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안 터지는 서비스’ 시연에 나섰다. 한마디로 “우리 LTE-어드밴스드(LTE-A) 이 정도까지 안 좋아요”로 요약된다. 대부분의 기자간담회나 시연회가 신규 서비스나 기술의 장점을 자랑하기 위해 열리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다.
업계에서는 내달 열릴 주파수 경매를 앞두고 KT가 1.8GHz 인접대역 확보를 위한 정부 압박용 카드를 꺼내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미 LTE-A를 상용화한 경쟁사와 맞서기 위해서는 LTE 광대역이 필요하다는 논리다.
KT는 16일 KT안양지사에서 900MHz 대역의 주파수 간섭현상 검증 시연회를 열었다. 전파간섭 현상이 극심해 제대로 된 LTE-A 서비스를 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자리다.
현재 KT는 1.8GHz에서 LTE 전국망을 서비스 중이다. 900MHz는 보조망으로 활용해 캐리어 애그리게이션(CA)을 적용, LTE-A 서비스를 할 계획이다. 다만 900MHz의 경우 무선인식전자태그(RFID) 차단기, 무선전화기(CP)와의 주파수 간섭현상으로 아직까지 상용화를 하지 못한 상황이다.
■900MHz 속도 저하 뚜렷…“주파수 옮겨달라”
이날 KT는 900MHz 대역의 간섭현상을 실내 모의실험 및 현장검증을 통해 시연했다. 현장검증은 KT안양지사(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달안동)에서 지하철 4호선 평촌역까지 약 5Km 구간에 걸쳐 진행됐다.
그 결과 실제로 RFID, 무선전화기에 의한 속도 저하가 뚜렷이 나타났다. 시연회 자리에서 속도 측정 애플리케이션 벤치비로 LTE-A 속도를 잰 결과, 다운로드 속도 약 22Mbps, 업로드 속도 0.95Mbps를 기록했다.
김영인 KT 네트워크본부 상무는 “RFID 영향은 업로드 속도를 봐야한다”며 “1.8GHz 대역의 평균 다운로드 23Mbps, 업로드 12Mbps에 비해 현저히 저하된 속도”라고 강조했다.
그는 “어느 한 지역의 문제가 아닌 전국적인 문제”라며 “대구, 부산, 광주, 안양 등에서 측정한 결과 가입자가 600만이 넘는 1.8GHz 대역에서는 평균 업로드 속도가 15~18Mbps에 달했는데 사용자가 전혀 없는 900MHz에서는 1~9Mbps를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무선전화기도 마찬가지였다. LTE-A를 사용 중인 상황에서 약 1m 가량 떨어진 곳에서 무선전화기를 쓰기 시작했더니 아예 통화가 끊어졌다. KT에 따르면 무선전화기에 가까이 갈수록 19.2Mbps의 속도가 12.8Mbps까지 줄어들고 10m 이내에서는 통화권을 이탈했다.
김 상무는 “지난해 9월 간섭현상을 인지하고 옛 방송통신위원회에 신고, 그후 미래창조과학부와 함께 문제 해결에 나섰으나 9개월여가 지난 지금까지 지지부진”이라며 “지금 주파수 클리어링 상황은 전체적으로 더러운 옷의 소매 한 쪽만 빤 것과 같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KT가 원하는 것은 주파수 대역을 옆으로 옮기는 것이다. 기존 905~915MHz 대역을 1MHz 이동시켜 904~914MHz에서 서비스를 하는 것이다.
다만 이 경우 LG유플러스의 884~894MHz 대역과 가까워지기 때문에 LG유플러스의 동의가 필요하다. 기존 10MHz 폭의 안전범위가 9MHz로 줄어들어 새로이 LG유플러스 대역과 간섭현상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미래부는 이와 관련해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등과 함께 필드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KT 대역이 가까워질 경우 우리 서비스 대역과 주파수 간섭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며 “LG유플러스 고객에게 피해가 갈수도 있는데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KT “정부 정책 믿었는데”…경매 압박 카드?
KT는 이날 “정부 정책을 믿고 900MHz 대역을 선택했다”며 미래창조과학부를 에둘러 압박했다. 당초 지난 2008년 800MHz, 900MHz 할당 당시 RFID는 2011년 6월까지, 무선전화기도 올해 말까지 종료, 없어지는 조건이 걸려있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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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성목 KT 네트워크부문장 전무는 “RFID, 무선전화기 종료가 예정돼있었기 때문에 900MHz를 선택해서 준비했었던 것이지 이러한 조건이 없었다면 선택하지 않았다”며 “방통위 정책을 믿고 900MHz 대역을 선택한 것이기 때문에 KT 주파수 정책 실패라는 말은 맞지 않다”고 말했다. 경쟁사에서는 KT가 내달 열릴 주파수 경매를 앞두고 1.8GHz 인접대역을 할당 받기 위한 꼼수라고 비판하고 있다. 주파수 경매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 900MHz 문제를 공식적으로 제기하고 나섰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KT는 “달리기 시합에서 경쟁사는 전력질주 하는데 KT는 목발 짚고 달리는 형국”이라며 “900MHz 간섭문제가 이처럼 심각함에도 불구하고 ‘주파수 확보를 노리고 900MHz 이슈를 부각 시킨다’는 경쟁사의 주장은 KT의 진정성을 왜곡시켜 자사에 유리한 논리를 만들고자 하는 꼼수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