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내달 스마트워치 출시로 '구글 소프트웨어(SW) 생태계'로부터 독립을 시도할지 관심이다. 그간 회사는 최대 비중을 차지하는 스마트폰과 태블릿 제품을 위한 SW를 대부분 구글에 의존해왔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갤럭시기어'가 기존 모바일 제품처럼 안드로이드에 기반하긴 하지만, 삼성전자가 스마트워치용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을 통해 자체 SW생태계를 꾸릴 가능성도 점쳐진다. 향후 애플처럼 하드웨어(HW)와 SW가 긴밀하게 엮인 제품 개발과 상용화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는 암시로 읽힌다.
우선 최근 온라인 IT미디어 기가옴은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갤럭시기어가 돌리는 앱을 '구글플레이' 대신 '삼성앱스'에서 내려받도록 만들어졌다고 보도했다. 또 그 조작과 관리를 위한 앱은 모바일기기에서 돌아간다고 전했다. 사실이면 갤럭시기어는 삼성앱스에 연결 가능한 삼성전자 모바일 기기로만 다룰 수 있는 셈이다.
■갤럭시기어 생태계, 삼성전자 손에 통제되나
이는 사실 초기 갤럭시기어 사용자에게 대수롭지 않은 얘기일 수 있다. 어쨌든 '안드로이드용 스마트워치 앱'이라 부를만한 시장은 당장 형성된 게 아니기 때문이다. 그 시장을 만들어 줄 개발자들이 구글플레이를 연계할 수 있다면 상대적으로 빠른 규모를 형성할 수는 있겠지만 앱의 품질까지 장담해주지 않는다.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HW와 SW를 직접 통제하는 스마트워치를 내놓고, 개발자들에게 삼성앱스에 갤럭시기어 앱을 만들어 내놓으면 어떤 이득이 생길 것인지 세심히 알리는 게 훨씬 편리한 시나리오다. 삼성전자가 구글플레이와의 연동을 꾀할 경우 앱 생태계 측면에서 기대되는 이득이나 효과가 크지 않다.
그런데 엄밀히 말해 삼성앱스는 개발자들 입장에서 매력적인 시장이 아니다. 사실 삼성앱스를 통해 제공되던 안드로이드 기기용 앱들은 내용과 특성 면에서 구글플레이 장터의 것과 다르지 않다. 또 장터의 활용도나 앱이 제공되는 규모와 다양성으로 치면 구글플레이 쪽이 훨씬 우세하다.
다만 삼성전자도 이를 알고 있었고 초기 생태계 규모를 확보하기 위해 인위적인 조치를 취했다. 예를 들어 개발된 앱을 구글 장터와 삼성앱스에 같이 올리는 게 기술적으로 엄청나게 까다롭진 않다. 삼성전자가 장터에 물량을 유치하기 위해 일부 무료앱 등록을 의뢰한 개발자들에게 금전을 보상한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가 갤럭시기어를 본격 상용화할 경우, 또는 제품을 공개하고 시판에 이르는 기간에 걸쳐서도, 기존처럼 SW생태계 형성을 위해 인위적인 노력을 꾀할 수 있다. 스마트워치라는 제품군이 대중화되지 않은 시점이라 개발자들 입장에선 물질적인 유인을 제시받지 못하더라도 초기 시장 선점 차원에서 공을 들일 여지가 크다.
■삼성전자가 구글 생태계에서 독립할 가능성
삼성전자의 강점은 고성능 HW를 통한 성능 개선과 이를 빠르고 비용 효율적으로 실현할 수 있도록 수직통합된 반도체, 디스플레이, 단말기 사업 구조에서 나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삼성전자는 안드로이드를 스마트폰과 태블릿용 핵심SW로 활용한 여러 제조사들 가운데 가장 성공을 거둔 업체다.
다만 삼성전자가 안드로이드 제조사 입장에서 갖출 수 있는 SW역량은 결국 남의 것을 잘 고쳐 활용하는 수준을 넘지 못한다. 스스로 혁신적인 제품의 HW를 만들더라도 그 SW를 여전히 구글에 의존할 여지가 남는다. 이는 소비자에게 HW성능을 넘어선 서비스 수준의 가치를 제시하려 할 때 걸림돌이 돼왔다.
실제로 구글은 제조사들에게 안드로이드를 무료로 제공하며 오픈소스라이선스를 적용해 누구나 필요에 따라 기능을 넣고 뺄 수 있도록 해왔지만 그 큰 줄기는 구글 서비스와 통합된 모바일 기기용 플랫폼을 벗어나지 않고 있다. 공식적으로 스마트워치용 안드로이드는 존재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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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이 스마트안경 '구글글래스'처럼 직접 제품을 만드는 방식으로 안드로이드 기반 스마트워치 시장에 눈독을 들일 경우 삼성전자와는 경쟁할 수 있다. 또는 안드로이드에 스마트워치 형태의 기기를 위한 기능과 특성을 강화해 나갈 경우 시장 확대에 기여할 수 있지만 삼성전자의 생태계와는 거리를 늘려갈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가 갤럭시기어 제품으로 호응을 이끌고 스마트워치 시장을 선점해낼 경우 모바일 기기에서는 실현하지 못했던 구글 SW생태계로부터의 독립성을 키워나갈 수 있을 전망이다. 하지만 여전히 구글SW를 품고 출시되는 모바일기기와 연동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완전한 독립까지는 갈 길이 멀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