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M이 클라우드화 바람을 타고 개방형 업체로의 변신을 시도 중이다. 반도체부터 오픈소스 소프트웨어업체까지 생태계를 구성해 거대 포털 및 SNS 업체 등 인터넷서비스 업계의 다양한 요구를 수용할 계획이다. 폐쇄형 모델로는 클라우드처럼 거대해지는 대규모 IT환경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IBM이 리눅스 생태계 조성에 나섰다. 유닉스 기술의 핵심인 파워프로세서를 개방형으로 내놨고 엔비디아, 구글 등과의 협력을 시작했다. 우리나라에서도 파워리눅스 진영을 끌어들이기 위해 노력 중이다. 한국IBM은 알티베이스, 비앤이파트너스, SK텔레콤 등과 파워칩, 파워리눅스 기반 솔루션 개발에 협력하고 있다.
■포털업계 변화 속 다양성 추구
이러한 IBM의 변화는 구글, 페이스북 등 인터넷서비스 업계가 이끌어 냈다. 관련업계의 서버 수요가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늘어나자 자사에 맞는 제품을 직접 제작해 사용하는 등 입맛이 까다로워지면서다.
한국IBM 파워시스템즈사업부 허욱 차장은 “이전에는 단일 공급업체가 박스 형태의 서버를 제작해 공급하는 형태였다면 대형 포털, 클라우드 업체 등은 맞춤형으로 직접 제작한다”며 “입맛에 맞는 제품에 대한 요구가 늘었다”고 설명했다. 구글은 이미 서버 생산량으로 전 세계 서버업계 5위 안에 들었다.
IBM은 이러한 업체들의 변화를 넋놓고 바라볼 수만은 없었다. “맞춤형 제품을 드립니다”가 IBM의 모토가 됐다. 개방형, 생태계를 강조하는 이유도 IBM 혼자만으로는 맞춤형 제품을 만들 수가 없다.
IBM이 생태계 안에 내놓은 제품에는 유닉스 서버의 핵심 기술이 집약된 파워프로세서다. 핵심기술집약체까지 아낌없이 내놓았다. 파워프로세서가 세상에 나온 이후 30여년이다.
IBM은 파워프로세서 펌웨어를 공개했고 오픈파워 컨소시엄을 마련했다. 반도체 내에도 최소한의 꼭 필요한 인터페이스만을 내장한 채 나머지 부분은 밖으로 빼냈다. 다양한 하드웨어 기술을 접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조치였다.
■구글·엔비디아와도 '맞손'
IBM 오픈파워컨소시엄에는 구글, 엔비디아, 타이안, 멜라녹스 등이 들어갔다. 엔비디아와는 고성능 GPGPU(일반 연산작업 GPU)와 파워프로세서를 접목할 계획이다. 타이완 마더보드 OEM업체인 타이안 등도 이 시장에서 협력한다. 네트워크 업체인 멜라녹스도 오픈파워컨소시엄에 들어갔다.
IBM은 오픈파워컨소시엄의 목적을 “현재 데이터센터의 문제점을 혁신할 수 있는 기술을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제 막 구성한 오픈파워컨소시엄의 첫 번째 결과물은 내년 나올 전망이다. 이후 생태계 확대도 예상된다.
파워프로세서는 프로세서 내의 기능을 바꿀 수 있도록 아키텍처를 대대적으로 수정했다. 메모리 기술이 바뀌면 프로세서도 이를 적용할 수 있게 됐다.
허 차장은 “프로세서의 기술 변화보다 메모리의 기술 변화가 빠르다”며 “현재 프로세서의 구조에서는 메모리의 기술이 바뀌면 프로세서도 바뀌어야 하지만 이제 쉽게 새로운 메모리 기술을 적용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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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령 현재 D램의 DDR3가 DDR4 기술로 넘어가게 되면 지금의 프로세서 구조에서는 프로세서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 구조가 바뀌지 않으면 DDR4를 적용할 수 없다. IBM 파워프로세서는 연계 인터페이스를 밖으로 빼내 변용할 수 있는 폭을 넓혔다. 외부 어댑터와 연계해 프로그래머블 반도체(FPGA)와의 통신도 할 수 있다.
허 차장은 “이제 협력사를 통해 더 다양한 서버를 만들 수 있게 됐다”며 “향후 유연한 클라우드 환경에 대응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