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구코너]하늘의 나는 그림...TV의 발명⑮RCA를 가로막다

일반입력 :2013/02/11 06:00    수정: 2014/04/21 23:03

이재구 기자

17■판즈워스, RCA제국을 가로막다

서부해안에서 TV기술개발의 돌파구가 마련됐다는 소식은 순식간에 RCA,필코,제니스 같은 전자업계의 거인들에게도 퍼져 나갔다. 이미 판즈워스 작업 성과의 중요한 부분은 특허가 출원된 가운데 여전히 비밀에 가려져 보호받고 있는 상태였다.

대다수의 나이든 교수들은 예전에 해오던 대로 실험을 하면서 더 나은 기술개발을 기다리는데 만족하고 있었다. 하지만 한 이익그룹은 TV에 엄청난 관심을 갖고 있으면서도 전혀 어떤 기회도 잡지 못하고 있었다.

이때 막 RCA부사장에 오른 데이비드 사노프 총책임자가 그 이익그룹의 대표자였다. 그는 샌프란시스코 그린 스트리트 202번지에서 정확히 무슨 일이 있는지 알고 싶어했다.

데이비드 사노프도 이미 대서양 건너 영국에서는 존 로기 베어드라는 사람이 텔레바이저란 이름의 기계식 TV를 만들어 냈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었다.

데이비드 사노프는 1920년대 초부터 라디오수신기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기본적인 라디오 특허들의 17년짜리 보호기간이 만료된 이후를 생각 해 오고 있었다.

1920년대에 라디오 제왕으로 등극한 RCA는 GE,아메리칸 마르코니 등 당시의 쟁쟁한 무선 기술 회사들의 참여로 이뤄진 만큼 그 엄청난 특허를 바탕으로 엄청난 특허로열티를 거둬들이는 정책을 고수해 왔다. 아메리칸마르코니 인수는 물론, FM발명가 암스트롱의 무선특허에 이르기까지 모조리 인수하면서 대제국으로 성장했다. 그 엄청난 특허는 RCA를 미국 라디오산업에서 무소불위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

필코, 제니스 같은 회사들도 라디오를 만들기 위해 RCA에 7.5%의 로열티를 지불해야 했다.

하지만 그는 그 무언가 새로운 종류의 무선기기특허가 등장해 곧 사라질 자사의 라디오 특허를 대체하게 될 것이라고 추론했다. 이는 기존 RCA제국 비즈니스 틀까지 바꿀지도 모르는 것이었다.

실제로 그는 사진을 전송해 주는 라디오, 즉 텔레비전에 대한 뉴스가 나올 때마다 라디오수신기의 판매가 줄어들고 있다는 것을 감지하고 있었다. 고객들은 라디오 대신 장차 나올 새롭고 신기한 전자제품을 사기 위해 돈을 모아두려 하고 있었다.

이대로 간다면 텔레비전이 자신의 RCA 라디오제국을 무너뜨리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었다.

라디오 판매고가 줄어드는 가운데 사노프의 야심은 사진을 보내는 라디오, 즉 텔레비전 쪽으로 꽂혀가고 있었다. 그역시 공중에서 사진을 전송해 주는 새로운 기술이 RCA제국을 붕괴시키기를 기다리기 전에 자신이 먼저 새 사업을 일으켜 보고자 했다.

‘RCA가 그 새로운 무선특허를 그 어느 누구보다도 앞서 확보할 수 있다면, 그래서 기존 RCA의 라디오수신기 특허만료 이전에 그 단말기특허가 지금처럼 RCA에 막대한 수익을 가져올수 있게만 할 수 있다면......’

새로운 개발품과 오래 된 기존 라디오수신기특허를 동시에 아우를 수만 있다면 그는 기존 라디오콘텐츠에서 이익을 내고 남을 때까지 충분한 시간을 벌 수 있을 것이었다.

하지만 딱 한사람, 유타출신의 한 시골뜨기 발명가가 제왕의 앞길을 가로막을지 모를 상황을 만들어 가고 있었다. RCA의 정책에 변화가 생길지도 모를 미묘한 상황 변화가 감지되기 시작했다.

1929년. 판즈워스가 달러 사인을 브라운관에 구현한 이듬해. 그의 TV기술은 진일보했다. 이젠 그동안 TV에 달려있던 소형 모터발전기도 제거했다.

이 해 10월 29일. 판즈워스는 최초로 사람의 얼굴을 촬영해 보기로 했다. 아내 엠마와 처남인 클리프 가드너를 최초로 전자식TV화면에 등장시키기로 했다.

“엠마, 카메라앞에 서 봐!”

관련기사

약간 찡그린 모습으로 3.5인치 브라운관에 나온 아내 엠마의 모습은 후세까지 '찡그린 엠마'라는 유명한 사진으로 기억된다. 그녀는 TV에 등장한 인류 최초의 여성이 됐다.

그녀가 찡그리게 된 것은 여전히 TV 카메라와 수상기 브라운관용 형광물질 감도가 떨어졌기 때문이었다. 이 때문에 엠마는 TV카메라 방향에서 자신에게 비쳐지는 강력한 아크등 불빛을 보며 TV카메라에 찡그린 얼굴을 보일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 얼굴조차도 젊고 발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