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거인들이 음악 시장을 겨냥했다. 소리바다 음원을 쓴 삼성뮤직이 문을 열었고, 국내 최대 메신저 카카오는 벅스뮤직과 손을 잡았다. 구글은 유튜브 유료화 신호탄을 쐈다.
2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디지털 음원 유료화 모델에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모바일 시장에서 게임과 도서가 '보는 경쟁'을 한다면, 음악은 '듣는 공간'을 장악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디지털 음원 시장 규모는 상상 이상이다. 지난해 기준 전 세계음악 시장 규모는 165억달러(약 17조5천억원)다. 이중 35%에 달하는 57억9천800만달러(약 6조1천500억원)를 음원이 벌어들였다.
이 때문에 모바일 콘텐츠 시장서 음원은 게임 다음으로 확실한 현금 창출원으로 통한다. 화면을 놓고 게임, 영화, TV쇼, 도서, 웹 검색 등이 경쟁하는 것이 비하면 음원은 소리를 독점한다. 시장 판도가 무료 다운로드에서 유료 스트리밍으로 전환되면서 음원의 시장 가능성은 더욱 커지는 추세다.
■ 구글, 유튜브 유료화로 아이튠즈-아마존 정조준
가장 파격적 움직임은 구글이다. 유튜브 유료화 카드를 꺼냈다. 연말경 음원 유료 구독 서비스를 발표하고, 광고 없이 뮤직비디오를 휴대폰 단말기에 내려받을 수 있게 할 것이란 보도가 쏟아졌다. 구글은 공식 확인을 거부했으나 충분히 실현가능한 시나리오다.
구글이 노리는 경쟁자는 애플 아이튠즈와 아마존이다. 지난해 기준, 미국 디지털음원 시장에서 아이튠즈와 아마존이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80%다. 구글플레이가 월 10달러에 무제한 스트리밍 서비스를 내놨으나 아직은 찻잔 속 태풍이다.
유튜브가 가진 경쟁력은 강한 브랜드다. 이미 월간 10억명의 이용자를 확보했다. 싸이를 글로벌 한류 스타로 만든 원동력도 유튜브다. 구글플레이와 비교, 유튜브의 브랜드 인지도는 훨씬 크다.
이와 관련 롤링스톤 뮤직은 최근 유튜브 이용자의 6분의 1만 유료화로 전환에 성공해도 디지털 음원 시장의 크기를 엄청나게 키울 것이라고 업계 관계자와 인터뷰 내용을 보도했다.
애플은 지난달 아이튠즈 라디오를 내놨다. 시장 판도가 스트리밍으로 넘어가고 있는 것을 주목한 결과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아이튠즈 라디오 사용자가 2천만명을 넘어섰으며, 10억곡 이상이 재생됐다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 국내, 이통사와의 경쟁에 삼성-카카오 등 뛰어들어
국내서도 시장 경쟁은 활발하다. 눈에 띄는 곳은 삼성전자와 카카오, 구글이다. 국내 디지털 음원 시장 최강자는 이동통신사가 이끄는 멜론과 KT 뮤직이다. 두 업체 모두 정액제 스트리밍 서비스와 음원 다운로드를 주요 상품으로 삼았다.
이들과 경쟁하기 위해 삼성전자는 파트너로 소리바다를 꼽았다. 앞서 KT뮤직 등과 협상 체결을 먼저 시도했으나 서로가 생각하는 음원 공급 단가가 맞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신작 휴대폰 갤럭시노트3부터 삼성뮤직 적용 대상 단말기를 넓힌다는 계획이다. 삼성뮤직은 게임, 도서등과 함께 삼성허브 플랫폼에서 이용할 수 있다.
카카오의 움직임도 주목할만하다. 네오위즈인터넷과 협력해 벅스뮤직이 보유한 음원을 자사 메신저 기반 앱 '카카오 뮤직'을 통해 공급한다. SNS를 통한 음악 공유 서비스는 있어왔어도, 공유 자체를 수익 모델로 연결한 것은 카카오가 처음이다.
카카오 뮤직에서 구매한 음원만 친구들과 공유하기 때문에 확실한 수익 기반 모델이다. 출시 20여일 만에 500만 다운로드를 기록했다. 한 명이 음원 하나씩만 구매한다고 가정하면, 단기 매출이 30억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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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도 국내 음원시장 출시 초읽기에 들어갔다. 음원저작권협회와 음원 공급 협상을 마치고 현재 계약 단계에 돌입했다. 소리바다와도 음원 공급을 논의 중이란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음원저작권협회 관계자는 구글과 진행 내용에 대해서 공개할 수는 없지만, (계약을) 진행 중인 것은 사실이라며 구글은 물론, 삼성 뮤직, 카카오 뮤직 등 음원을 유통할 수 있는 채널이 하나라도 더 늘어나는 것은 저작권자들 입장에서 좋은 일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