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구코너]하늘을 나는 그림...TV의 발명⑬그가 약속을 지켰네

일반입력 :2013/02/09 06:00    수정: 2013/02/11 01:43

이재구 기자

15■스크린에서 빛나는 눈부신 달러 사인...“그가 약속을 지켰네”

판즈워스역시 그동안 사용된 엄청난 자금규모를 듣고 놀라긴 마찬가지였다. 그래도 그는 여전히 자신의 발명성과에 대해 대중에게 공개하는 작업을 꺼리고 있었다. 게다가 그는 자신은 정말로 정밀한 사진 동영상을 만들기 직전에 와 있음을 느끼고 있었지만 이 취약한 성능을 아직 대중들에게 보여주기는 이르다고 판단하고 있었다.

“몇주만 더 기다려 주세요.”

“그럴 수 없네.”

판즈워스는 조지에게 부탁했지만 그는 비숍의 말만 일방적으로 전했고 시연날짜는 이미 정해졌다. 랩 갱들은 바빠졌다.

1928년 5월 그린스트리트202번지. 16개월 전 어떤 일이 있더라도 그들에게 텔레비전을 발명하겠다고 말했던 소년과 이들 후원자가 다시 모였다. 이들은 판즈워스가 한 말이 어떤 내용인지 거의 알지 못했지만 어떤 불가사의한 힘에 이끌려 판즈워스의 텔레비전에 확신을 갖고 투자한 사람들이었다.

판즈워스가 5천달러로 TV를 만들겠다고 선언한지 16개월이 지난 지금 그들은 조용하고 어두운 실험실로 안내됐다. 그들은 무엇을 볼 것인지에 대해 전혀 기대조차 하지 않고 왔다. 아무도 이전까지 텔레비전을 본 사람은 없었다.

“이건 은행에 다니는 여러분들도 이해할 수 있어요.

필은 시스템에 전기를 넣었다. 작고 둥그런 스크린이 윙윙거리며 반짝였고 페이건과 그의 친구들은 낮은 목소리로 당황스러워하면서 눈앞의 텔레비전을 보았다. 어둠속에서 빛나는 화면엔 유령처럼 빛나는 달러사인($)이 반짝이고 있었다. 로이 비숍이 시연후 처음 말을 꺼냈다. 필은 달러표시외에 십자가나 삼각형 등 다양한 기하학적인 모양까지 포함돼 있었고 도넛 모양의 담배연기도 보여주었다.

비숍은 온화한 목소리로 판즈워스에게 축하의 말을 건네며 주변 사람들에게 말했다.

“그가 약속을 지켜냈네.”

비숍은 이어 “이 일을 성공적으로 결론 내리기 위해서는 (연구소건물뒤의 언덕인) 텔레그래프힐(높이) 만큼 많은 돈이 들거야”라고 선언하듯 말했다.

판즈워스는 비숍의 말을 조심스레 듣고 있었다.

“나는 우리가 즉시 이 발명품을 거대 전기회사에게 팔아서 더 적절한 자본과 설비를 마련해야 한다고 보네.”

비숍이 제안하는 회사와 발명품을 매각하자는 아이디어는 별로 놀라운 얘기도 아니었다. 필도 자신의 아이디어가 그대로 작동된다면 매각시 후원자들에게는 원래 투자자금의 몇배에 달하는 이익이 돌아갈 것이란 걸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유사한 시나리오가 이미 많은 투자자들로부터 나온 마당이었다. 하지만 이 초기의 성공만으로 텔레비전을 상용화시켜 거실에 놓기까지 가려면 아직도 갈길이 멀었다.

판즈워스는 자신의 운명을 그들의 생각에 맡겨놓고 싶지 않았다.

현재 추세대로만 연구가 진행된다면 가장 먼저 문제를 찾아내 가장 먼저 해결하고 상용화할 수 있는 것은 랩갱들이 될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연구성과로 나온 기술특허를 출원해 확보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었다. 하나 둘 버그를 잡아가면 취약한 초기의 발명들은 그에게 엄청난 특허포트폴리오를 구성하게 해 줄 것이었다. 그리고 거대한 TV시장이 형성되면 판즈워스와 랩갱은 모든 새로운 특허를 포괄해 확보하게 될 것이었다.

판즈워스는 TV사업에 뛰어들려는 모든 이들이 자신에게 와서 그의 특허를 라이선스받도록 하고 싶었다. 이는 지금 당장 특허를 파는 것보다 훨씬 많은 로열티를 가져다 주게 되는 RCA의 방식이었다.

하지만 필은 비숍의 말에 토를 달 수가 없었다. 그의 말대로 TV발명은 이제 겨우 첫 걸음마를 뗀 것이나 다름없었고 이를 상품화하려면 말그대로 엄청난 돈이 들 것이기 때문이었다.

판즈워스가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이번 발명의 결실은 시연에서도 보았듯이 단순한 진공관 덩어리나 작업장에 있는 전기선들이 아니예요. 이건 진짜 TV란 말입니다. 수십년 간 공상과학소설에서만 봐오고 상상으로만 떠올리던 것에과 비할 바 없는 '하늘에서 날아다니는 사진'을 완전히 충족시킨 엄청난 것이죠...장기적으로 볼 때 이 발명품은 투자자금에 비할 바 없는 엄청난 보상을 받아낼 겁니다. 온 세상이 우리의 문앞으로 몰려드는 것도 시간문제일 뿐이란 말입니다......”

그나마 조지 에버슨이 거들면서 비숍의 회사 매각 아이디어가 일단 연기됐다. 그러나 크로커 그룹은 이미 텔레비전 발명에 돈을 댈 후원자를 찾기로 마음을 굳힌 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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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를 판다는 이야기는 판즈워스를 무감각하고 냉정하게 만들었다.

“이 기술을 완벽하게 완성할 사람은 나 뿐이야. 남의 회사에서 남을 위해 일하면서 이 발명을 완성하고 싶지는 않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