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트릭스가 모바일기기관리(MDM) 시장 공략에 나선 직후 돌연 B2B 시장을 겨냥한 삼성전자의 모바일 보안솔루션 '녹스(Knox)'를 극찬하고 나섰다. 삼성의 이름으로 열릴 기업용 모빌리티 생태계에 들기 위해 가감없는 속내를 드러낸 모양새다.
녹스는 삼성이 지난달 25일 내놓은 안드로이드 단말용 자체 보안기능이다. 개인 기기를 사내 업무에 가져와 쓰는 브링유어오운디바이스(BYOD) 트렌드에 대응해, 단말기 1대를 업무와 일상적 용도로 구분짓게 만드는 기술로 묘사된다. 오는 2분기부터 선별된 일부 갤럭시 기종에서 쓸 수 있을 것으로 예고됐다.
사실 삼성 녹스의 '모바일 기기 1대의 애플리케이션과 데이터를 업무용과 개인용으로 구분한다'는 아이디어 자체는 새로운 게 아니다. VM웨어가 출시한 '호라이즌모바일'이 기술적 의미는 다르지만 녹스보다 2년쯤 먼저 구현됐고 1년 앞서 상용화됐다.
삼성 녹스의 등장은 회사가 BYOD 트렌드 대응을 위해 파트너인 VM웨어의 아이디어에서 영감을 얻어 직접 솔루션을 만들어낸 것으로 결과로 비친다. 어쨌든 VM웨어가 호라이즌모바일을 통해 약속한 업무와 일상의 공존은 녹스를 통해서도 구현할 수 있는 것처럼 소개됐기 때문이다.
호라이즌모바일이 첫선을 보일 당시 VM웨어는 이 기술을 구현하기 위해 제조사들에게 OS와 하드웨어 수준의 긴밀한 협력을 요청했다. 실제로 삼성은 지난해 3월 VM웨어 호라이즌모바일을 적용한 갤럭시S2 단말기를 그해 2분기 출시키로 예고했다.
다만 이는 실현되지 않았고, 삼성은 그후 1년만에 자체 브랜드를 내건 BYOD 전략을 가동한 셈이다. 이에 따라 안드로이드에 초점을 맞췄던 VM웨어 모바일가상화플랫폼 확산 전략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삼성 BYOD, VM웨어 멀어지나…시트릭스 '이 때를 노리는 거야'
우선 VM웨어가 안드로이드 시장에서 이를 점령한 삼성 도움 없이 빠른 확산을 기대하긴 당분간 어려운 상황이다. 삼성과 동시에 협력 사실을 알렸던 LG전자와의 관계가 남아 있지만 시장을 장악하기엔 불충분하다.
게다가 또다른 선두 플랫폼 iOS을 만드는 애플은 VM웨어의 방식을 따라주지 않는다. iOS용 호라이즌모바일 기술은 안드로이드버전과 달리, IT담당자가 직원들의 단말기에 앱을 배포할 수 있는 기능만 지원한다.
제3의 OS와 그 제조사의 도움을 받기도 어렵다. 마이크로소프트(MS) 윈도폰과 블랙베리같은 상용 플랫폼 업체들은 BYOD시장에 대응하는 나름대로의 해법을 마련했고, 최근 주목되는 안드로이드 이외 오픈소스 플랫폼들은 기업시장에 쓰일만큼 성숙되지 않았다.
공교롭게도 VM웨어 경쟁사 시트릭스는 지난달 녹스가 등장한 날 '젠모바일MDM'을 출시했다. BYOD 대응 시나리오에서 VM웨어가 파트너 삼성과 멀어지는 듯한 가운데, 시트릭스는 오히려 삼성에게 더욱 적극적인 파트너십을 얻어내려 애쓰는 모습이다.
젠모바일MDM은 업무에 동원되는 단말기의 관리, 환경설정, 정보보호를 자동화하고 모바일 기기에 규제준수, 분실 및 도난대응, 애플리케이션 차단 기능을 부여해 준다. 기존 모바일애플리케이션관리(MAM)와 데이터관리 기능에 단말기 관리 환경을 더한 것이다.
시트릭스는 젠모바일MDM을 소개하며 핵심 파트너들과 제휴해 모바일 분야 제품을 확장시킬 통합 솔루션을 제공할 계획을 예고했다. 주요 협력사로 언급된 기업 명단에 네트워크부문 사업을 보유한 시스코, HP, 후지쯔, 팔로알토네트웍스와 기업모바일솔루션업체 위프로모빌리티솔루션즈, 그리고 제조사 삼성이 있었다.
시트릭스는 삼성 녹스가 젠모바일MDM과 맞물려 그 목적을 더 잘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 묘사했다. 삼성과의 긴밀한 파트너십을 기대하는 눈치다.
지난해 12월 시트릭스에 인수돼 젠모바일MDM의 기반기술을 제공한 젠프라이즈의 브라이언 스몰츠 비즈니스개발담당 이사의 최근 주장에서 삼성을 향해 시트릭스가 내민 손의 간절함을 엿볼 수 있다.
■녹스가 대단한 이유…시트릭스 통합하면 더 강력
스몰츠 이사는 지난달 27일 삼성 녹스에 대해 기업 IT환경에서 보안부팅, 정부등급의 데이터암호화, 보호된 컨테이너 영역에서 개인용과 별개로 업무용 콘텐츠를 완벽하게 분리해주는 기능을 갖춘 안드로이드의 보안 강화판이라 묘사했다.
