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은 윈도8에 무엇을 기대하나

일반입력 :2012/12/14 08:02    수정: 2012/12/14 09:11

[오스틴(미국)=김우용 기자]마이클 델 회장은 줄곧 마이크로소프트(MS)의 윈도8에 많은 기대감을 보였다. 그와 델이란 회사는 PC를 판다는 1차원적인 사업모델에서 벗어나, PC를 앞세워 줄줄이 엮을 수 있는 새 사업기회들을 포착한 것으로 보인다.

마이클 델 회장은 13일 미국 텍사스 오스틴에서 열린 연례 컨퍼런스 ‘델 월드 2012’에서 기자와 만나 “윈도8 기반 컴퓨터와 태블릿에 많은 수요가 있다”라며 “심지어 새 소프트웨어에 느리게 반응하는 고객조차 윈도8에 꽤 많은 흥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델은 올해 열린 컨퍼런스에서 새로운 솔루션이나 제품을 깜짝공개하기보다, 지난 1년간 진행한 엔드투엔드 솔루션 확보작업의 현황을 강조하는데 주력했다. 인수합병한 회사들의 면면을 강조하고, 그에 따라 델이 접근할 수 있는 여러 사업영역을 보여줌으로써 ‘엔터프라이즈 솔루션기업’의 면모를 주지시키려 애썼다.

델이 3일의 행사기간 동안 열거한 제품과 솔루션은 데스크톱, 노트북, 가상화 클라이언트, 사전통합제품, 클라우드, SW, 보안서비스 등 다양했다.

무엇보다 기업고객을 주요 청중으로 한 행사였지만, 윈도8과 그에 대한 단말기를 전면에 앞세운 게 눈에 띄었다. 델은 전시장 4분의 1을 윈도8을 위한 공간으로 할애했다. 서버, 스토리지, 네트워크, 파트너 등으로 나눠진 전시공간 곳곳에 윈도8 제품을 빼곡하게 배치함으로써 참관객에 대한 노출을 최대한 늘렸다.

정작 12일과 13일에 걸친 주요 연설은 PC자체에 대한 강조를 하지 않았다. 마이클 델 회장을 비롯해, 마리우스 하스 엔터프라이즈솔루션그룹 사장, 존 스완슨 소프트웨어그룹 사장, 스티브 펠리스 최고커머셜책임자(CCO) 등은 새로 출시한 XPS나 래티튜드같은 노트북과 태블릿을 들어보이며 자랑하지 않았다.

PC 대신 발표내용을 채운 건 델 단말기에서 사용되는 응용SW와 그를 뒷받침하는 인프라였다. 가상데스크톱인프라(VDI)를 사용하는 모습만도 아니었다. XPS를 사용할 때 델이 구축해주는 네트워크 방화벽, 사용자 인증, 계정관리, 데이터 백업/복구, SaaS 등에 대한 설명이었다.

소닉월, 앱어슈어, 시큐어웍스, 퀘스트, 와이즈, 부미 등이 관련 내용에 언급됐다. 모두 지난해부터 델이 쉴 틈없이 사들인 회사들의 이름이다.

이를 종합하면 델의 앞으로 사업형태를 그릴 수 있다. 단순히 소매점이나 인터넷 주문을 통해 일반 소비자에게 PC를 판매하는 것으로 그치지 않는다.

일단, 목표 고객은 기업이다. 한 기업이 직원들의 업무용 단말기를 구입한다고 할 때 데스크톱, 노트북, 씬클라이언트, 태블릿 등의 단말기를 주문하려 한다. 이 때 델은 여러 종류의 다양한 제품을 제시하면서, 동시에 업무용 환경까지 통합해 구축해주는 형태를 제안하게 된다. 여기엔 보안 시스템이 필요하며, 단말기 관리나 직무에 맞는 지원 시스템을 위한 인프라가 필요하다. 이제 직원이 회사 노트북을 이용해 업무를 하게 될 때 인증부터 데이터 암호화 전송, 클라우드 저장, 백업, 데이터베이스 배치 등까지 지탱하는 뒷단의 인프라를 고도화해야 하는 것이다.

델은 이번 행사에서 직원의 어떤 단말기도 중앙집중식 관리체계에 적용할 수 있는 BYOD를 넘어 어떤 단말기와 데이터, 보안정책에도 대응하는 통합적인 관리체계 ‘BYOx'를 강조했다.

패트릭 스위니 델 소닉월 최고책임자는 “모바일 기기는 업무 영역에서 진화 과정의 일부이며 보다 방대한 논점을 지니고 있는 중요한 부분이기도 하다”라며 “사실 논점은 기기 자체라기보다 정보에 대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같은 정보 기반의 업무환경 관리는 보안이 핵심이다. PC에 보안서비스와 업무관리체계를엮어 제공한다는 게 델의 사업전략인 것으로 해석되는 부분이다. 마이클 델 회장은 언론사 대상 사전브리핑을 통해 “사이버 보안 부분이 델의 주요 성장 분야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윈도8은 여기서 델의 향후 사업을 결정짓는 또 하나의 중요한 요소다. 보안이나 어떤 IT서비스도 기업이 윈도 기반 PC에 관심을 가져야 제공될 여지를 얻게 된다. 윈도8의 터치스크린 기능과 유려한 디자인 등을 노출시키고 매혹시키는 게 향후 기업의 단말기 시장뿐 아니라 델 전체사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것이다.

델에게 PC는 버릴 수 없는, 버려서도 안 될 사업이다. PC는 델의 엔터프라이즈 사업을 위한 지렛대면서, 얼굴마담인 셈이다.

관련기사

마이클 델, 마리우스 하스 등은 한결같이 강조했다. 누구에게 하는 말인지는 확실치 않다.

“윈도8의 터치스크린 기능은 많은 것을 바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