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민간항공기구(ICAO)의 권고에 따른 유럽연합(EU)의 전자여권칩 보안규정 강화 조치에 따라 IC칩 제조업체들은 이미 이에 대한 대비를 마치고 치열한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전자여권을 바탕으로 전자주민증, 교통카드, 유심칩 등 광범위한 스마트카드용 IC칩 사업에 진출을 용이하게 하기 위한 포석으로 분석된다.
2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ICAO가 최근 추가액세스콘트롤(SAC)을 전자여권에 탑재하도록 권고함에 따라 EU는 회원국들에 내년 12월까지 이를 의무화할 것을 요구한 상태다. EU의 결정에 따라 내년 말까지 유럽 전역의 전자여권 교체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관련 업계는 이에 대한 대비를 끝마치고 입찰 경쟁에 대비하고 있다.
ICAO의 권고는 최근 여행객 증가와 더불어 전자여권 보안성에 대한 요구가 동시에 높아지는 가운데 나왔다. ICAO 등 관계 당국은 기존 기본액세스콘트롤(BAC) 대신 비대칭 암호화를 기반으로 한 SAC를 도입해 전자여권에 담긴 개인정보에 대한 보안을 높일 것을 요구하고 있다.
업계도 이에 맞춰 발빠르게 연구개발을 진행하며 대응해왔다. 삼성전자는 이미 지난 4월 스마트카드용 IC칩 국제 공통평가기준 CC(Common Criteria) 보안 인증에서 최고 등급인 ‘EAL7’을 획득했고, 인피니언은 허가되지 않은 데이터 변조를 방지하는 ‘인테그리티 가드’ 기술로 각국 정부 당국에 어필하고 있다.
칩 제조 업계 관계자들은 “이미 칩에 대한 인증은 다 마친 상황이어서 따로 준비할만한 부분은 없다”고 말했다. COS 솔루션 업계 등 다른 관련 업계도 비슷한 입장이다. 따라서 시장에서의 승패는 각 국가별 선정 입찰 혹은 수의계약 성사여부에서 결판날 것으로 보고 업계에서는 영업력을 강화하기 위한 전략 마련에 착수했다.일단 유럽에서 가장 먼저 강화된 규정에 따라 전자여권 교체에 나선 보스니아 공화국 입찰 경쟁에서는 인피니언이 웃었다. 인피니언의 SLE 78이 입찰에서 선정된 뒤 칼스틴 로친스키 인피니언 정부 ID 칩카드 및 보안 부문 총괄 책임자 부사장은 인피니언의 보안칩은 향상된 데이터 보안을 달성하기 위한 기술적으로 꼭 필요한 요소로 정부 당국이나 시민들이 전자여권 및 전자신분증에 대해서 신뢰할 수 있도록 한다고 말했다.
업체들이 전자여권칩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준비하는 이유는 성장 가능성이 큰 전체 스마트카드 시장 때문이다. IC칩이 적용되는 스마트카드는 전자여권뿐만 아니라 전자주민증, 전자의료보험증 등 정부 공인 신분증 분야에 다양하게 적용되고 있다. 또 실생활 관련 분야에서도 교통카드, 신용카드, 휴대전화 유심칩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어 그 시장규모는 점차 더욱 커질 전망이다.
따라서 업체들은 상징성을 가진 전자여권 시장을 잡아 해당 국가의 다른 여타 분야로의 진출을 꾀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도 다양한 용도로 활용되는 스마트카드 시장의 성장 가능성 때문에 차세대 먹거리로 보고 투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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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여권은 IC칩과 칩 작동을 제어하는 운영체계 솔루션 칩OS(COS), 전파 송신을 담당하는 안테나 등으로 구성된다. 칩은 인피니언테크놀로지스와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NXP반도체, 삼성전자 등이 제조하고 있다. COS는 프랑스 젬알토, 독일 G&D 등 유럽 업체들이 시장을 이끄는 가운데 국내에서는 코나아이와 한국조폐공사가 솔루션을 개발해 EU의 인증을 획득하는 등 전자여권 시장 참여를 시도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IHS에 따르면 현재 유럽에서 약 1억9천200만장의 전자여권이 발급됐으며, 매년 3천만 장 이상의 신규 전자여권이 발급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