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원짜리 청소기가 몰려온다

일반입력 :2013/09/21 07:59    수정: 2013/09/21 15:32

불황이다. 경기침체로 닫힌 소비자들의 지갑 문은 좀처럼 열리지 않고 있다. 그런데도 프리미엄 딱지를 붙인 상품들은 오히려 더 많이 출시된다. 최근에는 청소기가 프리미엄 대열에 합류했다. 으레 10~20만원 내외라고 여겨졌던 청소기 한대 값이 최근 100만원을 넘었다. 유럽산 제품이 주도하던 고가 청소기 시장에 삼성전자가 뛰어 들면서 청소기 100만원 시대가 성큼 다가온 듯 하다.

20일 가전업계에 따르면 다이슨, 밀레, 지멘스 등 유럽 업체들이 이끌고 있는 고급형 진공청소기 시장이 삼성전자의 가세로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LG전자도 곧 이들 경쟁에 뛰어들 프리미엄 진공청소기를 선 보일 예정이다.

국내 진공청소기 보급율은 82%에 달한다. 최근 한국소비자원이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10만원대의 청소기를 사용하는 비중이 60%에 이를만큼 대부분이 10~20만원 대의 보급형 제품이다. 하지만 50만원 이상의 고가 청소기 판매율은 무시할 수 없을 정도의 속도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국내 고가 청소기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다이슨의 국내 연평균 성장률(CAGR)은 88%에 이른다. 다이슨 진공청소기 제품은 40만원에 판매되는 DC34 모델 1종을 제외하면 모든 제품이 50만원 이상의 고가제품이다. 다이슨 성장률이 곧 고가 청소기 시장 성장률인 셈이다.

고가 제품이다 보니 매출은 주로 백화점 등 오프라인 채널을 통해서 나온다. 다이슨은 오프라인 매출이 60%(백화점 30%, 하이마트 25%, 코스트코 5%)에 이른다. 온라인에서 30% 홈쇼핑에서 10% 등 비중으로 판매되고 있다. 밀레의 경우 양판점에 입점하지 않았기 때문에 매출의 50%가 백화점, 15%가 대리점에서 나온다. 나머지 35%가 온라인 판매를 통해 이뤄진다. 밀레 관계자는 제품이 가격대가 높다 보니 우선 백화점을 통해 주로 제품이 유통되고 있고 앞으로 가격대 차별화를 둬 양판점에도 입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구매자는 젊은 주부들이 대다수다. 다이슨 관계자는 “아이를 키우는 30~40대 주부들은 알러지를 유발하는 초 미세먼지까지 걱정하기 때문에 고성능·고급형 제품을 찾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업체들은 10만원대 보급형 제품과 50만원 이상 고급형 제품의 차별점을 흡입 성능과 편의 기능에 두고 있다. 미세먼지까지 빨아들이는 강력한 흡입력에 청소기의 사용을 편리하게 해주는 다양한 기술을 적용한 것이 고급 청소기들의 공통된 특징이다.

다이슨은 자사의 진공청소기 다이슨 볼이 지구 중력의 31만 배에 달하는 강력한 원심력으로 공기 중 0.5마이크론 크기의 초미세먼지와 알러지 유발 물질까지 99% 제거할 수 있다고 알리고 있다. 바퀴와 본체가 하나로 이루어진 디자인도 주요 강점이다. 무게중심이 낮아졌고 커프의 움직임이 또한 정교해져 장애물이나 구석에서도 쉽게 방향전환이 가능해졌다. 그 중 최고사양인 DC37은 바닥의 재질을 자동으로 인식해 청소기 헤드를 조절해주는 기능도 탑재됐다. 이 제품의 가격은 99만8천원으로 100만원에 가깝다.

삼성전자의 모션싱크도 업그레이드된 흡입력과 지속성을 자랑한다. 사이클론의 회전력으로 먼지와 깨끗한 공기를 2번 걸러냄에 따라 청소기의 흡입력을 저하시킬 수 있는 필터 속 잔여 먼지를 최소화 했다고 삼성전자는 설명한다. 필터 속 먼지가 줄어 필터 청소나 교체의 번거로움도 줄였다. 여기에 기존 청소기와는 달리 본체와 바퀴가 따로 움직이는 ‘본체회전’ 구조를 채택해 재빠른 방향 회전이 가능하다. 모션싱크의 가격은 최고 75만원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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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의 최고가 진공 청소기 'S8 유니크 디럭스'의 가격은 무려 118만원이다. 밀레는 S8 시리즈의 전 기종에 미세먼지가 새어 나가지 않도록 깨끗한 공기만을 배출하는 12중 에어클린시스템을 적용했다. 특히 유니크 디럭스 모델은 본체 밑부분에 LED를 탑재해 소파나 침대 밑 등 어두운 공간을 청소할 때 편의를 높였다. 내구성 강한 크롬 재질과 고급 벨벳 소재를 적용해 고가 가구나 가전에 청소기가 부딪쳤을 때 흠집이 나지 않도록 디자인했다.

업계관계자는 글로벌 청소기 시장에서는 이미 고급형 청소기가 인기를 끌고 있다며 국내에서도 외산 업체들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지만 고급형 제품에 대한 수요가 꽤 크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삼성전자에 이어 LG전자도 고급형 시장을 준비하고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