 3사가 외면한 이들을 알뜰폰 사업자들은 적극적으로 도입할 가능성이 크다.

이렇듯 CJ헬로비전의 넥서스5 도입 이슈는 알뜰폰 사업자가 최신 스마트폰을 공급하는 것이 아닌 산업 전반에 미칠 다양한 영향 관점에서도 함께 살펴보아야 한다. 관련 기업들이 넥서스5 판매량을 주목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박종일 IT컬럼니스트

커넥팅랩 대표.
통신사와 증권사를 거치며 이동통신 요금기획, 컨버전스 사업기획 등을 담당했다. 국내 주요 기업의 IT 실무진들과 함께 모바일 포럼 커넥팅랩(www.connectinglab.net)을 구성하여 정기적인 세미나와 지식 전파 활동을 펼치고 있다. 최근 '모바일 트렌드 2014'를 출간하였으며 저서로는 'LTE 신세계', '스마트패드 생존전략'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