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사 실적잔치, 왜 KT만 피해갔나

일반입력 :2013/08/02 11:18    수정: 2013/08/02 14:35

KT가 유무선 사업 부진으로 부진한 2분기 실적을 내놨다. 금융부문 자회사와 KT렌탈, KT스카이라이프 등 그룹의 근간인 통신 외 사업 부문의 선전으로 낙폭을 겨우 줄인 상황이다. 이 회사에 앞서 2분기 실적을 발표한 SK텔레콤, LG유플러스와 비교해 영업이익 증가폭이 상당히 작다는 것에 이목이 집중된다.

경쟁사들은 방송통신위원회의 규제로 무선 번호이동 보조금을 줄이자 마케팅 비용의 감소로 영업익을 큰 폭으로 올렸다. LG유플러스의 경우 흑자전환에 성공하기도 했다. 반면 KT는 보조금 대란이 일었던 1분기와 비교해도 영업익이 줄어들었다.

2일 KT는 실적발표를 통해 2분기 매출 5조7천570억원, 영업익 3천483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매출과 영업익은 각각 전년 동기 대비 0.8%, 0.7% 늘었고, 지난 1분기 대비 5.7%, 5.2% 감소했다.

같은 기간 SK텔레콤은 K-IFRS 연결 재무제표 기준으로 매출 4조1천642억원, 영업이익 5천534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익은 전년 동기 대비 33.2%, 전분기 대비 34.8% 증가했다.

LG유플러스는 매출 2조7천634억원, 영업익은 1천448억원을 달성했다. 영업익은 전년 동기 대비 10.6%, 전분기 대비 4.7% 증가한 수치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2분기 실적을 두고 “방송통신위원회 제재에 따른 시장 안정화로 마케팅 비용이 감소하자 영업익이 올랐다”고 입을 모았다.

■KT 나홀로 영업익 제자리, 마케팅 비용 변화는?

KT는 전년 동기 대비 0.7% 증가한 영업익 성적표를 받아들였다. 사실상 제자리인 셈이다. 특히 직전 1분기 대비 영업익이 5.2% 감소한 점이 쓰라린 부분이다. SK텔레콤, LG유플러스가 전분기 대비 34.8%, 4.7% 증가한 것과 엇갈린 행보다.

통신업계 전반적으로 방통위 규제에 따라 보조금이 줄어들어 마케팅 비용이 감소했다는 점에서 전년동기 대비보다 직전분기와 비교한 실적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 ‘17만원 갤S3’로 시장 왜곡을 낳았던 불법 보조금 사태와 이통3사 순환 영업정지에 따른 가입자 뺏기 전쟁으로 마케팅 비용에 극에 달했던 시기이기 때문이다.

SK텔레콤은 2분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2%, 직전분기 대비 5.9% 감소한 8천528억원을 마케팅 비용으로 사용했다. LG유플러스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3%, 직전분기 대비 0.8% 감소한 4천462억원을 마케팅 비용으로 썼다.

KT 역시 마케팅 비용을 줄었다. KT는 2분기 6천249억원의 마케팅 비용을 집행했다. 2월말 영업정지때 빼앗긴 30만명의 가입자를 만회하기 위한 마케팅이 늘었다는 지적도 나오지만, 실제로는 전분기 대비 10.4%, 전년 동기 대비 7% 감소했다. 경쟁사처럼 보조금 규제로 마케팅 비용이 줄어든 것이다.

■KT “날로 축소되는 유선수익, 사업구조 ‘탓’”

마케팅 비용 감소 추세를 따랐지만, 경쟁사와 달리 영업익이 줄어든 점을 두고 KT 측은 유선 매출의 지속적인 감소를 주된 이유로 들었다. 타사 대비 큰 비중을 차지하는 무선수익, 특히 유선전화 매출이 꾸준히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KT는 유선수익과 무선수익이 비중이 비슷한 편이다. 즉 타사보다 유선수익 비중이 크다는 점을 뜻한다. 반면 통신시장 추세는 무선, 특히 LTE 시장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KT는 유선 가입자를 무선 시장으로 끌고오지 못하면, 가만히 앉아서 통신 수익이 악화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유선사업 부문 2분기 매출은 1조5천7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4% 줄었다. 1년새 1천억 가까이 수익이 줄어드는 상황이다.

유선전화 매출 하락이 두드러진다. 유선 사업 부문 내에서 초고속인터넷은 성장하고 있지만 유선전화는 전년대비 10.7% 하락한 765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기존 설비를 이용해 투자는 거의 없지만 연간 1천억 매출 하락은 다른 사업부문으로 매꿔야 하는 판국이다.

이에 KT 관계자는 “무선수익 강화가 당면한 숙제인 점은 맞다”면서 “미디어콘텐츠와 같은 기존 통신 영역 외 사업의 확대로 올IP 전략으로 향후 실적을 개선할 여지는 있다”고 설명했다. 신사업으로 기존 사업의 부진을 털어내겠다는 뜻이다.

■“무선 가입자, LTE 비중이 경쟁사보다 낮다”

유선 부문 실적 약화와 무선 부문도 KT는 경쟁사와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뒤늦게 시작한 LTE 서비스에 따라 타사보다 3세대(G) 이동통신 이용자 비중이 높고, LTE 가입자 비중이 낮은 편이다.

KT는 현재 LTE 가입자 606만명을 유치했다. LTE 시장 점유율 2위에 오르긴 했지만 여전히 LTE 가입자가 전체 무선 가입자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지 못한다. 최근 미래창조과학부가 밝힌 LTE 보급 2년만에 3G 이용자를 넘어섰다는 내용이 KT와는 맞지 않은 것.

LTE 가입자 비중이 낮은 점은 그대로 가입자당 평균매출(ARPU) 감소로 연결됐다. LTE 이용자가 과금율이 더 높아 ARPU 상승을 이끈다는 점을 감안하면, KT는 비용 축소보다 수익 강화 부진이 타사보다 영업익을 개선하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경쟁사의 ARPU와 비교하면 KT는 2천원 가까이 적은 편이다.

각사 2분기 실적발표에 따르면, SK텔레콤의 ARPU는 전년동기 대비 3.3%, 전분기 대비 1.0% 늘어난 3만4천12원이다. LG유플러스는 전년 동기 대비 13.1%, 직전분기 대비 3.7% 증가한 3만3천834원이다. 두 회사 모두 LTE 가입자 증가 영향에 따라 ARPU 상승폭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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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는 이 기간 3만1천615원의 ARPU를 기록했다. 전분기 대비 1.6% 성장, SK텔레콤보단 빠른 증가세지만 여전히 낮은 편이다.

이에 대해 KT 관계자는 “현재 LTE 가입자 비중은 36.8%로 타사보다 ARPU가 낮은 편은 맞지만 오히려 LTE 가입자 증가에 따라 향후 개선될 폭은 가장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