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델은 왜 상장폐지를 택했나

일반입력 :2013/02/06 09:45    수정: 2013/02/06 11:15

델이 비공개회사 전환을 공식 선언했다. '멍청한' 주주에게서 벗어나야 한다는 인식이 마이클 델을 자발적 상장폐지 결행으로 이끌었다.

5일(현지시간) 델은 240억달러를 들여 비공개회사로 전환한다고 발표했다.

델의 비공개회사 전환엔 마이클 델 창업주 겸 현 최고경영자(CEO)의 자금과 델을 지원하는 사모펀드(PEF) 실버레이크파트너스, 마이크로소프트(MS) 등이 참여했다. 델은 현 주주들에게 주당 13달러 65센트를 지불해 주식을 사들인다.

외신에 따르면, 마이클 델의 명목상 보유지분은 14%다. 하지만 실버레이크파트너스의 보유주식이 델의 우호지분에 해당하기 때문에 이를 합산하면 과반 이상의 주식을 마이클 델이 확보하는 셈이다.

델의 자발적 상장폐지는 단기적 이익에 연연하는 주식시장의 현 풍토 속에서 원활한 기업 혁신작업을 수행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 비롯됐다. 델은 개인 소비자 대상 PC제조회사에서 기업용 하드웨어와 보안SW 및 서비스 회사로 변신하길 원하고 있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델 내부 관계자를 통해 입수한 델의 상장폐지 검토 내막을 소개했다.

델의 기업혁신 작업은 약 5년의 시간을 두고 이뤄질 계획이다. PC제조회사란 이미지에서 기업용 클라우드와 보안 솔루션을 한번에 제공하는 단일 프로바이더로 거듭난다는 기획이다. 이는 미니HP, 미니 IBM으로 표현된다.

하지만 현재 주식시장의 투자자들은 델의 이러한 변신 작업에 신뢰를 보내지 않고 있다. 혁신작업이 너무 느리게 이뤄지고 있으며, 성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델의 주가가 혁신작업의 성과가 발표되는 매 분기마다 급락한 것이 그를 보여준다.

델은 혁신 작업을 원활하게 수행하려면 주주들의 입김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마이클 델과 실버레이크는 개인회사로서 델이 더 공격적이고 대담해질 수 있다고 느꼈다고 한다.

실버레이크와 마이클 델은 주식을 매입하는 대금인 240억 달러 가운데 170억달러를 부담하기로 했다. 이중 150억달러는 금융권을 통한 차입매수(LBO) 방식으로 확보하고, 나머지 20억달러를 마이크로소프트(MS)를 끌어들여 확보한다는 계획이었다. 이 계획은 결국 성사됐다. 150억달러 중 70억달러는 실버레이크가 끌어들인 몇몇 개인투자자 부담이다.

델이 보유한 기업내 현금은 150억달러다. 결국 마이클 델의 개인 자본과 실버레이크를 통한 차입금으로 상장폐지를 진행한 것이다. 기업 경영에 필요한 현금을 그대로 남겨뒀다는 의미다.

델은 유한회사 전환 후 구조조정을 단행하지 않을 계획이다. 직원 감원이나 사업부 매각은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회사의 제품 과 연구개발(R&D), 가격 인하, 마케팅에 투자를 지속할 계획이다. 제품과 가격의 경쟁력을 확보해 솔루션 제공자로 거듭나려는 델의 혁신을 가속한다는 게 이유다.

상장폐지 과정에서 단기적인 현금부족과 수익 축소는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주주의 염려에 시달릴 필요가 없다는 점이 희망적이다. 마이클 델이 회사의 상장폐지를 결심하게 된 결정적 계기였다. 외신은 주주들에 대해 '멍청하다(Stupidly)'는 표현을 사용했다.

델의 기업시장 공략지점은 중견기업이다. 직원규모 500명 이하 기업들을 주요 고객사로 삼겠다는 것이다. 포츈500대 기업 같은 대기업은 IBM과 HP가 이미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델의 PC사업 포기도 없다. 오히려 델은 PC를 클라우드와 보안 서비스의 일부로서 향후 수요 증가를 기대하고 있다.

델의 상장폐지 결정에 대해 경쟁사 중 하나인 HP는 부정적인 입장을 표명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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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P는 같은날 성명서를 통해 델은 험난한 길을 가겠다고 결정했다라며 이 회사는 불확실하고 과도기적인 기간을 확장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델은 상당한 빚을 지게 됐고, 델의 신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투자능력은 확실히 제한될 것이다라며 차입매수로 고객이 떠나갈 것이며 HP는 그 기회를 최대한 활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