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그룹 노동조합이 주파수 경매의 변수로 떠올랐다. 주파수 할당안이 정해지기 전에는 이동통신3사가 첨예한 신경전을 벌였다면, 이제는 KT노조가 미래창조과학부와 정면으로 맞섰다. 초유의 이같은 사태에 정부는 물론 경쟁사들 조차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배경과 향후 추이에 비상한 관심이 쏠리는 이유이다.
KT노조는 9일 오후 3시부터 미래부가 있는 과천 정부청사 앞 운동장에서 ‘미래창조과학부의 주파수 부당경매 철회 촉구 결의대회’를 열었다.
이는 지난 2일 KT노조가 공식 입장 자료를 내고 광화문 KT사옥 앞에서 첫 번째 집회를 연 데 이은 것이다. 이날 모인 5천여명의 조합원(KT노조 추산)은 머리에 붉은 띠를 두르고 “부당경매 철회”, “미래부 아웃(out)” 등을 외쳤다.
정윤모 KT노조위원장은 투쟁사를 통해 “주파수 할당 투쟁은 고객을 재벌기업의 담합과 횡포로부터 지켜내기 위한 100년 국민통신기업 KT그룹의 의무”라며 “창조경제를 부르짖고 ICT산업 발전을 이끌겠다던 미래부가 재벌과 손잡고 제단 위에 KT만 올려놓은 채 한바탕 질펀한 도박판을 벌일 준비를 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주파수, KT노조 변수 급부상…2라운드 시작
사실 노조가 나서서 회사 대신 정부 정책에 반기를 드는 것은 흔치않은 일이다. 업계 일각에서 KT노조가 주파수 할당 공고가 난 이후 정부를 공개적으로 비판하기 부담스러운 사측의 입장의 대변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된 이유기도 하다.
이에 대해 KT노조는 “주파수는 30만 KT그룹 가족의 생존권이 달린 문제”라고 설명한다. 정부의 잘못된 정책으로 인해 KT그룹이 생사의 기로에 놓여있다는 얘기다. KT노조는 지난 3일 주요 중앙 일간지 및 경제지 1면 하단에 ‘대통령께 호소합니다. 재벌의 주파수 돈잔치에 서민은 등이 휩니다’는 제목의 의견 광고를 게재하기도 했다.
확실한 점은 KT노조가 주파수 논란의 돌발 변수로 떠올랐다는 점이다. 실제로 KT노조가 나선 이후 다소 양상이 달라졌다. 경쟁사인 SK텔레콤, LG유플러스 노조 역시 제각각 성명을 내놔 노조전(戰)으로 불길이 번지는가 하면, 미래부조차 벌써 두 번이나 공식 입장을 내놓으며 진화에 나섰다.
윤종록 미래부 제2차관은 9일 KT노조 결의대회에 앞서 가진 긴급 브리핑을 통해 “이동통신사들이 자사의 입장을 대변하거나 의견을 제시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으나 모든 사업자가 100% 만족할 수는 없다”며 “전파의 주인이 국민이라는 관점에서 가장 공정하고 합리적인 선택을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수정 가능성 있나…KT노조 노리는 것은?
사실 미래부가 이미 관보를 통해 주파수 할당 공고를 한만큼, 최종 할당안 자체가 바뀌기는 어렵다. 앞서 미래부가 윤종록 차관까지 나서 수차례 “할당안은 이미 결정됐다”며 “현재 계획이 가장 합리적인 안”이라고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렇다고 경매 방법과 절차 등이 바뀔 가능성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지난 4일자 관보에 게재된 미래부 공고 제2013-119호 이동통신(IMT)용 주파수할당에 따르면 공고 말미에 ‘경매진행을 위해 불가피한 경우 미래부는 ’가격경쟁주파수 할당의 방법 및 절차‘를 일부 수정해 시행할 수 있다“고 명시돼있다.
업계에서는 KT노조가 해당 조항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고 있다. KT노조가 내놓은 요구 사항이 경매 절차나 방법과 관련된 것도 이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KT노조는 ‘밴드플랜2에서만 3개 사업자가 자유롭게 경쟁하는 것’을 최선책으로, ▲밴드플랜 1에서 한 번 올린 금액은 밴드플랜 2로 이동해 내려와도 자기가 올린 금액으로 낙찰 받아야 한다 ▲오름입찰 중에는 상승분의 평균값이 인정돼야 한다 ▲밀봉입찰 시 최고 입찰가에 상한 금액이 정해져야 한다 등을 차선책으로 제시했다.
업계 고위 관계자는 “공고까지 난 마당에 큰 틀이 바뀌기는 어렵겠지만 마이너한 부분에서는 바뀔 가능성이 아예 없지만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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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노조는 향후 투쟁 수위를 더욱 높인다는 방침이다. 우선 금주 한 주 동안 청와대, 각 정당,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를 방문해 입장을 전달한다. 동시에 ‘KT그룹 노동조합의 요구안’을 배포하는 대국민 선전전도 병행할 예정이다.
KT노조는 “미래부가 지난 2011년 돌 섞인 쌀과 같은 900MHz 불량 주파수를 준 것도 모자라 또다시 KT에게 발을 묶고 한쪽 레인에서만 뛰라고 요구한다”며 “미래부가 정책실패를 인정하고 즉각 900MHz 불량품을 클리어링하고 불공정한 경매방법을 즉각 보완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