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디스플레이와 미국 코닝 간 주식 교환 계약이 이뤄지면서 양 사 간 협력관계에도 새로운 국면이 찾아올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고 있다. 양 사의 합작회사였던 삼성코닝정밀소재가 코닝이 100% 소유한 형태로 전환되고, 7년 후에는 삼성디스플레이가 코닝의 최대주주로 올라설 수 있기 때문이다.
23일 삼성디스플레이는 23억달러를 투자해 코닝의 전환우선주 7.4%를 취득하고, 대신 삼성디스플레이가 보유한 삼성코닝정밀소재 주식 43%를 코닝이 자사주 매입형태로 인수한다고 밝혔다. 이 계약은 내년 초에 효력이 발생할 예정이다.
삼성코닝정밀소재는 삼성디스플레이가 43%, 코닝이 50%의 지분을 보유한 합작회사 형태였다. 나머지 지분 약 7%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처남인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이 보유하고 있었으나, 조만간 이마저도 코닝이 인수할 것으로 전해졌다. 전환우선주는 설정 기간 동안 경영활동에 참여하지 않는 대신 배당을 더 많이 받는 우선주 형태로 유지되다가 설정 기간 이후 경영권 참여가 가능한 보통주로의 전환이 가능한 주식을 말한다.이에 따라 삼성코닝정밀소재는 삼성그룹의 품을 떠나 완전한 코닝의 자회사로 편입된다. 삼성코닝정밀소재는 삼성디스플레이에 액정표시장치(LCD) 기판 유리를 공급해왔다.
삼성코닝정밀소재가 삼성그룹을 떠나는 것에 대해 회사 내부에서는 일시적으로 동요가 일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박원규 삼성코닝정밀소재 사장은 이날 임직원들에게 이메일을 통해 고용 보장을 다짐하며 분위기 단속에 나선 상태다.
코닝은 고릴라글래스를 비롯한 LCD 기판 유리 분야에서 최고 수준의 기술력으로 시장 경쟁력이 매우 높은 업체다. 삼성전자와의 관계도 상당 기간 지속해오며 우호적인 관계를 꾸준히 유지해왔다. 두 회사의 우호관계는 故 이병철 회장 시절인 지난 1973년 삼성코닝을 설립하던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후 두 회사는 지금까지 40년 간 협력을 이어왔다.
지난 5월에는 제임스 호튼 코닝 명예회장이 방한, 삼성그룹 영빈관인 승지원에서 이건희 회장과 만나 협력 강화를 논의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이때를 전후해 두 회사가 서로 지분을 교환하는 계약 논의가 구체화된 것으로 보고 있다.
코닝은 이날 계약을 통해 삼성코닝정밀소재의 운영 효율성을 높이고 비용 관리에 더욱 신경쓸 수 있게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디스플레이 입장에서도 LCD 산업이 점차 성숙기에 접어드는 상황에서 LCD 기판 유리 사업을 코닝에 완전히 맡기고 다른 분야에서 코닝과의 협력을 기대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려는 목적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코닝은 실제로 중국, 일본, 타이완에 있는 현지법인은 100% 자회사로 소유하고 있지만 유독 한국에서 사업 중인 삼성코닝정밀소재만큼은 합작회사 형태로 운영해왔다. 이에 따라 다른 지역 공장들과 달리 글로벌 차원의 경영효율화를 이루는데 다소 어려움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삼성코닝정밀소재는 지난 2010년부터 업황 부진 등으로 침체기를 보내고 있는 상황이다.
삼성디스플레이 관계자는 “7년이라는 기간을 둔 전환우선주 보유를 통해 장기간에 걸쳐 협력관계를 이어나가며 리스크 또한 함께 감당하겠다는 의미”라며 “향후 10년 간 삼성코닝정밀소재에게서 LCD용 유리 기판을 공급받기로 하는 등 협력 관계는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관련 업계 일각에서는 이날 결정이 삼성그룹의 소재사업 정리 신호탄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제일모직을 중심으로 삼성정밀화학과 삼성SDI, 삼성전기 등이 진출해있는 소재 부문 사업을 정리하기 위한 수순일 수도 있다”는 전망을 조심스레 제기하기도 했다.
지분 양수도 결정으로 두 회사 간 협력관계의 균형추가 절묘하게 들어맞는 점도 흥미롭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이미 향후 10년 간 삼성코닝정밀소재로부터 LCD 기판 유리를 제공받기로 계약된 상태다. 삼성디스플레이가 보유하게 될 코닝의 전환우선주가 보통주로 전환되는 시기는 계약 발효 이후 7년 후인 오는 2021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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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뒤 삼성디스플레이가 코닝의 최대주주가 될 수도 상황에서 두 회사 간 협력 관계는 굳건히 유지될 수 있을 것으로 충분히 예상되는 대목이다. 또 두 회사가 5대 5 비율로 합작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용 유리기판을 생산하는 삼성코닝어드밴스드글래스를 통해 합작 관계가 이어지는 점도 협력 관계가 쉽게 흔들리지 않을 것임을 예상할 수 있는 대목이다.
삼성디스플레이 관계자는 “최근 같은 (급격한 변화가 이어지는) 경영 상황에서 7년이라는 기간을 설정해둔 것은 그만큼 장기간에 걸친 유대관계를 이어가겠다는 의미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