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에 2조원 꿔준 MS 'PC때문 아니다'

일반입력 :2013/02/09 08:27    수정: 2013/02/09 08:37

델의 자발적 상장폐지에 대해 마이크로소프트(MS) 투자를 근거로 PC시장의 국면 전환 카드란 분석이 다수를 이룬다. 이에 반기를 든 분석이 나와 눈길을 끈다.

미국 지디넷의 데이비드 체르니코프는 7일 델의 매각은 PC가 아니라 엔터프라이즈에 관련된 것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다.

지난 5일 델은 사모펀드(PEF) 실버레이크파트너스, 마이클 델, 기타 개인투자자들에게 244억달러(주당 13달러65센트)에 회사를 매각했다고 발표했다. 이를 통해 마이클 델은 창업자로서 델을 개인소유로 되찾았다. 주당 13달러65센트를 지불한다.

매각 자금은 마이클 델이 출자한 현금과 자산의 결합은 물론, 실버 레이크와 연계된 투자 자금에서 출자한 현금, 그리고 MSD 캐피탈이 투자한 현금, MS로부터 융자한 20억 달러, 기존 부채상환에 대한 연장, 그리고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 바클레이, 크래딧 수이세 및 RBC 케피탈 마켓이 연합한 채권 금융 및 보유 현금 등을 통해 조달된다.

이 가운데 가장 많은 관심을 끈 대목은 MS의 20억달러 투자였다. MS가 델을 통해 윈도OS에 최적화된 PC를 내놓으려 한다거나, 포스트PC 시대에 대비하려 했다는 분석이 쏟아진 이유였다.

체르니코프는 나는 포스트PC 영역의 신화를 크게 믿지 않는다라며 MS가 델의 윈도PC 드라이브에 초점을 맞추고 단순히 투자를 결정했다고 생각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PC시장은 더는 폭발적으로 성장하지 않지만 성숙한 시장이다라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는 마이클 델의 '엔터프라이즈 서비스로 더 혁신하기 위해서'란 발언에 주목했다. MS의 투자 이유도 여기에 있다는 것이다.

그는 델은 MS 애저를 빌트인시킨 하드웨어와 플래그십 엔터프라이즈 서비스로 자리를 잡으려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델은 그동안 상대적으로 오픈소스 리눅스에 친화적인 회사였고, 리눅스는 엔터프라이즈와 클라우드 분야의 주류다라고도 지적했다.

이는 델이 MS 애저 플랫폼을 전달하는 최전선에 설 수 있게 되면, 리눅스와 애저라는 두 종의 주요 클라우드 플랫폼 모두를 가장 잘 제공할 수 있다는 의미다. 델은 더 쉽게 클라우드 시장에서 경쟁자인 HP나 IBM, 오라클과 차별화할 수 있게 된다.

현재 MS 애저 플랫폼을 딜리버리하는 주요 하드웨어 업체는 HP와 후지쯔, 그리고 델이다. 또한 HP는 MS와 DB-DW 어플라이언스 동맹을 맺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채무자와 채권자로 MS와 묶인 델은 다소 느슨한 관계를 유지해온 HP나 후지쯔에 비해 최적화 문제나 서비스 절차 측면에서 한발 앞설 발판을 확보하게 된다.

MS로선 자사의 애저를 하드웨어에 더 긴밀하게 통합하게 제공함으로써, 클라우드 시장의 VM웨어를 추격하는 힘을 얻게 된다. 또 저물어가는 PC용 윈도OS 중심의 사업에서 벗어나 애저를 회사의 핵심 수입원으로 삼을 수 있다.

이런 상황이 델의 향후 사업계획과 MS의 이익 모두를 보장하기 때문에 MS가 델에 20억달러를 투자했다는 게 체르니코프의 설명이다.

또한 가브리엘컨설팅의 댄 올즈는 외신의 기고를 통해 델이 저물어 가는 회사를 살리기 위해 비상장회사 전환을 추진한 게 아니라고 주장했다. 주주로부터 벗어나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 근거가 회계상에 나타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2010년 이후 최근까지 매년 매출이 꾸준히 늘어 2009년 수준을 넘어섰을 뿐 아니라, 수십개 회사를 인수하면서 비용을 늘렸음에도 영업이익과, 순이익 등이 모두 증가추세였다는 점을 주목했다.

2010년 델 매출은 610억달러 수준에서 520억달러까지 추락했지만, 이후 2011년과 2012년을 지나며 620억달러 수준에 이르렀다. 매출 증가폭이 크진 않았지만 조금씩 상승했던 것이다.

이 사이 델은 20개 이상의 크고 작은 M&A를 단행하면서, 막대한 비용을 지출했다. 하지만, 델의 영업이익, 순익, 세전이익은 모두 증가추세를 보였다.

그에 반해 최근 5년 사이 델의 주가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2009년 델의 주가는 주당 14.36달러까지 올랐다가 2010년 매출 감소 때 13.55달러까지 떨어졌다. 그런데 2011년 매출 증가 후 14.63달러까지 올랐던 델의 주가는 2012년 들어 10.14달러까지 떨어졌다. 분명 매출과 영업이익은 늘었고, 사상 최대규모였지만 주가는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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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이 델은 PC사업을 매각하지도 않았고, 대규모 정리해고를 단행하지도 않았다.

올즈는 델은 매우 수익 높은 회사이며 매출증가를 보여왔다라면서 앞으로 중소, 중견 기업 시장에서 강력한 경쟁자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