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베이거스(미국)=임민철 기자]IT관리솔루션 고객사들의 혁신을 부르짖어온 CA테크놀로지스가 지속가능성의 실험대에 올랐다.
클라우드와 모바일 시대에 대응해 성과를 높이는 게 최근 기업들의 공통 화두다. 이를 위해 최적화와 간소화를 보장하는 IT관리 기법이 요구된다. 기업이 다양한 상황에 대응 가능한 기술을 도입할수록 인프라는 복잡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는 최신 동향에 민감하지 않은 조직에게도 마찬가지다.
CA는 이런 기업의 시장 수요에 맞춰 37년째 사업해온 IT관리소프트웨어(SW) 전문업체다. 고객사에 '민첩한 협업으로 성과 향상을 도모한다'는 기술과 역할론을 꾸준히 제공해왔지만, 회사가 딛고 선 시장 기반 역시 적잖은 변화를 맞고 있다. 고령의 메인프레임, 장년의 유닉스, 질풍노도의 x86, 3개 플랫폼 사이 영역다툼이 그중 하나다.
수십년간 메인프레임의 폐쇄성이 보인 한계로 나타난 '오픈시스템'들이 최신 기술시장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 이에 메인프레임도 오픈시스템의 특성을 일부 받아들이며 생명연장의 꿈을 실현하려는 분위기다. 아직 안정성과 보안 측면에선 메인프레임이 더 우월하다고 주장하면서다. 그러나 대세를 뒤집을만한지 의문이다. 메인프레임의 전성기가 다시 올 가능성은 낮다는 게 중론이다.
이 흐름은 각 시스템의 관리전략과 기술을 공급해온 CA같은 회사의 영속성에도 영향을 준다. 여러 플랫폼이 공존할수록, 이기종 환경을 관리하고 연계하는 분야에서 CA는 사업기회를 얻는다. 그러나 어느 플랫폼이 살아남을 지, 어떤 방식으로 균형점을 찾아갈지가 실제 매출상의 중대 변수다.
여전히 매출 60%가 메인프레임쪽 제품에서 나오고 있는 CA의 속은 불편하다. 최근 들려온 IBM이 수익성 낮은 x86 서버사업을 레노버에 매각할 수 있다는 소식과 별개로 특정 플랫폼에 쏠린 수익구조는 부담스러운 지표다. 갓 업무를 시작한 마이클 그레고어 CA 최고경영자(CEO)에게, 낡은 플랫폼 제품의 안정화와 신흥 시장 공략의 균형추를 잡으라는 난제가 주어졌다.
어쩌면 CA란 기업은 그 고객사들보다도 순탄치 않은 어려움에 처한 듯하다. 포춘500대기업 99%를 고객사로 두고 45개국 150개 지사 1만3천600명 직원을 둔 그 자신이 민첩성을 절실히 필요로하는 대기업이기 때문이다.
올초 공개된 CA의 2013 회계연도 3분기 실적이 외부의 우려를 뒷받침한다. 회사는 꾸준한 매출 성장을 강조하고 있지만 해당분기 매출은 12억6천300만달러에서 11억9천500만달러로 전년동기대비 5% 감소했다. 지난해 10월 한 외신 보도에 인용된 소식통에 따르면 직전 분기 실적에서 90% 가량을 유지해온 회사의 라이선스 갱신 비중도 80% 후반대로 떨어졌다.
당시 윌리엄 맥크래켄 CA 전 CEO도 구체적으로 숫자를 언급하진 않았지만 해마다 갱신 포트폴리오가 떨어지고 있다고 언급했다. 매출 하락세는 전체 62% 비중인 북미지역이 역외대비 좀더 뚜렷했다. 현지에서 매출하락세가 이어졌던 메인프레임 제품이 10%로 반등했지만 25% 감소한 신제품 판매를 절충하긴 어려웠다는 평가다.
여기엔 인프라관리와 클라우드관리가 포함돼 있다. 지난 3년간 CA가 집중적으로 인수한 솔루션을 녹인 영역이다. 서비스어슈어런스, 보안, 서비스 및 포트폴리오 관리, 가상화 및 서비스 자동화, 서비스형SW(SaaS), 클라우드 등으로 구성되는 '엔터프라이즈솔루션' 부문 매출을 뒷받침한다.
