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발탁한 美 사진앱 벤처, 한국 온 이유?

일반입력 :2013/03/13 16:27    수정: 2013/03/13 21:48

전하나 기자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휴대폰을 쓰는 사람이라면 꼭 사용하게 되는 앱이 있다. 바로 ‘갤러리(사진첩)’다. 그런데 안드로이드 단말기에 기본 탑재된 이 앱을 개발한 것은 구글이 아니다. 바로 14명의 구성원을 가진 실리콘밸리 소재 벤처기업 ‘쿨아이리스(Cooliris)’다.

구글이 이 작은 회사를 눈 여겨 본 이유는 쿨아이리스 제품 자체의 경쟁력 때문이다. 이 회사가 2008년 데스크톱 버전으로 선보인 쿨아이리스는 그 해 누적설치수 5천만을 넘어서며 미 전역에서 돌풍을 일으켰다.

쿨아이리스는 지난 2009년부터 구글 단말기에 갤러리 앱을 공급했다. 스마트폰 성능 제약에 관계없이 사진 아이콘을 죽 나열하고 부드럽게 넘겨가며 감상할 수 있게 한 것이 쿨아이리스만의 기술력이라는 설명이다.

13일 서울 삼성동에서 만난 수잔야 붐카 쿨아이리스 공동설립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사진이 새로운 방식의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 부상한 가운데 여러 단말기와 미디어들에 흩어져 있는 수많은 사진들을 하나의 플랫폼상에서 통합적으로 경험하게 하자는 취지에서 쿨아이리스를 개발하게 됐다”고 말했다. 쿨아이리스는 ‘눈을 즐겁게 만든다’는 뜻이다.

쿨아이리스를 이용하면 단말기로 직접 찍은 사진 뿐 아니라 인스타그램·페이스북·플리커·구글 피카사·구글 플러스 등 다양한 SNS 내 사진들을 하나의 앱에서 관리할 수 있다. 사용자의 모든 사진을 하나의 공간에 담아 보여줌으로써 개인화된 미디어 역할을 하는 셈이다.

쿨아이리스는 작년 7월부터 데스크톱 버전을 아이폰/아이패드 기반 서비스로 확장했다. 출시 반년 만에 iOS 사용자는 전세계 3백만명을 넘어섰다. 신규 가입자는 매달 두 배씩 늘어나고 있다. 앱 내 등록된 사진은 10억장에 달한다.

다양한 기기와 SNS에 산재해 있는 사진을 한 번에 모아보는 것 뿐 아니라 쉽게 검색할 수 있다는 것도 쿨아이리스만의 강점이다. 찾고 싶은 사진이 있는데 어떤 SNS에 올렸는지 기억나지 않을 경우 어렴풋이 생각나는 사진 속 피사체와 관련한 지명, 글자 등을 검색해 원하는 사진을 확인할 수 있다.

특정 사진을 지인들과 선택적으로 공유할 수도 있다. 가령 결혼식이나 졸업식에서 여러 명이 찍은 사진이나 영상이 있다면 쿨아이리스의 ‘대화창(컨버세이션)’에서 해당 일자에 함께 한 지인만을 초대해 이를 앨범 형태로 쉽게 공유할 수 있는 것이다.

붐카는 “친구 두 명 중 한 명은 카카오톡을 쓰고 또 다른 한 명은 페이스북을 쓴다고 할 때 이들을 모두 쿨아이리스로 초대해 하나의 공간에서 같은 사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관점에서 그는 쿨아이리스를 단순한 앱이 아닌 ‘사회적 발견(소셜 디스커버리)’이라고 의미 부여했다.

그는 쿨아이리스가 한국 시장에서 더욱 다채롭게 쓰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쿨아이리스가 친한 친구와 사진을 주고 받기 좋아하는 한국 소비자 성향과 잘 맞아떨어진다는 생각이다. 한국은 쿨아이리스 전세계 사용자 규모에서 10위권에 들고, 특히 대화창을 통한 사진 공유는 5위일 정도로 활발한 사용성을 보인다.

붐카는 “오는 6월에 쿨아이리스를 안드로이드 버전으로도 선보일 예정”이라며 “앱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항상 온라인에 연결돼 있기 좋아하는 한국 소비자들이 쿨아이리스를 통해 흥미로운 경험을 만들 수 있도록 돕겠다”고 강조했다.

쿨아이리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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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7년, PC에서 모바일로 메시지를 보내는 기술을 선보인 ‘바추(Vazu)’, 온라인상에서 실시간으로 상품화 과정의 문제를 해결해 주는 ‘파놉티콘(Panopticon)’ 등을 잇따라 성공시키며 실리콘밸리서 명성을 쌓은 수잔야 붐카 CEO가 새롭게 창립한 회사다.

올 초 시장조사기관 컴스코어 발표에 따르면 쿨아이리스는 페이스북, 구글 지도, 구글 플레이, 지메일, 유튜브 등에 이어 미국 내 순방문자수가 가장 많은 모바일 서비스 9위로도 꼽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