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BIT부터 CES까지…IT전시회 흥망성쇠

일반입력 :2013/02/01 19:16    수정: 2013/02/02 08:21

정현정 기자

굴지의 국제 IT전시회들의 부침이 심해지고 있다. 세계 IT 트렌드를 주도하는 대표기업들의 이탈이 가속화되면서 전시회 위상이 추락한데다 기술 트렌드와 시장의 무게 중심 변화에 따라 명운이 갈리고 있다.

특히 일본과 유럽 지역의 경우 해당 지역 기업들의 위상이 최근 몇 년 사이 급전직하하면서 크게 타격을 입었다. 반면 중국은 세계 최대 시장으로 부상하면서 이를 기반으로 한 기업들의 위상 역시 크게 높아져 업계의 눈이 쏠리는 신(新) 메카로 주목받고 있다.

매년 초 열리는 세계 최대 이동통신전시회인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가 스페인 바로셀로나를 떠난 새로운 개최지를 찾을 것이라는 소문은 예전부터 무성했다. 최근에는 중국이 새롭게 유력한 후보지로 떠오르고 있다. GSMA(GSM Association)이 주관하는 MWC는 원래 프랑스 칸에서 열리다가 전시회 규모가 확대되면서 2006년부터 바로셀로나로 개최지가 옮겨졌다.

하지만 한 때 세계 1위의 휴대폰 제조사였던 핀란드 노키아와 스웨덴 통신장비업체 에릭슨 등 유럽 업체들이 스마트폰 생태계에 변방으로 물러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대신 휴대폰 판매량 1위는 삼성전자가 꿰찼고 중국은 단일 국가로 세계 최대 휴대폰 소비국으로 떠올랐다. 더 이상 각 국의 기업과 바이어들이 유럽을 찾을 이유가 없어진 셈이다.

한 때 세계 최대 IT전시회로 군림했던 세빗(CeBIT)은 이미 명성을 잃은지 오래다. 2007년을 전후로 LG전자, 노키아, 모토로라, 소니 필립스 등 글로벌 업체들이 불참을 선언했고 삼성전자도 2008년부터 불참을 선언했다가 지난해 4년 만에 다시 참가를 결정하기도 했다.

전성기 시절 세빗은 전시회가 열리는 일주일동안 80만명의 참관객이 몰려 하노버 50만 인구가 먹고 산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명성이 높았다. 하지만 이제는 주요 업체들이 하나 둘 떨어져 나가면서 지난 2002년 행사를 끝으로 자취를 감춘 컴퓨터 관련 전시회 컴덱스(COMDEX)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기업들은 전시회에 들인 비용과 노력 만큼의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데다 비슷한 시기 열리는 전시회에 중복해서 신제품을 전시할 필요가 없다는 이유를 들어 전시회 참가를 꺼리고 있다. 한 해의 전략이나 기술유출에 대한 부담감도 작용한다. 기업들은 자체 행사를 여는 방식을 더 선호하거나 전시회에 참가하더라도 전략 제품을 출품하지 않기도 한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지난해를 마지막으로 CES에 불참을 선언했다. CES가 매년 1월에 열려 자사의 신제품 개발 시기와 맞지 않는다는 이유다. 대신 자사의 제품을 소개하는 별도 행사를 마련할 계획이다. 애플은 과거부터 외부행사에 참여하지 않는 대신 매년 6월 개최되는 애플 연례 개발자 회의(WWDC) 등을 통해 주력 제품을 공개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IT 분야에서 가장 중요한 기업을 꼽으라면 삼성전자, 구글, 애플 이 세 기업을 들 수 있지만 그로벌 거인들이 한꺼번에 참석하는 전시회는 전무하다”면서 “구글과 애플이 자체 행사를 고수하나는 점에서 사실상 삼성전자가 불참의사를 밝히면 그 전시회는 힘을 잃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매년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 CES(Consumer Electronics Show)는 쇠퇴의 길을 걷는 듯 했지만 삼성전자가 참가를 선언하고 디지털 가전 등으로 전시회 초점을 맞추면서 회생에 성공했다는 평을 받는다.

부품 분야에서도 이 같은 변화가 감지된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세계 양대 디스플레이 전시회로 꼽히는 일본 ‘FPD 인터내셔널’에 나란히 불참했다. 양사는 지난 1994년부터 매년 FPD 인터내셔널에 참가해 디스플레이 신기술을 경쟁적으로 선보여 왔다.

신제품 부재와 기술유출에 대한 부담 등 이유가 있지만 일본 디스플레이 산업의 추락으로 전시회 자체의 중량감이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가 업계 안팎에서 나왔다. 디스플레이 패널과 부품 분야서 일본 의존도가 높았던 과거와 달리 국내 업체들의 경쟁력이 강화된 근래에는 일본 고객사와 만남에 대한 유인도 줄어들었다. 대신 중국에서 개최되는 디스플레이 전시회인 FPD차이나에 더 많은 기업들의 관심이 모아질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전시회 참가의 주목적이 고객들을 만나고 신기술 정보를 얻는데 있지만 일본 전시회의 경우 이 같은 의미가 많이 퇴색했다”면서 “최근에는 일본 기업에 대한 의존도가 줄어들고 정보를 얻는 루트가 많아진데다가 보안의 문제도 있어 국내 기업들이 불참을 결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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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의 중심이 북미와 아시아 지역으로 넘어오면서 유럽 지역 전시회들이 쇠락의 길을 걸으면서 이제 세계 기업들의 눈은 중국과 아시아로 쏠리고 있다.

한 관계자는 “유럽이 세계를 지배하던 시대에 이 지역에서 개최되는 국제 IT 전시회는 어마어마한 부가가치를 창출했지만 현재는 IFA와 MWC가 명맥만 유지하는 수준”이라면서 “대표적인 이동통신 전시회 MWC 개최지 물망에 중국이 오르내린다는 것이 단적으로 현재 상황을 대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