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뜰폰도 양극화…중소업체 암초 곳곳

일반입력 :2013/07/08 17:43    수정: 2013/07/09 09:06

정윤희 기자

“이러다 몇몇 대형마트와 대기업 계열사만 남겠습니다.”

알뜰폰(이동통신재판매, MVNO) 업계가 울상이다. 정부, 국회 등에서 가계통신비 부담을 낮추기 위한 활성화 정책을 추진 중이지만 정작 영세, 중소 사업자들이 겪는 어려움은 더욱 커지는 모습이다.

8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국내 알뜰폰 누적 가입자수는 지난달 기준 170여만명으로 추산된다. 전체 이동통신서비스 가입자수 대비 3.15% 수준이다. 지난 2010년 알뜰폰 서비스를 도입 이후 꾸준히 가입자가 늘고 있다.

문제는 알뜰폰 시장에서도 양극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대형마트까지 알뜰폰 시장에 진출한 가운데 중소 사업자의 경우 대부분이 경영상의 어려움에 허덕이고 있다. 이들 사이에서는 “시장 파이를 키우는 것은 좋지만, 시장 자체가 대기업 위주로 재편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업계에 따르면 알뜰폰 관련 한 사업자는 지난해 담당 인력 8명을 남기고 해당 사업부를 축소하는가 하면, 또 다른 사업자는 아예 알뜰폰을 최소화하고 신사업으로 전환한다는 내부 전략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중소 알뜰폰 업체 한 관계자는 “전체적으로 봤을 때 알뜰폰 시장이 성장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대기업 및 대기업 계열사가 대부분의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다”며 “중소 사업자는 대기업 틈바구니 속에서 힘겨운 싸움 중”이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알뜰폰 업체 관계자 역시 “현재 알뜰폰 번호이동의 약 80%가 CJ헬로비전 등 대기업 계열사”라며 “중소 업체로서는 하루에 한 개 계약을 맺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중소 알뜰폰, 신규 단말기 ‘그림의 떡’

이들 중소 알뜰폰 업체들이 가장 큰 어려움으로 꼽는 것은 단말기 수급, 본인인증 불가 등으로 나타났다. 이중 단말기 수급과 관련해서는 할부 구매를 제공할 수 없도록 한 단말기 할부신용보험 가입 불가에 대한 불만이 높았다.

한 중소 알뜰폰 사업자는 “현재 시장에 출시된 자급제용 단말기는 손에 꼽을 정도”라면서도 “다양한 자급제 단말기가 출시되더라도 단말기 할부신용보험에 가입할 수 없는 영세한 사업자에게는 ‘그림의 떡’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단말기 할부신용보험은 통신사에서 휴대폰을 구입, 개통할 때 체결하는 ‘단말기 할부매매계약(24개월 약정 등)’을 근거로 고객과 보증보험사간 체결하는 보험 상품이다. 통신사는 할부신용보험 가입으로 담보력을 갖게 된 단말기 할부대금채권을 할부금융사에 매각하거나 자산유동화증권(ABS) 등을 발행해 단말기 구매에 소요된 자금을 회수, 다시 단말기 조달에 투입할 수 있다. 즉, 통신사가 ‘할부구매’를 제공 가능한 이유는 단말기 도입자금을 회전시킬 수 있는 시스템 덕분이다.

단말기 할부신용보험은 현재 서울보증보험에서 취급 중이다. 할부신용보험 조건으로는 ▲일정 수준 이상의 재무건전성 ▲월 1만명 가량의 가입자 유치실적 등을 내걸었다. 현재 알뜰폰 사업자 중 신용보험을 이용 중인 회사는 CJ헬로비전(헬로모바일), 한국케이블텔레콤(KCT, 티플러스), 온세텔레콤(스노우맨), SK텔링크(세븐모바일), 이마트 5개사뿐이다.

이 관계자는 “서울보증보험이 내건 할부신용보험 가입 요구 조건은 중소 알뜰폰 사업자가 사실상 충족이 불가능한 수준”이라며 “중소 사업자의 할부신용보험 이용을 원천적으로 배제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통상 보험업종에서 고려하는 것은 손해율인데 이를 산정하는 절차 없이 상관관계가 없는 재무건전성만을 묻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며 “월 1만명 가량 가입자 유치 조건 역시 중소 알뜰폰 사업자의 충족 가능 여부가 전혀 고려되지 않은 기준”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가계통신비 부담 완화를 위해서는 정책적 지원을 통해 중소 알뜰폰 사업자도 할부신용보험을 이용할 수 있게 해야 한다”며 “사업 수행이 불가능하다고 객관적으로 인정되는 사유가 발생하거나, 발생할 것으로 명백히 예상되는 경우에만 이용을 제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본인인증 안돼…이용자 불만↑

본인인증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는 것도 큰 걸림돌이다. 대부분의 알뜰폰 사업자들은 본인확인기관으로 인증 받지 못했다. 때문에 알뜰폰 이용자들은 웹사이트 가입, 소액결제 서비스 이용 시 본인인증을 할 수 없어 큰 불편을 겪는 상황이다.

지난해 8월 정보통신망법 개정으로 온라인에서 주민등록번호를 이용한 본인확인이 금지되면서 본인확인기관으로 인증 받은 사업자만 본인인증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 정통망법에 따르면 본인확인기관으로 등록하려면 자본금 80억원, 보안 전문기술 인력 8명 등의 조건을 갖춰야 한다.

업계에서는 “영세한 중소 알뜰폰 사업자로서는 현실적으로 충족하기 어려운 조건”이라는 지적이 쏟아진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3사는 지난해 12월 인증을 받았다. 현재 KT, LG유플러스는 전산망을 공유하는 일부 알뜰폰 업체에게 임시로 본인인증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불안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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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미래창조과학부는 알뜰폰 활성화 실행 방안으로 도매대가 인하, 도매제공 의무서비스 확대, 우체국의 알뜰폰 판매 지원 정책 등을 내놨다. 지난해보다 음성 22%, 데이터 48% 인하 등이 골자다.

또 다른 알뜰폰 업체 관계자는 “정부가 알뜰폰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정책들을 내놓고 국회서도 관련 법안이 추진되는 등 다소 희망적인 상황”이라면서도 “정부에서 실제로 시장에서 가장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살펴봐줬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