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애플처럼 '오바마 거부권' 받을까

일반입력 :2013/10/07 10:40    수정: 2013/10/07 10:47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삼성전자 구형 모바일기기 수입을 금지한 현지 국제무역위원회(ITC) 판결에 거부권을 행사할지 여부에 업계 관심이 쏠렸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앞서 자사 특허를 침해한 애플 모바일 기기 수입 금지를 뒤집은 애플의 사례처럼 오바마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8월3일 삼성전자는 갤럭시 스마트폰과 태블릿이 애플 상용특허 2건을 침해했다는 ITC 최종판결에 따라 해당 제품 수입을 금지당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ITC판결 후 오는 8일(현지시각)까지 60일간 거부권을 행사치 않으면 갤럭시2, 갤럭시탭10.1 등 삼성전자 제품 수입이 막힌다.

이보다 먼저 애플이 지난 6월4일 ITC 최종판결을 통해 아이폰4와 아이패드2 등 제품에서 삼성전자 무선통신기술 관련 표준특허 1건을 침해한 것으로 인정돼 수입을 금지당했지만 그로부터 60일 뒤인 8월3일 오바마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이를 무효화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애플 제품에 대한 수입 금지 위협을 걷어준 명분은 표준특허권을 보유한 기업들의 권리 남용을 억제한다는 차원에서다. 이런 당국의 입장은 애플이 침해한 표준특허권을 무기로 아직 진행중인 특허소송과 향후 협상에서 우위를 차지하려는 삼성전자에게 악재다.

미국 밖에선 표준특허 남용을 명분삼은 오바마 행정부 방침이 애플 편들기로 비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미국서도 통신사업자연합(ACG), 정책혁신협회(PII), 컴퓨터통신산업협회(CCIA) 등은 정부에 삼성전자 제품 수입 금지 조치를 최소화하거나 애플처럼 거부하라고 촉구했다.

■오바마 '거부권 발동' 언제까지?

오바마 대통령이 수입 금지에 대한 거부권을 발동할 수 있는 시한은 미국 워싱턴 기준시각으로 오는 8일 자정(우리나라 기준 8일 오전 11시)까지다. 대통령이 이 시점까지 별다른 움직임을 취하지 않을 경우 ITC의 판결은 행정적으로 발효된다.

삼성전자는 지난 8월3일 미국ITC의 제품수입금지 판결 직후 자사의 기존 반영되도록 법적 절차를 포함한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그달 28일 오바마 행정부의 관련 직무대행인 미국 무역대표부(USTR) 마이클 프로먼에게 해당 사안을 재고해 달라는 서한을 보냈다.

7일 블룸버그는 지난 2분기 세계 스마트폰 판매량 점유율 32%를 차지한 삼성전자에게 수입 금지될 품목의 비중은 작다면서도 회사는 특허 침해 판결을 받고서도 제품 수입을 허용받은 애플과 같은 오바마 대통령의 선처를 원한다고 묘사했다.

이 보도에 따르면 이날 프로먼은 인도네시아 발리 블룸버그TV인터뷰에서 미국 행정부는 자국 기업을 편애하고 보호주의로 대한다는 인식을 피하는 일에 상당한 관심을 두고 있다며 삼성전자를 (대통령 거부권으로) 구제할지 여부에 대한 사안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발언했다.

■특허 전문가들 수입금지 유력

하지만 삼성전자 제품이 결국 수입 금지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엇비슷한 인식이다. 삼성전자가 주장하는 권리는 오바마 행정부가 권리를 적절히 제한해야 한다고 바라보는 표준특허였고, 애플이 주장하는 권리는 상용특허라 삼성전자를 구제할 명분이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수 국제특허법률사무소 정동준 변리사는 미국 정부가 폐쇄된 현 시점에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며 삼성전자는 구형 제품들이 수입 금지될 것이란 사실을 받아들이는 게 낫다고 언급했다.

올바른 국제특허법률사무소 정용재 대표변리사는 애플에 대한 ITC 판결이 뒤집힌 배경은 표준특허 권리 행사 과정의 특수성에 대한 고려가 미흡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며 삼성전자에 대한 판결은 상용특허 침해에 대한 것이라 거부권이 발동될 가능성이 낮다고 말했다.

임앤정 특허법률사무소 정우성 변리사는 애플은 (오바마 행정부의 특허제도 관련 개혁 대상인) 특허괴물이 아니고 삼성전자를 상대로 표준특허를 행사한 게 아니란 점 등에서 볼 때 행정부의 지나친 시장 간섭에 따른 비난이 불거질 거부권 발동은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수입 금지여부, 라이선스 협상-부품 공급 관계에도 파장

삼성전자와 애플 양측에 미국ITC 판결 자체로 인한 사업적 타격이나 부작용은 거의 없을 전망이다. 애플은 수입금지 대상 제품이 여전히 판매 중인 기기들이었지만 대통령 거부권을 이끌어냈고, 삼성전자는 수입금지가 발효되더라도 시판된지 오래 지난 모델들이라 영향이 적다.

다만 미국ITC의 양측에 대한 판결과 각각에 상반된 대응을 할 것으로 점쳐지는 미국 정부의 입장은 아직 진행중인 삼성전자와 애플의 법정공방과 향후 이어질 상호 특허 라이선스 협상 과정에서 유불리를 가릴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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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상호 경쟁하면서도 공생해온 이들 관계에도 영향을 줄 전망이다. 삼성전자와 애플은 모바일용 반도체와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등 주요 부품 분야에서 유능한 공급사와 큰손 고객사로 협력해왔다. 최근 애플은 삼성전자 부품 의존도를 줄이려고, 삼성전자는 공급 비중을 늘리려고 애쓰는 분위기다.

삼성전자의 애플에 대한 특허 공세가 거세지고 법정 시비에 따른 부담이 늘어날수록 애플의 탈피 노력은 강화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애플 최신제품 아이폰5S용 A7칩을 만들었고 내후년 A9 프로세서 주문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은 지난해 아이폰5 출시때 삼성 D램을 뺐고 내년 아이폰6용 A8 물량 대부분을 TSMC에 맡기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