이어 녹스는 현존하는 여러 컨테이너 솔루션 가운데 유일하게, 삼성이 운영체제(OS)와 애플리케이션 스택과 부트로더와 하드웨어에 대한 완전한 통제 없이는 불가능한 고차원적 보안성을 제공할 수 있도록 OS 깊숙이 구성된 기술이라며 기업들이 자체 애플리케이션을 보안환경에 담으면서 그 보안성을 유지할 수 있는 확장성도 놀라운 특징이라고 극찬했다.
그에 따르면 삼성의 접근방식은 단말기와 그에 담긴 데이터와 기업내 리소스에 접근하기 위해 직원들이 드나드는 네트워크를 보호하는 것이다. 이 때 녹스를 통해 IT관리자는 완전하고 중앙집중화된 가시성과 통제권을 갖출 것으로 기대된다.
이에 스몰츠 이사는 막 소개된 자사 기술 젠모바일MDM와 삼성 녹스간 통합 시나리오를 제시한다.
우선 젠모바일MDM을 통해 원격관리콘솔을 제공함으로써, 원격으로 녹스 컨테이너에 필요한 정책을 지정하거나, 컨테이너에 애플리케이션을 밀어넣을 수 있다. 또는 컨테이너 자체를 제거해 더이상 쓰이지 않게 될 단말기의 업무관련 자료를 소거하거나 직원이 회사를 떠날 때 그 단말기의 권한을 소멸시킬 수도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시트릭스리시버, 셰어파일, 고투미팅 등 모바일용 애플리케이션을 녹스 컨테이너 안에 담아 그 보안성의 이점을 살릴 수도 있다. 이 경우 시트릭스가 여러 모바일 OS에 대응하던 가상데스크톱환경(VDI)이나 스마트워크 시나리오가 삼성 안드로이드 단말 환경에선 보안상 더 안전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삼성 녹스에 대한 긍정적 평가는 단순히 기술적인 측면에만 그치지 않는다. 일부 외신들은 그 시장 전략이 현시점에 애플과의 경쟁에서 의미가 있을 것으로 분석한다. 이 회사가 안드로이드를 통해 업계 선두 플랫폼 1위 제조사로 성장한 이후 기업모바일 시장에 유용할 새 '무기'를 갖췄다는 인상을 전했다.
녹스의 사용 조건을 들여다보면 소수의 표준화된 플랫폼과 단말기로 소비자시장에 집중해온 애플이 끌릴만한 방식은 아님을 알 수 있다. 자체 기술과 인프라로 일원화한 서비스를 통해 단순함을 추구하는 애플이 대규모의 기업간 파트너십을 조율할 의지를 갖고 있을지 의문이 따른다.
■삼성 기업모바일 확산 시나리오 종착역 'SAFE 생태계'
기업이 녹스를 쓰려면 해당 조직의 모바일 환경을 구성하는 보안솔루션과 각 사용자들의 단말기가 삼성의 기업용 보안성 표준 프로그램 '삼성포엔터프라이즈(SAFE)'를 따라야한다.
단말기가 SAFE 표준을 따른다는 것은 익스체인지액티브싱크(EAS), 가상사설망(VPN), 단말암호화(ODE), MDM같은 기술로 더 높은 보안요건에 대응한다는 의미다.
다만 현재 SAFE 인증을 받은 단말기는 갤럭시S3와 갤럭시노트2 뿐이다.
삼성에선 녹스를 포함하는 SAFE 탑재 단말기를 안정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그 표준에 따르는 솔루션 파트너들의 제품을 사용하도록 권장할 수 있다. 역으로, 이미 도입한 솔루션이 삼성 인증을 받은 파트너일 경우 IT담당부서가 직원들에게 SAFE 단말기를 사라고 유도할 가능성도 있다.
삼성은 자사 SAFE 브랜드로 기업용 모바일 보안 시장에서 애플이나 다른 안드로이드 제조사대비 차별화된 단말기를 공급하고 생태계로의 확장을 꾀할 전망이다. 최근 온라인 미디어 비즈니스인사이더는 현 시점에 녹스를 선보인 삼성 행보를 '총명하다(brilliant)'고 평가했다.
실제로 SAFE 프로그램에는 외부 협력사들이 참여하는 'SEAP' 파트너 생태계가 포함돼 있다. 삼성은 MDM이나 VPN같은 솔루션을 이 파트너 생태계에 참여중인 업체의 제품으로 활용시 일정수준의 품질보증을 약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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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공개된 MDM부문 파트너는 SAP(사이베이스) '아파리아', 모바일아이언 '모바일앳워크', 소티 '모비컨트롤', 에어워치, 4곳과 VPN부문 파트너는 아직 시스코 1곳으로 많지 않다. 이제 막 MDM시장에 발을 들인 시트릭스 역시 '삼성 생태계'로의 가능성에 큰 기대를 건 모양새다. 물론 이를 주도할 삼성과 각 파트너들, 그리고 시트릭스의 역량이 충분한가는 별개 문제다.
4일 시트릭스 세일즈엔지니어부문 장재영 차장은 아직 시트릭스가 삼성 SEAP 공식파트너로 등재되진 않았지만 젠프라이스 인수 전부터 솔루션 출시와 관련해 삼성과 API 수준의 협의는 진행해왔다며 젠모바일MDM을 비롯한 시트릭스 모바일 솔루션이 OEM형식으로 제조 파트너들의 단말기에 프리로드된다면 이상적인 사업기회가 창출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