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애플의 안방인 미국서 반격에 성공했다. 지난해 8월 디자인 특허 침해로 천문학적인 배상금 폭탄을 맞은 이후 가장 의미 있는 승리라는 평이지만 마냥 좋아할 수도 없을 것으로 보인다.
美 국제무역위원회(ITC)는 4일(현지시각) 애플이 삼성전자의 표준특허를 침해했다고 판단, 미국 내 아이폰 및 아이패드 일부 모델의 수입 금지를 결정했다.
당초 ITC는 특허 침해에 따른 수입금지 결정에 상당히 신중한 입장을 보여왔다. 해당 최종판정도 예비 판결을 번복하고 재심사 이후 무려 5차례나 미룬 끝에 나왔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게다가 자국 기업의 제품에 대한 수입 금지는 정치적으로도 결정하기 대단히 어려운 사안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미국 상하원 의원들이 ITC에 애플을 옹호하는 내용의 서한을 보내고,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특허 소송에 대한 남발을 막기 위한 규제안을 만들겠다는 발언까지 있었을 정도다.
애플이 ITC의 결정으로 인해 자존심을 구긴 것은 사실이지만, 실질적인 피해는 별로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수입금지 된 제품 중 아이패드 2세대 3G 모델을 제외한 나머지가 현재 판매가 안 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아이폰3GS, 아이폰4 등 일부 제품의 사후서비스를 위한 리퍼 제품까지 수입이 금지될지는 아직 확실히 알려지지 않고 있다.
애플은 항소할 뜻을 분명히 했다. 항소 기간 동안 미국 법이 정한 예비금을 예치하면 수입 및 판매를 계속 할 수 있다. 항소에 대한 결정이 나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리기 때문에 판결에 따라 애플이 받는 피해를 더 줄일 수도 있다.
반대로 ITC의 강경한 결정은 삼성전자에게도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을 전망이다. 애플 역시 ITC에 삼성전자 제품 중 일부를 수입 금지 해달라는 신청을 해놓은 상황이며 오는 8월 1일 최종판정을 앞두고 있다. 게다가 삼성전자는 이미 예비판정에서 4건 중 2건에 대해 애플의 특허를 침해했다는 판결을 받았다. 따라서 삼성 제품의 미국 내 수입금지가 거의 확실시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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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애플이 수입금지를 요청한 삼성제품 대부분이 갤럭시S2는 구형 모델이어서 애플과 마찬가지 입장이다. 삼성과 애플의 특허전이 지나치게 소모적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업계 한 관계자는 “스마트폰 특허 공방의 가장 큰 맹점은 소송에서 판결이 나오기까지 걸리는 시간보다 제품주기가 짧다는 것”이라며 “승소하더라도 실익이 없고 패소해도 피해가 없는 무의미한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