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 스파이 의혹 美-英에 "닥쳐" 응수

일반입력 :2013/07/20 12:55    수정: 2013/07/20 20:17

이재운 기자

계속 스파이 혐의를 받아오던 중국 통신장비 제조업체 화웨이가 반격에 나섰다. 미국과 영국의 전현직 고위급 관리들이 제기한 공격에 대해 더 이상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반응으로 풀이된다.

美 지디넷은 20일 윌리엄 플루머 화웨이 부회장이 시나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스파이 노릇을 했다는 확실한 증거를 제시(Put up)하기 전에는 ‘닥치고’(Shut up)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계속된 화웨이의 중국 정부 스파이설에 대해 화웨이가 강도높게 비판하며 적극적으로 반격에 나선 발언이다. 화웨이는 중국의 통신장비 제조업체로 출발, 최근에는 스마트폰과 태블릿PC 제조에까지 손을 뻗치고 공격적인 경영을 이어나가고 있는 업체다. 중국은 물론 아시아 전역에 이어 미국과 유럽에까지 스마트폰 판매를 실시하고 있기도 하다.

지난해에는 노키아의 본진인 핀란드 수도 헬싱키에 스마트폰 연구개발(R&D) 센터를 세웠고, 심지어 노키아를 인수하려는 의지도 표명했을 정도다. 최근 출시한 ‘어센드P6’는 아이폰5에 버금가는 얇은 두께를 자랑하며 화제가 됐다.

통신장비 업계에서도 가격경쟁력을 바탕으로 기존 선두업체들을 위협하면서 업계의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그런 무서운 성장세 때문인지, 미국과 유럽에서는 화웨이의 통신 장비에 도청기가 달려있어 중국 정부가 자신들의 통화 내용을 모두 파악하고 있으리라는 음모론이 끊임없이 제기되어왔다. 최근의 사례만 보더라도 지난 18일(현지시각) 영국 정부와 마이클 헤이든 전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각각 화웨이의 스파이 혐의를 제기했다.

영국 정부는 옥스퍼드셔에 있는 사이버보안센터에서 화웨이의 역할(장비 공급업체)에 대해 재검토할 것이라며, 화웨이가 공급한 기지국 장비 등에서 스파이 행위가 의심되는 정황이 포착됨에 따라 조사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헤이든 전 CIA국장도 호주의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화웨이가 광범위한 정보 수집활동을 펼친 뒤 수집된 정보를 중국 정보당국에 전달했다고 주장했다. 헤이든 전 국장은 지난 2008년까지 9년간에 걸쳐 국가안보국(NSA)과 CIA 수장으로 있었던 인물이어서 그 파장이 더 컸다. 화웨이는 강하게 반발했다. 스콧 사이크스 화웨이 국제 미디어 총괄 책임자는 같은 날 성명을 발표하고 “스파이 행위에 대한 우려가 세계적으로 커지는 현 상황에서 (화웨이의) 명성에 타격을 주는 터무니 없는 발언은 혼란을 야기할 뿐이다”라고 스파이 혐의에 대해 반박했다. 앞서 소개한 플루머 부회장의 강한 반박 역시 화웨이가 인내심의 한계에 달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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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중국 업체의 무서운 성장세와 더불어 중국이라는 국가 자체가 서구 사회에 위협으로 다가오는데 따른 견제 목적이 있다고 작금의 사태를 진단했다. 업계 관계자는 “화웨이의 성장세는 물론 중국이라는 국가 자체에 대한 견제 심리가 미국 정부의 조바심을 자극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화웨이는 미국 정부가 보호무역주의를 적용해 시장이 너무 폐쇄적이라며 ‘상업적인 측면에서 실망스럽다’는 반응을 보이며 또 다른 형태로 불만을 표현하기도 했다. 중국의 통신장비 대형제조업체가 서구 세계의 사회적 카르텔을 어떻게 극복할지 주목되는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