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동양 실리콘밸리’ 中 쑤저우 특구

2500년 古都에서 국제 기업도시로 변신

일반입력 :2013/10/26 10:54    수정: 2013/10/26 14:51

정현정 기자

<쑤저우(중국)=정현정 기자>중국 상하이에서 남서쪽으로 약 두 시간 달리면 ‘동양의 베니스’로 불리는 장쑤성의 도시 쑤저우(소주)가 나온다. 2500년 전 춘추전국시대 오나라의 수도였던 유서 깊은 역사도시이자 호수와 수로가 많아 물의 도시로도 불리는 아름다운 고도(古都)는 ‘상전벽해’의 놀라운 성장을 기록하며 국제적인 기업도시로 발전하고 있다.

중심은 1994년 건설된 288㎢ 규모의 ‘쑤저우공업원구’다. 이곳은 쑤저우시 전체 면적(8천488㎢)의 약 3.4%에 불과하지만 시 GDP의 15%를 차지하는 지역 경제의 중심이다. 이곳에 입주한 업체만도 내국기업 1만3천여개, 외국기업 2천여개에 이 중 세계 500대 기업으로 꼽히는 회사만 86개에 달한다. 특히 정보통신, 바이오, 나노 분야의 최첨단 기업들과 연구소가 밀집해 있어 ‘동방의 실리콘밸리’로 불리기도 한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 25일 이 곳 쑤저우공업원구 내 17만3천평 부지에 8세대(2200×2500㎜) 액정표시장치(LCD) 생산공장(FAB)인 ‘삼성쑤저우LCD’를 준공했다. 앞서 지난 2002년 이 곳에 설립한 LCD모듈공장(SDSZ)이 지난 10년 간 회사의 핵심적인 모듈생산기지로 성장한데 이어, LCD생산공장이 본격 가동을 시작하면서 삼성디스플레이는 팹부터 모듈까지 완벽한 현지 생산 시스템을 구축하게 됐다.

중국 내 입주한 해외 디스플레이 업체로는 최초이자, 삼성디스플레이가 처음으로 해외에 설립한 생산공장인 삼성쑤저우LCD는 30억달러가 투입된 공업원구 최대 프로젝트로 어느덧 세계 최대 TV 시장으로 부상한 중국 시장을 공략하는 전초기지 역할을 맡게 된다.

여기 쑤저우공업원구 내에는 삼성디스플레이 외에도 삼성그룹 내 12개 법인이 진출해있다. 삼성은 지난 1994년 외국기업으로는 처음으로 쑤저우공업원구 투자를 결정한 이후 반도체를 시작으로 현재까지 가전, 컴퓨터, LCD 모듈 등 4개 제조공장과 1개의 연구법인을 이곳에 만들었다. 총 투자금액 역시 원구 내 기업들 중 가장 높은 수준인 56억달러에 이른다.

쑤저우공업원구는 1994년 당시 중국 최고 지도자였던 덩샤오핑의 결단에 따라 중국과 싱가포르의 합작으로 탄생했다. 당시 싱가포르는 자국기업을 위한 좋은 환경의 해외공단을 필요로 했고, 개혁개방 이후 경제발전을 꾀하던 중국은 외국인 투자유치 등에 경험이 있던 싱가포르의 노하우를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로 생각했다.

특히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속에 건설 초기 도시계획, 인프라 스트럭처, 물류시스템부터 공단 관계자의 채용과 급여, 사회보험제도까지 싱가포르의 방식과 시스템을 그대로 도입했고 이는 외국기업들의 투자결정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다.

보통 중국의 다른 성이나 시는 투자금액제한 규정을 적용받아 외국인의 투자금액이 3천만달러가 넘어가면 중앙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하지만 쑤저우공업원구에서는 대규모 투자에 대해서도 위원회의 독자적인 결정만으로 투자가 가능하다. 공단 운영의 실무를 맡고 있는 관리위원회가 투자 유치, 비준, 해외 투자자에 대한 비자 발급 등 주요 사항에 대한 독자적인 결정권한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쑤저우공업원구의 기업지원제도 중 입주기업들이 가장 최고로 꼽는 것은 바로 ‘원스톱 서비스 제도’다. 공업원구 관리위원회 건물 2층에 위치한 원스톱 서비스 센터에서는 쑤저우시에서 파견 나온 공무원들이 공장 설립, 용지 심사, 환경, 회계, 노무 등 기업활동에 필요한 다양한 행정민원을 처리하고 있다. 덕분에 투자상담부터 용지 알선, 인력 확보, 수출입 통관 등 인허가에 필요한 모든 절차가 2주 정도면 끝이 난다.

간편한 물류 통관 절차도 해외 기업들이 꼽는 장점이다. 입주기업이 푸동공항을 이용해 화물을 들여올 경우 통상 공항에서 30시간 넘게 대기해야 하지만 공단에서 통관 절차를 밟게 되면 24시간 운영되는 통관 서비스를 통해 빠르면 4시간, 늦어도 10시간 안에 화물을 받아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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쑤저우공업원구는 기업들의 인재확보 면에서도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현재 쑤저우시에는 대학교 6개, 독립과학기술연구기관 23개가 있으며 전문대 졸업 이상의 학력을 가진 인재만 약 2만명에 이른다. 또 쑤저우시가 공원원구 내 10㎢ 크기로 조성한 대학원타운에는 중국과학기술대, 싱가포르국립대, 영국 리버풀대 등 18개 명문대 캠퍼스가 진출해 첨단산업과 관련된 전문교육을 실시하고 있으며 재학생만 7만여명에 달한다.

쑤저우공업원구관리위 쑨옌옌 부주임은 “쑤저우공업원구는 산업과 도시의 융합을 목표로 세 개의 호수를 중심에 두고 공업지구 외에도 금융과 상업의 중심인 상무지구와 생태와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주거지구, 인재를 공급하는 교육지구가 조화를 이룬 것이 특징”이라면서 “특히 나노, 바이오, 클라우드 등 첨단 산업에 강점을 가지고 있다”고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