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구코너]하늘을 나는 그림...TV의 발명⑦:주사선을 떠올리다

일반입력 :2013/02/03 06:00    수정: 2013/02/05 10:47

이재구 기자

9■말이 끄는 사탕무를 추수하는 써레에서 주사선원리를 떠올리다

그가 13살때였다. 그는 밭에 나가 있었다. 아이다호의 밭은 끝없이 펼쳐져 있었다.

한낮의 태양이 그의 머리위로 내려쬐고 있었다. 소년은 말이 끄는 써레가 가로로 오가며 사탕무를 캐는 것을 보고 있었다. 한순간 아이디어가 번뜩이며 지나갔다.

그래, 저거야. 저걸로 TV의 단조로움을 해결할 수 있겠어.주둥이 넓은 빈 병에 빛을 가두고 전자의 빛을 자기장으로 휘어서 ‘한 번에 한줄씩’ 전송시키면 돼!“판즈워스는 그로부터 80년 이상 계속해 사용될 브라운관을 이용한 전자방식 TV의 원리를 마악 생각해 낸 참이었다.

비록 그 아이디어는 굉장히 단순한 것이었지만 이 생각이 13세 소년의 생각속에 또렷하게 형성됐다.

거의 배운 지식도 없고 가난한 이 이름없는 시골소년의 아이디어는 당시 세계를 주름잡던 RCA,웨스팅하우스,GE같은 거대한 전기회사와의 경쟁에서 이길 수 없을 것 같았다. 하지만 판즈워스가 시작하려는 일이 바로 그 일이었다.

“파일로야 이 아이디어를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아라.”

그의 아이디어를 도용당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한 아버지는 아들에게 이렇게 당부했다. 아버지가 생각하기에 아들의 아이디어란 너무나도 값어치 있는 것이지만 너무나도 손쉽게 남에게 도둑질 당할 수 있는 지극히 간단한 것이기도 했다.

하지만 파일로는 진정으로 자신의 아이디어를 들어보고, 그의 아이디어가 과연 현실적으로 작동할 것인지를 검증해 줄 누군가가 필요했다. 그리고 그 적임자는 바로 자신의 화학담당 저스틴 톨먼 선생이었다.

1922년 3월 어느날 오후 늦은 시간. 저스틴 톨먼 선생은 자신의 교실에 있는 검은 칠판에 복잡하게 흩어져 있는 전기관련 기기의 그림 도표들을 보고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이게 도대체 화학과 무슨 상관이지?“

교실안에는 자신의 그림 마지막 부분을 분필로 그리면서 자신을 향해 돌아서서 말하려는 파일로가 서있었다.

“저는 이런 아이디어를 갖고 있어요.”

판즈워스가 조용히 대꾸했다.

“저는 선생님께 이것을 말씀드리고 싶어요. 선생님은 이걸 이해해 주실 유일한 분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지요.”

소년은 잠깐 멈추더니 깊이 숨을 들이쉬고는 말했다.

“이것이 저의 전자식TV에 대한 아이디어예요.”

“텔레비전? 그게 뭔데?”

톨먼선생님이 물었다.

이번에는 판즈워스가 선생님에게 자신의 아이디어를 자세히 설명하기 위해 많은 시간을 들였다.

선생님은 물론 판즈워스도 순간이 장차 두 사람 앞에 들이닥칠 엄청난 특허소송의 방패막이가 될 순간임을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로부터 10년 후 판즈워스와 거대 공룡기업 RCA간의 특허소송 소용돌이는 이 순간을 회고하는 것으로 사실상 결판이 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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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즈워스는 각고의 노력 끝에 브링검영대학에 특별신입생으로 입학했다. 주요대학의 엄청난 자원을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게 되면서 그는 개인적인 음극선관 및 진공관 연구를 했다.

그렇지만 그는 여전히 가난해 자신이 마음의 눈으로 본 것을 작동할수 있는 모델로 만들 돈이 없었다. 그는 가난한 농부의 아들이었을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