회사는 2009년과 2010년중 계정접근관리(IAM)업체 '아이디포커스'와 '유리키파이', 데이터유출방지(DLP)업체 '오케스트리아', 인증 및 사기방지업체 '아콧시스템즈', 네트워크성능관리업체 '넷큐오에스', 서비스수준협약(SLA) 모니터링업체 '오블리코어', IT성능모니터링업체 '님소프트', 클라우드컴퓨팅 관련업체 '캐샛', '쓰리테라', '포베이스테크놀로지', '하이퍼포믹스', 'ITKO'를 인수해 최근까지 신제품 출시 행보를 이었다.
회사의 3분기 엔터프라이즈솔루션 매출은 4억7천800만달러에서 4억7천600만달러로 현상유지했다. 6억8천200만달러에서 6억2천200만달러로 9% 하락한 메인프레임솔루션부문이나 1억300만달러에서 9천700만달러로 6% 감소한 서비스부문과 달리 반등의 여지를 찾을 수 있어 보인다.
■파트너와 신생업체
인수합병을 통한 기술전략 강화에도 자체 플랫폼을 가진 업체들로부터 들어오는 압박은 또다른 우려요소다. 일례로 고객사들이 BMC, HP, CA같은 전문 관리솔루션 업체 기술보다 마이크로소프트(MS), 시트릭스, VM웨어같이 하이퍼바이저를 갖고 있는 업체들의 자체 관리기술을 선호한다는 지적이 있다.
CA가 여러 환경을 지원한다는 것만으로는 차별화가 어려울 수 있다. MS 하이퍼V, 시트릭스 젠서버, VM웨어 ESX서버같은 환경을 모두 관리할 수 있는 'CA서버오토메이션'과 'CA오토메이션스위트' 같은 제품을 갖췄지만 각 가상화 업체들도 상호 경쟁속에 플랫폼 기반 솔루션을 강화시켰다.
또 CA는 주요 제품분야에서 신생업체들과도 경쟁해야 하는 처지다. 회사 특허를 일부 신생업체들이 침해했다는 명목으로 소송을 벌인 소송이 최근 두드러진 대응 방식으로 비쳐 눈길을 끈다. 지난해 11월 '뉴렐릭'이, 약 10일전 '앱다이나믹스'가 CA 특허 3건을 침해했다는 이유로 각각 CA의 소송 대상이 됐다.
2개사는 공교롭게도 CA에 인수된 APM업체 '와일리(Wily)' 출신 임원이 지난 2008년 설립했다는 공통점을 보인다. 앱다이나믹스 설립자 조티 반살(Jyoti Bansal)은 와일리 기술임원이었고, 뉴렐릭 설립자 루 써니(Lew Cirne)는 와일리 설립자이면서 CA가 소유권을 주장하는 3개 특허가운데 2건의 공동발명자다.
이들간 소송은 국내 시장과도 무관치 않다. 앱다이나믹스는 지난해 7월 중순 독점총판 선정을 통해 국내 APM시장에 진출한 업체다. 뉴렐릭은 지난해 6월초 MS 퍼블릭클라우드 서비스인 '윈도애저'의 마켓플레이스에 등록됐는데 그 직후 윈도애저 서비스형플랫폼(PaaS)이 국내 출시됐고, 지난주 서비스형인프라(IaaS)도 상용화됐다.
메인프레임과 오픈플랫폼 사이의 지각변동, 회사 입장의 매출 감소, 파트너인 동시에 경쟁사가 된 가상화 업체들, 개별 제품 분야에서 경쟁의 불씨가 되고 있는 신생 업체들과의 소송에 대한 업계 여론 등이 모두 CA에게 만만찮은 환경으로 다가온다. 이달부터 시작되는 CA의 2014회계연도 비즈니스 전략을 주목하게 되는 이유다.
■'디봅스' 화두 설파
그레고어 CEO가 맡은 CA의 새해 비전은 지난해말 회사가 제시한 2013년 IT트렌드로 엿볼 수 있다. 당시 회사는 올해 업계 주요 열쇳말로 빅데이터 성장, 퍼블릭클라우드 도입, 계정기반의 새로운 보안영역 확대, 센서 인식기술, 모바일과 소셜 중심의 기업환경, 5가지를 꼽았다. 이는 클라우드와 모바일 대응 이슈의 연장선에 있다.
