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자만 금물, 재무장하라” 강조

신경영 20주년 행사서 사장단 재도약 다짐

일반입력 :2013/10/28 20:07    수정: 2013/10/29 08:11

김태정 기자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그룹 사장단에게 정신 재무장을 강력히 주문했다. 최대 실적을 이어가고 있는 삼성전자 역시 예외가 아니다.

이는 삼성그룹 전 계열사의 구조조정, 인력 재배치 기류와 맞물려 사장단에게 무거운 메시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은 28일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신 경영 20주년 만찬’에서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재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임직원의 열정과 헌신을 앞세워 창업 이래 최대 성과를 이루고 있다”며 “자만이 아니라 위기의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우리가 이룬 큰 성과만큼이나 사회적 기대와 책임도 한층 무거워졌다”며 “지역사회와 상생하는 역할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지난 1993년 6월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꿔라”는 말로 유명한 ‘신경영’을 선언했다. 이날 행사는 ‘신경영’ 20주년을 돌아보는 의미로, 이 회장이 어떤 메시지를 던질지 주목받아 왔다.

‘신경영’ 선언 20년이 지난 오늘 날 삼성전자는 분기 영업이익 10조원 시대를 열며 세계 일류 기업으로 올라섰지만 그룹 전체를 보면 재도약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건설을 비롯한 일부 계열사가 실적부진에 시달리는 가운데 삼성전자, 특히 휴대폰과 반도체에 대한 의존도가 과하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말 이 회장의 취임 25주년 기념 만찬이 삼성그룹 성공을 자축하는 분위기였다면 이날 행사는 정신 재무장과 재도약을 위한 의지를 확고히 하자는 의미가 짙게 드러났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이익이 나지 않는 사업부에게 긴장감을 조성하고 핵심 인력들에게 힘을 더해주는 데 경영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회장의 메시지에 삼성 수뇌부도 사업부별로 과거와 현재를 돌아보는 소회, 각오 등을 전했다.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1993년 미국 LA에서 “삼성은 이미 망한 회사다”라던 이 회장의 질책을 언급하며 “당시에는 이 정도면 잘 하고 있는데 서운했지만 위기의식이 강해졌다”고 돌아봤다.

신종균 삼성전자 IM담당 사장은 지난 1995년 이 회장의 구미사업장 불량제품 화형식 얘기를 꺼냈다. 당시 이 회장은 불량제품을 용납할 수 없다며 제품 500억원어치를 소각했다.

신 사장은 “화형식 때 내 몸이 타들어가는 기분이었지만 그 계기로 불량에 대한 안이한 마음을 털어버렸다”며 “(갤럭시 스마트폰 등을 성공시킨) 지금의 삼성은 거기서 시작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부근 삼성전자 사장도 “90년대 디자인 경영을 하고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강조했지만 제대로 이해하기 어려웠다”며 “이 회장의 앞선 안목과 생각으로 삼성의 명품을 만들어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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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행사에는 이 회장의 부인인 홍라희 리움미술관 관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서현 제일기획 부사장 등 일가족과 계열사 부사장급 이상 임원, 협력사 대표 등 350여명이 참석했다. 국정감사 불출석으로 논란을 빚었던 장녀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은 중국 출장 관계로 불참했다.

한편 이 회장이 그룹 임원들과 대규모 행사를 가진 것은 지난 1월 이 회장의 생일 만찬 이후 9개월 만이다. 신경영 만찬은 당초 지난 8월 열릴 예정이었으나 이 회장의 건강과 전력난 문제로 두 차례 연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