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테인튼, 이리 와 보게!
그것은 마치 전화기 발명의 순간과 같았다.
“이봐, 테인튼 이리와 보게!”
기쁨에 겨운 듯 한 남자가 2층 사무실에서 아래층으로 내려와 자신의 눈에 처음으로 띈 청년을 붙잡았다. 그는 20살 된 이웃 사무실 사환인 윌리엄 테인튼이었다. 베어드는 “이 기계로 보면 사람의 얼굴이 어떻게 보이는지 보자”며 그를 끌었다.
“나는 그를 수신기 앞에 데려다 놓고 화면에 무엇이 나타나는지 보러 옆방으로 갔다. 하지만 화면에는 아무 것도 나타나지 않았다. 당황하기도 했고 실망하기도 했던 나는 다시 송신기가 있는 방으로 갔는데 순간 실패의 원인이 분명해졌다.”
후일 베어드가 회고한 대로 이 청년은 네온전등의 강력한 빛에 놀라 TV카메라에서 한발 비켜 서 있었던 것이다.
베어드는 테인튼에게 반 크라운의 동전을 주면서 카메라 앞에 서게 하고 수신기가 있는 옆방으로 갔다. 이번에는 그의 얼굴이 화면에 아주 선명하게(?) 나타났다. 이로써 테인튼은 TV에 등장한 최초의 인물이 됐다.
그는 이어 이 사실을 알리러 데일리 익스프레스로 달려갓다.
“편집국장을 보게 해 주세요.”
하지만 2층 편집국장에게 달려간 데일리익스프레스 안내실 데스크의 반응은 이랬다. .
“아래 층 안내데스크로 내려가 보세요. 맹세컨대 어떤 정신병자가 와서 자신이 무선을 통해 볼 수 있게 해주는 기계를 발명했다고 말하고 있어요. 조심해요, 그가 면도칼을 가지고 있을지도 몰라요.”
물론 이 영상은 초당 12프레임(12Hz)을 넘기지 못해 이듬 해 1월에야 공식 발표회를 가질 정도의 간신히 업그레이드가 이뤄졌지만 그는 처음으로 사람의 움직이는 동영상을 보여줄 수 있었다.
이듬 해인 1926년 1월 런던 소호지역 프리스가 22번지. 드디어 베어드는 영국왕립연구소(Royal Institute)와 더 타임스지 기자들이 모인 가운데 자신의 연구실에서 시연회를 가졌다.
그는 파울 니프코프가 특허를 획득했지만 제조하지는 못했던 이미지 스캐닝 디스크를 개선해 ‘무선전신으로 풍경 인물 장면을 전송하는 시스템’을 개발해 특허를 출원했다.
베어드는 점점 더 자신의 이미지 전송량을 더 늘리는 기술 향상을 보이기 시작했고 마침내 초당 12.5장의 사진을 보낼 수 있게 됐다.
이 시연은 실제로 움직이는 동영상을 세계최초로 여러사람앞에서 보여준 최초의 TV시연이 됐다. (그러자 1927년 4월 8일 미국의 AT&T가 이 기술을 이용해 워싱턴DC와 뉴욕간 225km 거리에서 이미지전송실험을 성공시켰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베어드는 바로 그 다음 달인 5월 자신의 기술이 실용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글래스고우와 런던 간 전화선을 이용해 705km거리에서 이미지 전송실험을 해 성공시켰다. 이어 1928년 런던에서 뉴욕 하츠데일 간의 대서양 유선 TV전송까지 성공하기에 이르렀다.)
베어드가 텔레비전을 발명했다는 소문이 퍼지기 시작했다.
런던 셀프리지 백화점 측은 1925년 3월 25일부터 3주간에 걸쳐 시리즈로 이 신기한 그림을 전송하는 기계를 시연해 달라고 베어드에게 요청해 왔다. 1주일에 20파운드를 줄 테니 발명품을 백화점에 전시하고 시연해 달라는 것이었다. 그는 자신이 발명한 텔레비전이 백화점 상품을 홍보하기 위한 쇼로 전락하는 것이 싫었지만 대중들의 반응도 볼 겸 못이기는 척 승낙했다.
베어드의 기계식텔레비전은 마침내 대중앞에 섰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화면은 작고 어두워서 영상이 겨우 보일 정도였지만 하루 세 번 전시되는 텔레비전을 보기 위해 사람들이 백화점앞에 장사진을 쳤다. 텔레비전이 인기를 얻자 베이드는 출연료를 지급하고 조수였던 테인턴을 모델로 썼다. 이어 1929년 마침내 영국의 BBC가 베어드의 기계식 TV인 텔레바이저(Televisor)를 이용해 세계최초로 TV방송을 실시했다. 베어드는 텔레비전의 상품성을 높이기 위해 연극 등 다양 한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특히 경마 중계방송은 세상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그는 트럭에 거대한 카메라를 싣고 말들이 뛰어달리는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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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베어드의 성공도 잠시였다. 사람의 머리에서 어깨까지 정도의 모습 밖에 보여주지 못하는 화질 좋지않은 기계식 텔레비전은 오래 갈 수 없었다.
1935년 RCA와 크로스라이선싱 계약을 맺은 마르코니-EMI가 405주사선을 가진 또렷한 전자식TV를 선보이기 시작하면서 그의 발명품도 빛이 바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