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고영 브로드컴 "웨어러블 싸고 쉽게 만든다"

일반입력 :2013/10/23 15:53

이재운 기자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뮤지컬 작품 중 ‘위키드(WICKED)’라는 작품이 있다. ‘오즈의 마법사’에 나오는 마녀들에 관한 이야기로, 두 마녀의 우정에 관한 이야기를 펼치면서 마녀에 대한 상상력을 부각시키는 작품이다.

무선통신 관련 반도체 전문업체인 브로드컴에도 '위키드(WICED)'가 있다. 브로드컴의 위키드는 웨어러블 기기에 커넥티비티(연결성) 기능을 적용하는데 도움을 주는 오픈 플랫폼이다. 개발자가 홈페이지에서 자유롭게 관련 소스코드와 소프트웨어 개발 키트(SDK)를 내려받아 사용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22일 브로드컴코리아 사무실에서 만난 전고영 브로드컴코리아 대표는 “웨어러블 기기는 다른 모바일 기기에 비해 상대적으로 제작하기도 쉽고 비용도 적게 든다”며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가 오고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웨어러블 기기는 생각보다 단순한 형태로 구성돼있다.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갤럭시기어의 경우에도 삼성전자의 엑시노스 프로세서와 브로드컴의 블루투스칩 등 아주 적은 수의 부품만이 들어가 있을 뿐이다. 웨어러블 기기의 핵심은 '기존 기기와의 연결성'이다.

브로드컴은 웨어러블 기기 한 대를 만드는데 드는 비용이 2달러에서 10달러 사이면 충분해, 휴대전화 한 대를 만드는데 드는 비용과 비교했을 때 매우 저렴한 수준으로 개발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웨어러블 기기는 또 쓰임새가 다양하고 나아가 사물간 인터넷(IoT)을 본격화시키는 매개체로도 기능해 그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는 것이 전 지사장의 설명이다. 업계에 따르면 웨어러블 기기 시장은 오는 2020년에는 500억대 이상 규모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전 세계 현재 인구가 70억명임을 감안할 때 1인당 4~5개의 기기가 연결되는 셈이다.

“사람은 기본적으로 최대한 들고 다니는 것을 최소화하려는 경향이 있지만, 휴대전화는 손에 잘 놓지 않는 특이함도 있다”고 설명한 전 지사장은 “하지만 갤럭시기어가 나오면서 이제는 스마트폰조차도 손에 쥐지 않아도 되는 자유로움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인터뷰에 참석한 전 지사장과 양기원 브로드컴코리아 이사는 각각 왼쪽 팔목에 갤럭시기어를 착용하고 있었다. 인터뷰 중간 이따금씩 문자메시지나 카카오톡 메시지 알림이 울렸고, 그때마다 이들은 스마트폰을 따로 열어보지 않고 갤럭시기어를 통해 내용을 확인했다.

브로드컴은 이 시장 공략을 위해 웨어러블 기기 개발에 무선통신을 통한 연결(커넥티비티)를 제공하는 플랫폼인 ‘위키드(WICED)’를 적극 홍보하고 있다. 이 플랫폼은 웨어러블 기기에 무선통신 기능을 제공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제품 개발에 필요한 소프트웨어 개발 키트(SDK)는 물론 각종 소스코드와 레퍼런스 디자인까지 제공해 웨어러블 기기 개발을 도와준다.

“전문 개발자 2~3명만 있으면 충분히 웨어러블 기기를 개발할 수 있다”는 전 지사장은 “소스코드 등 필요한 것들을 다 제공하기 때문에 소프트웨어만 적용하면 된다”며 “추가 비용 없이 개발이 가능해 부담없이 웨어러블 기기 개발에 도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국내 개발자들도 점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브로드컴에 따르면 한국에서 약 20~30건의 WICED 플랫폼 다운로드 횟수가 기록됐고, 최근에는 영·유아가 부모로부터 일정 거리 이상 떨어지면 경보가 울리는 제품이 개발되는 등 다양한 제품이 국내에서도 등장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전 지사장은 “결국 최종 사용자 입장에서 쓸만한 앱이 있어야 성공할 수 있다”며 그런 측면에서 갤럭시기어는 다양한 앱을 제공해 시장에 안착하는데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웨어러블 기기의 현재 한계 중 하나로 배터리 수명을 꼽으며 “현재 나오고 있는 제품들의 배터리 용량은 더 개선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또 웨어러블 기기의 향후 수요와 미래에 대해서는 “결국 건강에 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헬스케어 관련 기능이 강화될 것으로 본다”며 “현재까지 나온 (손목시계나 안경 등의) 형태 이외에도 누군가 새롭고 혁신적인 폼팩터를 만들 때 보다 시장이 활성화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브로드컴은 나아가 IoT의 확산을 통해 스마트카 관련 플랫폼 시장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오는 2025년이면 전 세계 모든 차량에 무선통신이 적용될 것으로 기대되는 가운데, 이더넷을 통해 차량 내 각종 마이크로컨트롤러(MCU)를 무선통신으로 연결해 제어하는 기술이 독일 BMW X5에 적용되는 등 상용화 진행 중에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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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향후 운전자의 상태를 파악해 통제하고 나아가 무인자동차 시대에 기술을 선도하는 것을 목표로 연구개발을 진행 중에 있다고 덧붙였다.

전고영 지사장은 대학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한 뒤 지금까지 25년간 반도체 업계에 종사하고 있다. 지난 1982년 대학 졸업 후 라디오쉐크, TI, 아날로그디바이스 등에서 근무한 뒤, 지난 2007년 9월 브로드컴코리아 지사장으로 부임해 현재까지 브로드컴코리아를 이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