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파크는 왜 값싼 태블릿을 출시했나

일반입력 :2013/08/29 11:56    수정: 2013/08/29 15:18

남혜현 기자

인터파크도서도 새 전자책 단말기를 내놨다. 7인치 IPS LCD를 탑재한 안드로이드 태블릿 '비스킷탭'이다. 홈 화면을 서재로 꾸미고 기본 앱을 적게 깔아 전자책 읽기에 최적화했다. 인터파크도서가 중국서 ODM으로 제작, 가격을 18만9천원으로 내린 보급형 제품이다.

지난 19일 출시된 비스킷탭을 써봤다. 전자책에 최적화한 태블릿. 아마존 히트 상품 '킨들 파이어'를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외양은 애플 아이패드 미니와도 닮았다. 여느 태블릿 못지 않은 사양을 갖췄다. 판매가도 훌륭하다. 태블릿을 갖고 싶은데 가격이 부담이라면, 비스킷탭을 고려할만하다.

제품 전원을 켠 후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부분은 홈화면이다. 기본 앱을 시원하게 쳐내고, 내 서재와 추천 도서 목록만 볼 수 있게 해놨다. 전시된 도서 표지들을 손가락으로 넘기다 읽고 싶은 책을 골라 터치하면 곧바로 뷰어로 넘어간다. 이 태블릿의 용도가 '책 읽기'라는 점을 확실하게 한 셈이다.

인터파크도서가 추천하는 도서들도 화면 중앙에 나타난다. 이 중 하나를 선택하면 자동으로 상품정보 창이 활성화된다. 여기서 출판사 서평, 저자 소개, 독자 리뷰 등을 살펴본 후 결제할 수 있게 했다. 태블릿 시작 화면에서 책을 골라 결제까지 가게 하는 원스톱 쇼핑 시스템이 실제 도서 매출 증대로 이어질지 주목되는 부분이다.

다만, 시작 화면을 넘어 애플리케이션 모음으로 넘어가면 독서를 방해하는 요소들이 순식간에 늘어난다. 어떤 앱이든 다운로드 받아서 실행할 수 있는 곳이 구글 생태계다. 독서를 하겠다, 야심차게 구매했지만 책보다 즉각적인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콘텐츠가 넘실댄다. 단말기에 주어진 자유. 태블릿의 최대 장점이자 단점인 부분이다.

다음은 디자인. 전면엔 물리 버튼을 전혀 달지 않았다. 홈이나 뒤로 가기 같은 버튼은 화면 시행시 왼쪽 하단에 조그만 아이콘으로 나타난다. 전원을 켜기 전 보이는 것은 비스킷탭 로고와 30만 화소 전면 카메라, 조도 센서 뿐이다. 전원과 볼륨 조절 버튼은 오른쪽 면 상단에 차례로 위치했다. 이어폰 단자를 지원, 배경음을 함께 들어야 하는 앱을 실행할 수 있도록 했다.

마이크로SD 단자를 지원, 내부 저장 용량을 확장할 수 있게 했다. 기본 용량은 16기가바이트(GB)다. 미니 HDMI 단자를 지원해 태블릿 화면을 TV나 노트북 모니터 같은 큰 화면으로 뺄 수 있게 했다. 마이크로USB를 통해 충전과 콘텐츠 전송을 할 수 있다.

무게는 350g. 외출시 들고 다니며 웹 검색을 하거나 도서를 읽는 용도로 적당하다. 다만, 누워서 책을 보거나 장시간 독서에는 한 손으로 들기에 단말기 무게가 버거울 수 있다. 아이패드 미니나 구글 넥서스7 대비 무게가 약 40g 정도 더 나간다.

구색을 잘 갖춘 하드웨어와 달리 소프트웨어엔 아직 합격점을 주기 일러 보인다. '책 읽기' 하나만 놓고 보면 뷰어 환경이 만족스럽진 않다. 책을 한 권 구입해 페이지를 넘겨 봤다. 화면 오른쪽 가장자리를 서너번 이상 터치해야 페이지가 넘어가는 경우가 이따금 발생했다.

태블릿이 e잉크 단말기 대비 확실한 우위는 '속도'와 유려한 '사용자환경(UI)'이다. 예컨대 흑백 e잉크 단말기에서 책장을 넘기는 '깜빡' 하는 속도를 견디지 못하는 이용자들에 태블릿이 적당하다. 그런데 페이지 넘김에 시간이 든다면 전자책 시장서 태블릿 단말기의 경쟁력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

LCD의 밝기와 화려한 색감은 만화나 잡지를 보기에 좋다. LCD 조명으로 밤에도 책을 볼 수 있다. 반대로, LCD의 강한 조명 때문에 눈의 피로는 빨리 오는 편이다. 최근 출시된 6인치 급 스마트폰으로 책을 읽는다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물론, 눈의 피로는 개인차가 있을 수 있다.

7인치 화면 크기는 종이책 한 페이지를 그대로 담아낼 수 있는 넓이다. 포털 사이트 메인 페이지가 잘리지 않고 화면에 오롯이 나타나는 크기기도 하다. 웹과 앱을 두루 돌아다니며 경험할 수 있는 최소의 크기다. 다만, 크기의 딜레마는 있다. 전자책 전용 태블릿은 스마트폰과 e잉크 단말기 모두와 경쟁해 살아남아야 한다.

반나절, 비스킷탭을 써보고 든 느낌은 '필요성'이다. 우리나라 시장에서 태블릿 업체들이 갖고 있는 고민과 같다. 제품 자체는 좋은데, 사람들이 어떻게 쓰게 만들거냐 하는 부분이다. 여기에 '태블릿'이란 공간이 경쟁사들의 앱을 다운로드 받아 이용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쉽게 말해, 인터파크에서 비스킷 탭을 샀지만 다른 서점 앱을 깔고 구매할 수도 있게 열어 놓은 곳이 태블릿이란 플랫폼이다.

서점은 더 많은 도서를 팔고 충성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단말기를 만든다. 18만9천원이란 가격도, 보다 저렴하게 단말기를 제공해 미래 고객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이다. 때문에 인터파크도서는 비스킷탭으로 모험을 한 셈이다. 전자책 시장을 키우겠다란 대의를 세웠는데, 나름 경쟁력을 갖췄단 판단도 섰을 것이다. 물론, 그 경쟁력은 이용자 만족에서 나온다. 향후 비스킷탭의 개선 방향을 UI에 놓는다면 만족도도 올라가지 않을까.

■구매하고자 하는 이에게

전자책 단말기지만, 생애 첫 태블릿으로 추천할만 하다. 태블릿을 갖고 싶은데 부모님이 반대하는 학생들은 나 이거 사서 책볼게라고 핑계대기 좋다. 단, 부모님들은 태블릿은 도서 외에 어떤 앱도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는 점의 유의하시길.

관련기사

■사양

안드로이드 젤리빈 4.2를 운영체제로 채택. 구글플레이에서 원하는 안드로이드 애플리케이션을 내려받을 수 있음. 1.6기가헤르츠(GHz) 속도를 내는 ARM 코어텍스 A9 쿼드코어 프로세서. 앱이나 도서를 내려받을 내부 저장 공간 16기가바이트(GB). 7인치 IPS LCD 패널의 해상도는 1280x800. 화면 비율은 16 대 10. 프로그램이 돌아가는 속도를 좌우할 RAM은 1GB DDR. 카메라는 전면 30만, 후면 200만 화소임. 와이파이 무선랜을 지원하지만 3G나 4G는 사용 못함. 도서는 와이파이가 터지는 곳에서 내려 받고, 인터넷은 스마트폰 테더링을 이용하면 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