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삐가 풀렸다. 정부의 보조금 조사도 소용없다. 급기야 ‘마이너스폰’까지 등장하는 등 시장 과열이 점입가경이다. 단순 보조금 규제보다는 휴대폰 유통에 대한 보다 근본적인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쏟아진다.
30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지난 24일부터 이동통신3사가 투입한 휴대폰 보조금이 70~80만원대를 오르내리다가 지난 29일 오후에는 최대 105만원의 보조금이 투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보조금은 주로 갤럭시S4 LTE-A, LG G2 등 아이폰을 제외한 최신 모델을 중심으로 지급되고 있다. 히든 보조금 30만원에 모델별 추가 보조금이 더해져 단말기 대당 보조금이 70~80만원대까지 올라갔다. 심지어 출고가 95만원대의 갤럭시S4 LTE-A에는 최대 105만원의 보조금이 지급돼 ‘마이너스폰’으로 팔리기도 했다.
이에 따라 번호이동(MNP) 건수도 폭증했다. 29일 번호이동은 알뜰폰 제외 6만7천419건을 기록, 10월 평일 평균 번호이동 건수 대비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방송통신위원회의 시장 과열기준 2만4천건의 무려 3배에 육박하는 수치다.
사업자별로는 KT가 2천525건 순증했으며 SK텔레콤은 2천803건, LG유플러스는 1천1157건 순감한 것으로 집계됐다. 앞서 지난 주말 역시 일평균 번호이동 건수가 5만1천270건에 달하는 등 시장 혼탁이 심화되는 분위기다.
이 같은 보조금 과열은 방통위의 사실조사 기간 중에 촉발됐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다. 사실조사는 위법사실이 발견될 경우 과징금, 영업정지 등 제재조치가 수반되는 조사기 때문이다.
오히려 방통위가 규제 의지를 천명하자마자 과잉 보조금 투입이 심화됐다는 점에서 이통사의 경쟁이 도를 넘었다는 비판이 잇따른다. 반면 이통3사는 서로를 시장과열 촉발 사업자로 지목하며 네탓 공방에 여념이 없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시장 상황상 경쟁사가 보조금을 투입하면 따라갈 수밖에 없다”며 “방통위가 사실조사를 진행 중이지만 당장 가입자 순감이 심해지면 ‘배째라’식으로 보조금을 투입해 방어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통신업계 관계자 역시 “현재 시장은 어느 사업자 할 것 없이 과다 보조금을 투입하고 있는 매우 혼탁한 상황”이라며 “아이폰이 출시되고 재고품 밀어내기가 진행되면서 이통사 본사에서 보조금을 줄여도 유통망에서 자체적으로 보조금을 지급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방통위가 각사 영업담당 임원을 불러 시장안정화를 주문했지만 효과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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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방통위 시장조사과 관계자는 “누가 먼저 과다 보조금을 투입했느냐 보다는 얼마나 지속했느냐 등을 감안해 제재 수위를 결정할 것”이라며 “아직까지 제재 수위는 정해진 것 없지만 주도 사업자의 강력 처벌 방침은 변함없다”고 말했다.
또 “이번 보조금 사태의 경우 사업자 보조금만이 아닌 제조사 장려금 역시 상당금액 투입된 것으로 보고 있다”며 “가입자당평균매출(ARPU) 등을 고려했을 때 사업자가 보조금을 줄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섰다고 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