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고비 넘은 이통사, 가을전쟁 벼른다

일반입력 :2013/08/01 08:37    수정: 2013/08/01 10:12

정윤희 기자

독(毒)이 약(藥)으로 작용했다. 방송통신위원회의 휴대폰 보조금 규제가 이동통신사 실적에는 오히려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하반기는 LTE-어드밴스드(LTE-A)와 방통위의 2차 제재, 주파수 경매가 겹치면서 통신시장 경쟁에 관심이 쏠렸다.

지난달 30일까지 실적 발표를 마무리한 SK텔레콤, LG유플러스는 규제 효과에 따른 마케팅 비용 감소로 영업이익이 급증한 것으로 집계됐다.

구체적으로 SK텔레콤은 영업이익으로 5천534억원을 기록, 전분기 대비 34.8%, 전년동기 대비 33.2% 늘어났다. 마케팅 비용이 전분기 대비 5.9%, 전년동기 대비 11.2% 감소한 데 따른 것이다. LG유플러스 역시 영업수익 증가 및 마케팅 비용 감소 영향 등으로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15억원 적자) 대비 흑자전환, 직전 분기 대비 17.6% 증가한 1천448억원을 기록했다.

다만 오는 2일 실적발표를 앞둔 KT는 당초 시장기대치보다 저조한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키움증권 안재민 애널리스트는 보고서를 통해 “(KT는) 1분기에 비해 경쟁이 줄어들어 마케팅 비용이 감소하겠지만, 자회사 매출, 부동산 매출이 줄어들고 각종 비용이 증가해 2분기 실적은 기대에 못 미칠 것”이라며 “8월 이후 주파수 확보에 따라 광대역, 설비투자(CAPEX) 절감 등으로 변화될 모습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LTE-A 경쟁 ‘불꽃’…주파수 경매 ‘승부’

하반기 통신시장 경쟁은 LTE-A를 중심으로 불꽃 튈 전망이다. 크게 보면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 사이의 LTE-A 가입자 확보 경쟁과 가입자 방어에 안간힘인 비(非) LTE-A 사업자 KT와의 쟁탈전이 동시에 전개될 것이란 예상이다.

현재는 SK텔레콤(6월 26일)과 LG유플러스(7월 18일)가 LTE-A를 상용화한 상태다. 특히 SK텔레콤은 LTE-A 서비스 한 달 만에 30만명 이상의 가입자를 확보한 것으로 집계됐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 모두 하반기 출시될 대부분의 단말기가 LTE-A로 나올 예정이라 서비스는 더욱 확산될 것으로 예측된다. 황수철 SK텔레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올해 연말경 신규 및 기기변경 가입자의 50% 이상이 LTE-A를 선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KT는 갈 길이 바쁘다. 아직까지 LTE-A 서비스 일정조차 잡지 못한 상태인데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난 30일부터 단독 영업정지에 들어갔다. 현재 ‘2배 이벤트’, 기기변경 프로모션 등으로 가입자 방어에 나선 상태지만 힘겨운 싸움이 예상된다.

KT는 LTE-A 보조망으로 활용해야 할 900MHz 대역의 주파수 간섭현상 제거가 끝나지 않아 올해 안에는 서비스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때문에 내달로 예정된 주파수 경매에 모든 기대를 걸고 있는 상황이다.

KT가 1.8GHz 대역의 인접대역(D블록)을 낙찰 받을 경우 광대역 LTE를 서비스할 수 있게 된다. 광대역 LTE를 하게 될 경우 캐리어 애그리게이션(CA)을 적용하지 않고도 기존 LTE보다 두 배 속도를 낼 수 있어 LTE-A에 대응 가능하다.

미래창조과학부는 1.8GHz 대역과 2.6GHz 대역에 대한 주파수 경매 신청 접수를 내달 2일 마감하고, 내달 중으로 경매를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KT는 미래부가 제시한 ‘복수플랜 혼합경매’ 할당방안이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의 담합을 조장, ‘재벌만을 위한 안’이라고 반발하며 경매 보이콧까지 거론하고 있다.

■보조금 억제 지속…시장 과열 없다?

하반기는 LTE-A 등 경쟁 요인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인 시장 안정화는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3분기에도 정부의 보조금 억제 정책이 계속되면서 올해 초 영업정지 기간과 같은 ‘대란’을 없을 것이라는 얘기다. 이통사 CFO들 역시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을 통해 이 같은 전망에 힘을 실었다.

황수철 SK텔레콤 CFO는 “LTE 보급률도 진행된 데다 정부의 보조금 억제 의지로 인해 시장이 과열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며 “시장 안정화 추세는 통신산업의 구조적 경쟁전환에 따른 것으로 특별한 상황이 없는 한 내년에도 안정화 추세가 계속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성현 LG유플러스 금융담당 상무 역시 “2분기부터 시작해 3분기까지는 안정적 시장 상황이 지속됨에 따라 가입자가 급증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8월 휴가 시즌과 영업 비수기로 3분기 경쟁 환경은 더욱 완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실제로 6월달 이후를 대상으로 하는 방통위의 보조금 2차 조사가 현재진행형이다. 지난 18일 방통위가 이통3사에 대해 과징금 총 669.6억원을 부과하고 과열 주도사업자로 꼽힌 KT에 단독 영업정지 처분을 내린데 이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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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투자증권 박종수 애널리스트는 “이통사들이 과거보다 보조금 경쟁을 벌이기 어려운 환경으로 바뀌면서 3분기 이후 무선 마케팅 강도는 지속적으로 안정 추세를 보일 것”이라며 “2분기 대비 이익이 개선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HMC투자증권 황성진 애널리스트 역시 “하반기에는 마케팅비 지출이 안정적인 수준에서 형성될 것”이라며 “최근 통신시장 경쟁 패러다임이 기존의 보조금에서 서비스/요금 경쟁으로 전환되고 정책당국의 보조금 규제 역시 이어지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