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 핵심부처 미래창조과학부가 공식 출범한다. 미래부 신설이 확정됐지만, 일각에서는 정쟁 탓에 '이빨 빠진 호랑이'로 전락한 미래부의 앞날을 우려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국회는 22일 본회의에서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이 합의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지난 1월 30일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된 이후 52일, 박근혜 정부 출범 후 26일만이다. 미래부와 해양수산부의 신설이 포함된 개정안 통과로 정상적인 내각이 구성된 것이다.
이에 따라 미래부 조직 구성도 박차를 가하게 됐다. 이명박 정부의 방송통신위원회가 정보통신기술(ICT) 컨트롤타워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면서 새 정부에서는 ICT 독임부처 설립이 언급됐었다. 그러나 결국 과학기술을 포함한 ICT 융합산업을 이끌 미래부가 박근혜 정부의 ICT 컨트롤타워로 결정됐다.
미래부 초대 장관으로 김종훈 벨연구소 사장이 내정되면서 파격 인사가 진행되는 듯 했지만, 미래부 설립이 파행을 거듭하면서 중도 하차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지금은 최문기 카이스트 교수가 내정돼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있다.
미래부를 둘러싼 방통위의 일부 기능 이관을 두고 여야가 극한 대립을 해왔다. 52일간 정부조직법이 표류한 원인도 이에 대한 여야간 정쟁 탓이다. ICT 및 ICT융합 산업의 진흥과는 무관한 정치 싸움으로 미래부는 주파수 관할, 방송 정책 등 일부 핵심 기능이 쪼개졌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전문가들의 강력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여야 합의'를 위해 주파수 정책 기능을 미래부, 방통위, 국무총리실로 나누었다. ICT 산업의 핵심 자원인 주파수 정책이 시대착오적 탁상행정으로 나눠지면서 규제만 강화됐다.
또 IPTV는 미래부가 맡지만 스마트TV는 산업통상자원부가 맡는다. 이 뿐 아니다. IPTV만 해도 채널은 방통위에, IPTV 셋톱박스에 들어가는 임베디드 소프트웨어는 산자부에, 결합상품은 미래부로 세분화됐다. IPTV 사업자들은 3개 부처의 눈치를 보면서 각종 규제를 받게 됐다. 미래부가 IPTV 산업을 진흥시키려는 의지가 있다해도 벽에 부딪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설상가상으로 우리나라 ICT 산업에 있어 미래부의 힘이 집중되기도 힘든 상황이다. 미래부가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소프트웨어 산업 기능을 이관해 왔지만 임베디드 소프트웨어는 남겨뒀다. 문광부에서 게임산업도 넘겨 받지 못했다.
이처럼 ICT 업무의 분산으로 미래부의 ICT예산은 정부예산의 0.5%인 1조5천억원에 불과한 수준으로 책정됐다. 지난 2007년 정통부의 예산은 2조2천억으로 정부예산의 0.9%였다. ICT 융합산업을 기반으로 창조경제를 이끌 핵심부처의 예산이라고 하기에 너무나도 초라하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련업계 관계자는 국민으로서 정부조직법 통과는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라면서 그러나 산업 측면에서 볼 때, 미래부 구성이 바람직하게 됐다고 보기는 힘들다라고 말했다.
미래부의 본부인력은 총 800여명으로 방통위에서 300명이, 교과부 250여명, 지경부와 행안부에서 약 100여명으로 구성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 알려진 미래부는 제1차관에 기획조정실, 미래선도연구실, 과학기술조정관 등 3실과 산하 국들이 자리잡는다. 제2차관에는 방송통신융합실, 전파정책국, 통신정책국, 정보통신산업국, 정보화전략국 등 1실 4국으로 구성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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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방통위는 이날 정부조직법 개편안 통과로 미래부 이관에 따른 직제 개편을 추진 중이다. 또 방통위는 다음 주 초 정부과천청사로 이전하면서 미래부는 국토해양부 자리였던 정부과천청사 4동으로, (신)방통위는 환경부가 썼던 2동을 사용하게 된다. 당초 다음주 초로 예정돼 있던 이전 작업은 전산망 해킹 사고 대응으로 인해 다소 연기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ICT를 총괄하게될 제2차관 인선에도 이목이 주목되고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새 정부의 차관 인선 성격상 '내부 승진' 사례가 많아 최재유 방통위 기획조정실장, 김준호 방통위 방송통신융합정책실장 등이 하마평에 오르내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