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를 달군 스타 CEO '말,말,말'

일반입력 :2013/01/14 08:44    수정: 2013/01/14 12:32

남혜현 기자

평소 과묵하기로 소문난 대기업 '사장님'들도 쉽게 말문을 여는 곳이 있다. '기조연설' '기자 간담회'처럼 공식적인 말의 통로가 열리는 것은 물론이요, IT 기업 대표들이 직접 신기술 설명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게 되는 곳이 바로 글로벌 전시회다.

이들의 말을 잘 살피면 올 해 IT 트렌드를 알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각 기업들이 가장 첨예하게 경쟁하고 있는 부분이 어디인지 알 수 있다.

지난 8일(현지시간)부터 11일까지 나흘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 'CES 2013'에서 IT 기업들이 쏟아낸 '말'들을 모아봤다.

올해 CES에선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물론 소니, 퀄컴 등 국내외 주요 IT기업들이 CES에 참석해 신제품과 신기술을 선보이며 수많은 메시지를 던졌다.

■내가 직접 깎아서 밤새 휘도록 안고 있느라 입술이 부르텄다

윤부근 삼성전자 가전(CE) 부문장 사장이 국내 기자 간담회 도중 꺼낸 말. 양 옆이 휘어진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 공개 시점을 놓고 경쟁사가 내놓으니 부랴부랴 전시한 것 아니냐는 의문에 내 귀에 들리는 이야기가, 말이 많아가지고...라며 전날부터 곡면 OLED TV 전시를 준비했다고 이같이 강조했다.

윤 사장은 이날 농담조로 친환경 소재를 이용하기 위해 곡면 OLED TV 뒷면에 나무를 대기로 했다. (손가락으로 입 주변을 가리키며) 화면 뒤에 대려고 나무를 밤새 안고 있느라 여기가 부르텄다. 잠을 못잤다라고 말해 시선을 끌기도 했다.

■꼭 삼성을 의식한 것은 아니다. 어느 시점부터 전시하기로 결정했다

곡면 OLED TV는 올해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동시에 꺼내놓은 신제품이다. 두 회사가 거의 같은 시점에 유사한 제품을 공개하자, 누가 먼저냐는 문제가 사람들의 입길에 올랐다.

해당 발언은 권희원 LG전자 홈엔터테인먼트(HE) 담당 사장이 기자간담회 도중 털어놓은 이야기. 아침까지 공개 여부를 고민했다는 권 사장은아침 8시30분쯤 (삼성전자가 곡면 OLED TV를 공개한다는) 내용을 입수했고, 우리도 해야겠다 해서 내놓게 된 것이라며 경쟁사의 신제품 공개에 다소 민감한 모습을 보였다.

■이 아름다운 화면을...

일본 가전업체의 맏형인 소니가 올해 4K OLED TV를 선보이며 부활의 신호탄을 쐈다. 다만, 이 과정에서 히라이 가즈오 소니 사장이 야심차게 공개한 4K OLED TV가 오작동을 일으키는 문제가 발생했다.

히라이 가즈오 사장은 이 아름다운 화면을...이라며 신제품을 가린 장막을 거뒀지만, 블루스크린이 뜨는 기계 오작동으로 결국 보라는 맺음말은 하지 못했다. 가즈오 사장으로선 체면을 구겼으나 이를 보는 IT업계는 4K OLED TV를 누구보다 빨리 선보인 소니의 기술력에 감탄했다.

■스마트 기기들이 '디지털 육감(sixth sense)'을 제공할 것이다

올해 CES에선 부품 업계 수장들이 잇달아 기조연설에 나서며 스마트폰 시대의 미래를 전망했다. 폴 제이콥스 퀄컴 회장도 그 중 하나. 제이콥스 회장은 스마트 기기가 사람들의 마음을 알아채는 수준으로 발전해나갈 것으로 내다봤다.

■하나의 질문이 밤마다 나를 잠 못들게 했다

우남성 삼성전자 시스템LSI 사장이 기조연설 도중 8코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엑시노스5 옥타'를 공개하며 한 말. 엑시노스5 옥타는 ARM 프로세서인 코어텍스A15를 기반으로 '빅리틀' 설계구조를 적용, 데이터 처리 능력 개선과 저소비전력을 구현한 제품이다.

우 사장은 스마트폰의 혁신은 그 내부 부품의 개선에서부터 시작된다며 어떻게 하면 프로세싱 파워를 증가하는 동시에 에너지 소비를 줄일 수 있을까?를 고민하느라 밤마다 잠을 못 잤다고 말했다.

■날씨가 참 좋죠

잠깐의 등장임에도, 가장 많은 관심을 받은 사람 중 하나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다. 그는 전시 사흘째인 10일 오후 약 30분간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 내 삼성전자 부스를 찾았다.

이 자리에서 이 부회장은 신제품에 대한 고객사의 반응을 묻는 한 기자의 질문에 라스베이거스 날씨 좋죠라는 짤막한 답만 내놓았다.

이 사장은 지난 연말 삼성전자 경영 전반을 총괄할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CES는 그가 부회장직을 맡고 난 후 가진 첫 공식 해외 출장이다.

■나한테도 시간이 조금 필요하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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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진 LG전자 사장이 2015년까지 글로벌 가전 1등을 하겠다고 공언했다. 간담회에서 한 기자가 왜 하필 2015년이냐라고 묻자 조 사장이 웃으며 나한테도 시간이 조금은 필요하지 않겠냐고 답했다.

조 사장은 LG전자 세탁기 사업을 글로벌 1위로 만든 1등 공신이란 평가를 받고있다. 지난 연말 LG전자 정기 임원인사에서 사장으로 승진, 이 회사 홈어플라이언스(HA·생활가전) 사업부 살림을 맡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