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을 준비하면서 5년, 10년만 늦었어도 오래된 컴퓨터들을 못 구했겠구나 싶었다. 그 컴퓨터들은 70년대 말에서 80년대 초에 나온 거다. 30년이 훌쩍 흘렀다. 남아 있는 컴퓨터가 많지 않고 복각도 힘들었다
김정주 엔엑스씨(NXC) 대표는 8일 제주 라온호텔에서 열린 '넥슨컴퓨터박물관 미디어 쇼케이스에서 지난 4년간 컴퓨터박물관 개관을 준비하며 느낀 어려움을 이렇게 토로했다.
김 대표는 박물관은 30년전에 사람들이 컴퓨터를 어떻게 썼는지, 이 작은 기계가 세상을 어떻게 변화 시켰는지, 그리고 앞으로 변화시킬지를 담아낸 곳이라며 사람들이 컴퓨터를 어떻게 발전시켜 나갈지 고민하는 장소가 되었으면 좋겠다라고 개관 취지를 밝혔다.
이날 간담회는 김정주 대표와 최윤아 넥슨컴퓨터박물관장이 함께 진행했다. 김 대표는 지난 15년간 공개 간담회에 얼굴을 안비치는 '은둔형 경영자'로 통했다. 그런 그가 두시간 남짓한 간담회에 나서 사회까지 봤다. 컴퓨터박물관에 대한 애정이 묻어나는 순간이다.
그에게 컴퓨터는 특별하다. 컴퓨터가 없었다면 온라인 게임이 없었을 것이고, 온라인 게임이 태어나지 않았다면 지금의 넥슨이나 NXC도 생각할 수 없다. 때문에 넥슨컴퓨터박물관의 첫 과제는 '바람의 나라' 초기 버전 복원이다. 성공하든 실패하든, 복원 과정과 결과는 모두 박물관에서 공개할 예정이다.
바람의 나라는 김 대표가 지난 1995년 송재경 엑스엘게임즈 대표와 함께 만들어 서비스한 국내 첫 온라인 게임이다. 온라인 게임 역사는 바람의 나라를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다. 1천800만명 누적 회원수를 보유한 바람의 나라는 아직까지 하루 1만여명이 접속하는 살아있는 게임이다.
그는 바람의 나라 복원은 저희도 어떻게 될지 모른다며 처음 복원 이야기가 나온 이후 준비를 해왔다. 일을 열심히 해서 어떤 버전이 어느 정도 복원이 될지 고민을 시작하고 있다고 말했다.
바람의 나라 외에도 컴퓨터박물관에선 하드웨어와 디지털 콘텐츠를 복원하는 작업을 시작한다. 이 복원 과정에서도 어려움은 컸다. 김 대표는 아케이드 게임 하나 구하는 것도 굉장히 어렵다. 트렌드를 타다보니 예전 게임을 차곡차곡 보관하는 사람도 없고, 국내 들어온 게임들이 복제판이 많아 오리지널을 구하기도 힘들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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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대표는 앞으로 박물관을 통해 컴퓨터의 미래를 조망해보고 싶다고 했다. 아울러 게임이 어떻게 발전해 나갈 수 있을지도 박물관에서 고민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런 고민의 결과물들이 100년 후 넥슨이 만들 게임에 반영될 것임도 시사했다.
그는 컴퓨터의 역사를 기록하는 곳, 기계를 직접 써보진 않았어도 모든 것이 시작된 것을 볼 수 있는 곳으로 자라나길 바란다며 넥슨도 10년, 100년이 지나도 아이들 어른들, 이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짜릿한 재미를 줄 수 있는 게임 회사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