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경쟁력 제고를 담당하게 될 ICT 전담부처 설립 방안이 이번 주에 판가름 난다. 방송과 통신, 그리고 소프트웨어 및 디지털 콘텐츠 등 정보기술(IT) 산업을 아우르는 전담부처 신설 여부가 업계 최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14일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제 18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로드맵 상 오는 16일 ICT 전담부처에 관한 정부 조직개편 초안이 나온다. 인수위는 이 초안을 가지고 이번 주까지 최종안을 마련, 21일경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직접 발표할 수 있도록 계획 중이다.
이후 법령안 입법예고, ICT 전담부처 설립 공청회 등을 열고 가급적 1월 중 정부안을 국회로 송부한다는 계획이다. 2월에는 전담부처 장관(혹은 청장) 임명과 청문회를 거쳐, 박 당선인의 대통령 취임식인 동월 25일 이전에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이러한 로드맵을 볼 때, ICT 전담부처와 방송통신위원회의 운명은 이미 결정된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거론되고 있는 2가지 유력안 ▲ICT 전담부처 신설 ▲미래창조과학부 내 별도부서(혹은 청) 중 하나가 곧 발표된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박 당선인 취임 전까지 모든 일정을 마무리하기 위해서 설립안 마련에 분초를 다투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박 당선인의 의지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에 아직까지도 속단할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ICT 전담부처 신설을 강력하게 원하는 곳은 방송통신위원회다. 옛 정보통신부 해체 이후 설립된 방통위는 옛 방송위원회를 흡수했지만 ICT 부문 중 소프트웨어는 지식경제부에, 디지털 콘텐츠는 문화체육관광부에, 정보화는 행정안전부에 빼았겨 종이호랑이로 전락했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실제 우리나라 IT경쟁력도 방통위 출범 후 지난 5년여 동안 하락했다. 국내 IT산업 성장률 하락은 물론, IT 수출 증가율 저하, 초고속인터넷 순위도 최근 몇년간 하락세를 유지하고 있다.
방통위와 IT업계 일각에서는 국가 IT경쟁력 제고를 위해서라도 ICT 전담부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지경부나 문화부의 반발이 있더라도 ICT를 총괄할 수 있는 콘트롤타워가 있어야 총체적인 ICT 발전을 이끌어 갈 수 있다는 것이다.
방통위 등 ICT 전담부처 설립을 원하는 진영에서는 전담부처 신설 가능성에 좀더 무게를 두고 있다. 그 동안 논의돼 왔던 ICT 산업발전을 위한 내용이나, 지난해 10월 정보방송통신 발전을 위한 대연합(ICT대연합)이 개최한 토론회에서 박 당선인의 언급 등을 근거로 두고 있다.
박 당선인은 지난해 10월 30일 ICT대연합 토론회에 대선 후보자 자격으로 참석해 "ICT 전담부처 설립을 적극 검토하겠다"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토론회 직후 ICT대연합 관계자들이 검토 대신 좀더 긍정적인 발언을 해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박 당선인은 "(신설)하는 것으로 봐도 됩니다"라고 언급했다고 한다.
이들 진영이 전담부처 신설 가능성을 높게 보는 이유 중 또 하나는 방송계와도 최근 뜻을 같이 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 동안 방송계는 ICT 전담부처 신설에 적극 찬성하는 입장은 아니었다. 그러나 전담부처 신설시 방송통신발전기금을 온전히 확보할 수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해 ICT 전담부처 신설에 목소리를 더하기 시작했다.
정통부 해체 이후 주파수 경매 낙찰가의 55%를 주무부처도 아닌 지식경제부에 넘기고, 45%만 방통위에 분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방송통신업계 관계자는 "방송업계에서 기금 운영 등에 대해 통신업계와 뜻을 같이 하고 있어, (전담부처 신설을 위한) 박 당선인의 고민이 조금이나마 줄어 들었을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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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최근 과학기술계도 차기 정보 조직 개편에서 미래창조과학부와 ICT를 분리해야 한다는 성명서를 낸 바 있어, 어떤 식으로든 ICT 전담부처 신설 쪽으로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한 중소 IT업체 대표는 "정부 조직이나 대형 통신업계 입장을 배제하고서라도 IT업계에서 전담부처가 생기는 것을 환영하는 분위기"라면서도 "대신 강력한 규제기관 설립 보다 산업 진흥을 위한 합리적 조직이 생겼으면 한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