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M이 최근 전산시스템 해킹에 따른 피해 속에서 메인프레임 보안설계를 강조하고 나섰다. 유닉스 전환을 검토하는 고객사를 붙잡고 사이버테러에 전전긍긍하는 기업들의 신규구매를 유도하려는 시도다.
이에 유닉스와 리눅스 진영은 정면으로 반박한다. 업계에선 ‘교통사고 많이 난다고 자동차 대신 장갑차를 사라는 논리’라고 비유했다. 비용절감에 직면한 기업에 고비용 구조의 시스템을 내민다는 것이다. 그들은 메인프레임 다운사이징은 이미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고 강조한다.
IBM 메인프레임은 2010년 동부화재 이후 신규고객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IBM은 메인프레임의 철저한 보안성을 강조하고 있다. 메인프레임이 처음 설계됐을 때부터 공유시스템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원천적인 접근통제를 기본으로 한다는 것이다.
메인프레임의 운영체제(OS)인 z/OS 자체가 어렵고, 국내에 아키텍처를 아는 인력이 희귀해 외부 해킹도 어렵다고 회사측은 설명했다.
한국HP는 유닉스 시스템도 메인프레임처럼 철저한 권한통제를 통해 보안시스템의 완벽을 기할 수 있다고 반론을 펼쳤다. 메인프레임 개발자 희귀현상에 따른 해킹시도 역시, 메인프레임이 확산되면 다시 익숙한 개발자가 늘어나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9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IBM의 메인프레임 고객사는 현재 18개다. 한국에 남은 메인프레임 19대 중 1곳을 제외한 전부가 IBM 메인프레임이다. 이중 7개 기업이 다운사이징을 결정했거나, 검토중이다.
최근엔 국민은행이 다운사이징을 위한 개념검증(POC)을 진행했고, 우리은행도 올해 중 다운사이징 검토를 시작한다. 연초 기업은행이 메인프레임 다운사이징을 결정하고 신규 사업을 발주했다.
삼성증권의 경우 메인프레임을 구입했지만, 공식 오픈에 애를 먹었다. 삼성증권의 메인프레임 기반 차세대 시스템은 상반기말 가동된다. 비씨카드는 2012년 메인프레임 도입을 전격 철회했다.
한국IBM은 메인프레임 다운사이징이 전세계적인 흐름과 다른 형태라고 설명한다. 지난 IBM의 회계연도 4분기 실적에서 메인프레임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56% 증가했고. 최근 2년동안 180여개의 신규고객을 창출했다는 것이다. 세계 100대 금융기업 90%가 메인프레임 고객사란 점도 내세운다.
한국IBM 측은 세계 주요기업이 메인프레임을 고수하는 이유를 비용때문이라고 역공을 펼친다. 메인프레임은 비싸서 안 쓴다는 업계 통념을 정면으로 논박한 것이다.
유형림 한국IBM 시스템z사업본부장(상무)은 대당 가격을 비교하면 당연히 유닉스보다 메인프레임이 비싸지만, 비용관점을 다시 봐야 한다라며 해킹에 따른 천문학적인 리스크관리 비용을 감안하면 메인프레임은 결코 비싸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는 “실제 최근 메인프레임 고객은 미국과 유럽쪽에서 나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유닉스 진영도 여기에 다시 반격을 가한다. 전체 시장 규모가 다르다는 것이다. 한국HP 관계자는 “매출규모에 어울리지 않는 시스템을 도입할 경우 감당하기 어려운 고정비용을 떠안게 된다”라고 설명했다.
KB국민은행의 IBM OIO계약은 7년간 2천100억원 규모다. KB국민은행은 매년 300억원을 한국IBM에 지불한다. KB국민은행의 연간 IT예산은 2천700억원 수준으로, 갈수록 줄고 있다. 그와 별개로 신규 보안투자, 스토리지 증설, 모바일뱅킹 대응, 운영인력 유지 등의 늘어나는 비용에 고민하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고비용 구조의 시스템 구매에 대해 “메인프레임의 우수성은 재론의 여지가 없지만, 기업 예산환경이 과거와 완전히 달라졌다”라며 “미래를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아무리 좋은 시스템이라도 비용구조를 위협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수입과 비용을 생각하지 않고 고급 승용차를 구매해 벌어지는 '카푸어'를 비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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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성 인텔코리아 사장은 “정부는 계속 기업의 비용절감을 요구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내놓고 있고, 기업은 보안대책을 마련하면서 과거와 동일 수준의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라며 “코스트 압박이 전반적인 수익률 하락을 주는데 기업이 TCO와 구매비용을 줄이는 방법을 찾는 건 당연하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기업들이 비싼 시스템 비용을 지불하고 낮은 수익률을 가져야 한다면 전반적인 국가간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