회사는 앞서 지목한 5대 키워드나 모바일과 클라우드 대응 전략을 아우르는 전제조건으로 '디봅스(Devops)'를 강조한다. 이는 SW개발자와 현업 IT전문가의 협업체제에 기반해 말 그대로 서비스 개발과 운영을 병행하는 체제를 가리킨다. 개발 후 테스트를 거쳐 실제 운영에 들어갔던 기존 방식과 상반되는 개념이다.
이는 그야말로 기업들이 시장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려면 유연한 기술을 통해 빠른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면서 안정적인 관리와 운영도 실현해야 한다는 요구를 꼬집은 표현이다. 기업들은 디봅스의 등장으로 전통적인 IT인프라라이브러리(ITIL)라 불리는 조직내 기술자산을 재구성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고 CA는 지적한다.
그래서 CA가 IT 흐름의 중심에 둔 클라우드, 모바일, '디봅스', 3가지는 모두 기술적인 문제를 해결한다기보다 오히려 기업들에게 도전과제로 다가오는 성격이 짙다. 이들을 도입시 기업은 복잡성과 관리부담을 더 느끼거나 본업과 무관한 IT 이슈에 얽매일수도 있다. 클라우드 환경과 모바일 연계 인프라 등을 통제하고 관리하는 수많은 솔루션의 존재가 이를 방증한다. 디봅스의 정의만 봐도 짐작 가능한 문제다. 대신 일단 이상적으로 실현될 경우 기업의 민첩성과 유연성을 높여주고 기술적인 역량뿐 아니라 비즈니스 성과까지 강화해준다는 함의가 깔린다.
■CA월드2013
정말 클라우드, 디봅스, 모바일이 기업들의 비즈니스성과를 강화시킬 수 있을까. 물론 CA는 자신만만하다. 자신들의 데이터센터관리, 통합인프라관리, 애플리케이션 개발 가속, 애플리케이션성능관리(APM), 데이터관리와 계정관리, 클라우드인프라보안, IT인프라효율 개선 솔루션이 해법이 될 것이라 주장한다.
회사는 오는 21일부터 24일까지 4일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베이 리조트에서 빅데이터 활용, IT의 영향력(Go Big, IT with Impact)을 주제로 CA월드2013을 진행한다. 행사에 참석한 고객, 파트너, 사용자, 업계 전문가 5천여명을 대상으로 앞서 제시한 3개 키워드뿐아니라 빅데이터와 소셜 등 조직의 비즈니스 성과를 강화하는 전략과 비전을 공유할 것으로 예고됐다.
첫날 오후 그레고어 CEO가, 이튿날 오전 피터 그리피스 CA 수석부회장이 전체 참석자 대상 기조연설에 나선다. 이들은 최신 IT동향 그리고 혁신과 기업 성장에 단초가 될 전략에 필요한 요소들에 대해 논할 예정이다. 특히 그레고어 CEO는 클라우드, 모바일, 빅데이터, 소셜네트워크 등장에 따라 IT역할을 새롭게 정의할 전망이다. 자사에게 주어진 숙제를 풀기 위한
행사에서 클라우드, 모바일, 빅데이터, 디봅스, 혁신에 대한 500개 이상의 세션이 진행된다. 또한 엑센츄어, 마힌드라시스템, 시스코, SAP, IBM, 후지쯔, 시트릭스, 타타 컨설팅 서비스 등 다수의 IT 및 컨설팅 업체들이 스폰서로 참여하고 100개 이상의 파트너가 전시 부스를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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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차 오후엔 리처드 브랜슨 버진그룹 회장이 초청연사로 나서 세상을 바꿀 비즈니스혁신의 실마리로 기술을 활용하는 방법을 주제삼은 기조연설을 진행한다. 매튜 클라크 퀄컴 시니어디렉터, 미르나 소토 컴캐스트 최고정보보안책임자(CISO), 켄 피딩턴 글로벌파트너스 최고정보책임자(CIO) 등이 함께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행사를 앞둔 앤드류 위트먼 CA 최고마케팅책임자(CMO)는 지금은 최고정보책임자(CIO)와 IT가 비즈니스혁신을 좌우한다는 인식이 일반화된 시대라며 CA월드2013은 사용자들에게 조직 안에서 파급력있는 기술을 사용하고 신기술로 더 큰 성장을 도모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