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와 미국 공공시장에서 마이크로소프트(MS) 오피스 제품에 상반된 분위기가 감지된다. 회사는 최근 미국서 대규모 정부 계약건을 공개중인 반면, 국내서는 지난해 국방부의 소프트웨어(SW) 사용료 관련 갈등을 풀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와 미국서 MS가 마주한 공공시장 상황은 대조적이다. 회사는 현지에서 신제품 공급사례를 활발히 알리며 사업 호조를 과시중이지만 국내서는 기존 사용중이던 제품에 대한 대규모 정부계약 제안도 거절당했다.
MS 미국 본사는 지난 15일 현지 텍사스주가 오피스365를 10만명 이상 사용자 규모로 도입해 협업과 통신 업무를 개선키로 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11월 중순 미국 보훈부가 MS 파트너 HP 제품을 도입하면서 60만명에 달하는 규모의 정부 사용자를 위해 오피스365를 공급하게 된 이후 또다른 주요 사례다. 이는 20만명 규모로 도입한 도요타 사례 이후 클라우드SW가 민간에서 공공으로 확산되는 분위기를 암시했다.
반면 한국MS는 국방부에 소프트웨어(SW) 사용에 관해 연간 130억원 규모의 일괄정부계약(GA)을 제안했지만 거절당한 것으로 지난주 알려졌다. 회사가 지난해 6월 국방부에 SW 초과사용료 2천100억원을 추정해 청구했다 합의에 이르지 못한 뒤다. 국방부는 그사이 한글과컴퓨터와 IT국산화 사업 협력을 알리고 최근 한국MS쪽에는 우리 군이 이미 정품SW를 필요 이상 구매해 사용중이라 밝혔다.
시장 분위기 외에 대조적인 요소는 또 있다. MS가 미국서 탄력을 받고 있는 오피스365는 국내서 통용되는 설치형SW가 아니라 클라우드기반의 서비스형SW(SaaS)다. 국내서도 중소규모 민간부문 시장을 중심으로 SaaS 도입사례가 늘고 있지만 대기업이나 공공조직에서 이를 활용하는 사례는 흔치 않다.
미국에서 확산중인 오피스365는 브라우저에서 돌아가는 MS 워드, 엑셀, 파워포인트 등 생산성도구와 링크, 익스체인지, 셰어포인트같은 기업용 인프라 솔루션을 포함한다. MS는 최신판 설치형SW '오피스2013'과 그에 맞춰 업그레이드한 오피스365를 제공한다. 최근 오피스2013을 기간제 사용료 방식으로 쓰는 상품도 내놨다.
이와 달라 국내에 제안된 GA는 연간 고정단가로 설치형 윈도와 오피스, 주요 서버 클라이언트접속라이선스(CAL)를 구매하는 방식이다. 3년간 비용을 1년단위로 내면서 계약기간동안 최신 SW버전을 사용할 수 있고, 분산되고 유동적이라 관리가 어려운 공공조직내 사용 현황을 일괄 정품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게 MS쪽 설명이다.
일반적으로 정부는 민간에 비해 클라우드SW 도입에 보수적이다. 업계는 국내서 정부가 SaaS 제품을 본격 도입하려면 좀더 성숙기를 거쳐야 할 것이라 여긴다. 그래서 한국MS와 그 경쟁사들은 설치형SW 라이선스 공급 위주로 공공시장 전략을 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미국서도 MS 오피스365 사업이 완전히 기를 편 상황은 아닌 듯하다.
미국 텍사스주 오피스365 계약건을 보도한 온라인 미디어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이런 대규모 계약건은 MS가 클라우드 관련 비즈니스를 잘 해내고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한다면서도 그 담당 임원들은 아직 오피스365가 매출을 얼마나 만들어내고 있는지 밝히길 꺼려하며 이는 좋은 신호라 보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수익 상당부분을 설치형 오피스 애플리케이션과 윈도 운영체제(OS) 수입에 의존했던 MS 입장에선 SaaS 모델 확산에 적극 나서기가 부담스러울 수 있다. 오피스 사업을 총괄하는 MS비즈니스사업부(MBD)는 지난해 마지막 분기 매출로 56억9천만달러를 기록했는데 이는 전년동기대비 10% 감소치다.
MS가 새로운 수익기회를 창출할 수 없는 건 아니다. 지난해부터 무성한 소문대로 MS가 안드로이드와 iOS같은 경쟁 플랫폼에 모바일 버전의 오피스 애플리케이션 출시를 단행해야 한다는 일각의 지적도 있다.
MS는 지난해말 오피스2013을 출시하면서 태블릿을 정조준한 '윈도8 터치스크린 버전의 오피스' 기능도 대거 선보였다. 당시 '링크'와 '원노트' 애플리케이션을 안드로이드와 iOS용으로 출시했지만 이후 워드, 엑셀, 파워포인트같은 주력 제품까지 만들 것인지에 대해서는 함구중이다.
지난 15일 미국 지디넷은 모건스탠리 애널리스트 애덤 홀트의 주장을 인용, MS가 아이폰과 아이패드용 오피스 제품을 제때 내놓지 못하면 연간 25억달러에 달하는 시장을 잃는 셈이라고 전했다.
홀트는 iOS용 오피스를 카피당 60달러쯤에 출시할 때 최소한 아이패드 사용자 3명중 1명은 이를 구매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누적 아이패드 단말기 판매량은 내년말까지 2억대로 예상되는데 이를 종합하면 MS가 애플의 앱스토어 수수료를 떼이더라도 연간 아이패드용 오피스 매출로 25억달러를 벌어들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업계는 MS가 경쟁 모바일 플랫폼에 오피스 제품을 공급한다는 시나리오에 신빙성을 더하는 루머와 분석을 더하는 추세다. 하지만 태블릿 시장을 정조준한 윈도8과 스마트폰에 심기일전을 꾀한 윈도폰8 플랫폼이 안정권에 들어서기 전까진 MS가 이를 실행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진단도 무시하기 어렵다. 오피스를 MS 플랫폼의 고유 경쟁력으로 삼아 대응에 늦었던 경쟁 모바일 플랫폼을 추격할 필요가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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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MS도 새해 난항이 예상되는 공공부문에 '스마트워크'를 해법으로 꼽으면서 연초 이같은 의지를 다지는 모양새다. 하지만 국내서 지원이 미흡한 윈도폰8 단말기나 초반 시장 반응이 들뜨지 않은 윈도8 플랫폼만으로 모바일오피스를 포함한 스마트워크 시나리오를 무난히 완성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국내서도 애플과 구글이 모바일기기 플랫폼 시장을 양분했고 민간 업무용 플랫폼 시장에도 빠르게 침투중이다. 관건은 MS가 PC기반의 플랫폼 중심 환경에서 태블릿과 스마트폰으로 영향력을 키워갈 수 있을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