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점유율 합산 규제가 유료방송 업계 최대 화두다. 이해 당사자 양측이 한치도 물러서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주 시작된 국정감사 자리에서도 화제가 됐고, 위성 방송 KT스카이라이프와 케이블 방송 업계의 입장 발표도 단 며칠을 거르지 않는다.
국회서는 합산 점유율 규제와 관련한 법안을 여야 의원이 하나씩 내놨다. 최근 KT 임원 출신인 권은희 의원(새누리당)이 급변하는 방송 시장을 고려해 통합방송법을 준비하면서 일몰법을 제시했지만 이마저도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정부의 기본 철학인 ‘동일 서비스 동일 규제’라는 관점에서도 입장차가 극명하다. KT 측은 단일 사업자 규제라며, 신기술에 따른 다른 서비스인 만큼 발전 혜택을 소비자에게 돌아가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대로 케이블TV 사업자들은 공정 경쟁을 위해서 도입이 시급할 뿐 아니라 통신 기업의 방송 시장 장악을 막아야 한다는 논리를 세운다.
끊임없는 평행선 위의 줄다리기다. 국회 발의안은 내달 처리될 가능성이 높다. 주관 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는 머지않아 방송산업발전 종합계획을 내놓는다는 계획이다. 이에 앞서 극명하게 엇갈리는 양측의 의견을 들어봤다.
■케이블TV 업계 “합산규제, 반드시 통과돼야”
김정수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사무총장은 “유료방송 점유율 규제는 새로 만드는 것도 아니고 규제 강화도 아니기 때문에 모든 유료방송사업자들이 받고 있는 규제를 똑같이 적용하자는 것뿐”이라고 강조했다.
케이블, IPTV, 위성방송 등 국내 유료방송 가운데 규제 범위가 없는 위성방송에 확대되는 것은 당연한 조치라는 것. 이에 “특정 사업자 입장이 불리하다고 해서 규제형평성을 잃으면 안된다”는 주장이다.
KT측이 케이블TV 업계가 디지털 전환 투자를 미루고 후발 사업자를 견제한다는 의견에 대해 김정수 사무총장은 “업계 전체가 디지털전환 인프라에 4조원 이상의 투자가 진행됐다”며 “KT처럼 전국사업자가 아닌 지역사업자라 수도권 이외에서 마케팅의 한계가 있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케이블이 권역 소유제한, 가입자 점유율 제한 등 이중규제로 묶여있지만 KT와 KT스카이라이프는 (IPTV와 위성방송을 합친) OTS를 만들어 시장을 쉽게 점유하고 있다”며 “방송통신 결합상품으로 시장을 장악해온 KT가 정책적 보호를 받아야할 후발사업자 위치는 아니다”고 덧붙였다.
합산규제가 현실화되더라도 케이블TV는 자체적인 발전을 이어간다는 점에 힘을 싣기도 했다. 김정수 사무총장은 “(케이블TV는 KT보다 가입자 규모가 적지만) 스마트케이블TV를 출시하고 세계 최초로 UHD 시범방송도 시작했다”며 “규모적인 어려움은 있지만 차세대 방송 서비스를 위한 기술 인프라 투자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지역 케이블 사업자는 소외계층 지원, 장학사업,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5년간 600억원을 투입해왔다”며 “앞으로도 지역정보서비스나 지역경제에 기여하는 프로그램을 적극 편성할 것”이라고 했다.
■KT스카이라이프 “소비자 선택권 막을 수 없다”
KT스카이라이프는 경쟁 제한적 사전 점유율 규제에 대해서는 반대의 뜻을 분명히 했다. 박상동 KT스카이라이프 정책협력실장은 “미디어 전반에 걸쳐 전세계적인 추세인 사후 행위 규제 방식을 통해 조성되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무엇보다 소비자 선택권을 막을 수 있다는 점에 무게를 둔다. 도서 산간 지역에는 위성방송 플랫폼만한 대안이 없다는 이유다. 박상동 실장은 “케이블TV가 소유겸영제한에 대한 반대급부로 지역독점 영업권과 지역뉴스채널 운영권을 얻었다면 위성방송은 난시청을 해소하는 의무를 받았다”며 “사전 영업제한이 현실화되면 소비자 뜻과 상관없이 위성방송 혜택을 누리지 못하게 된다”고 말했다.
현재 국회 발의안에 대한 위헌 소지도 들었다. 사업자의 영업 자유, 이용자의 행복추구권이 과도하게 침해될 수 있다는 논리다.
박 실장은 “IPTV와 위성방송 합산규제는 사전적으로 특정 사업자의 시장점유율을 제한해 사실상 영업을 정지할 수밖에 없도록 하지만 케이블 방송의 시장지배력은 유지하고 이용자의 서비스 선택권을 제한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며 “과잉금지원칙을 준수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 “입법과 행정이 구분되지만 입법 후 행정조치 없이도 규제가 발휘돼 권력분립원칙에 위배된다”며 “KT그룹만을 대상으로 하는 처분적 법률에 해당하기 때문에 평등의 원칙에도 위배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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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블 방송의 여론 지배력도 견제했다. 박 실장은 “대부분의 지역 케이블 방송권역에서 50%가 너는 점유율을 갖고 있다”며 “지역 여론이 좌우될 수 있기 때문에 사전영업제한보다 지역채널을 다른 일반채널처럼 개방하거나 SO와 분리되야 하는 점이 더욱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현재 거론되는 규제가 아니라 새로운 규제 방식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케이블, IPTV, 위성 외에도 OTT 서비스나 모바일 방송을 모두 포괄하면서 새로 생겨날 매체를 모두 품을 수 있는 통합 법안이 마련되야 한다”는 견해도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