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안드로이드' 모바일OS 3파전

일반입력 :2013/01/06 09:21    수정: 2013/01/06 21:23

새해 모바일 운영체제(OS) 시장에 나서는 오픈소스 기술들이 '제2의 안드로이드' 자리를 놓고 3각 경쟁을 벌일 전망이다. 삼성전자와 인텔의 '타이젠', 브라우저업체 모질라의 '파이어폭스OS', 리눅스업체 캐노니컬의 '우분투포폰'이 저마다 연내 단말기 출시로 상용화를 예고했다.

iOS와 함께 모바일 시장을 양분한 안드로이드는 '성공한 오픈소스OS'지만, 구글이 그 업데이트를 내놓을 때마다 폐쇄성을 키워왔다는 비판이 거세다. 회사가 지난해 8월 모토로라모빌리티를 125억달러에 사들여, 애플처럼 자체 단말기 생산에 치중할지 모른다는 제조사들의 불안도 크다.

안드로이드에 의존해온 제조사들은 폐쇄성에 따른 위험부담을 벗기 위해 대안이 필요한 상황이다. 구글이 직접 소프트웨어 개발과 단말기 생산을 병행하면, 기존 안드로이드 제조사들과의 협력은 소홀해질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서다. 최악의 경우 구글이 더이상 최신 안드로이드를 '공짜'로 풀어놓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일부 업체들이 대응에 나섰다. 타이젠은 안드로이드의 최대 우군으로 활약해온 삼성의 타개책이다. 그리고 파이어폭스OS와 우분투포폰은 각각 오픈소스 전문업체가 기존 안드로이드의 폐쇄성에 위기를 느낀 제조사들을 위한 대안으로 등장했다.

■삼성-인텔 타이젠, 소문만 무성

우선 삼성전자는 안드로이드 의존에 따른 위험부담을 덜려고 지난 2011년 9월부터 인텔과 손잡고 타이젠을 만들었다. 다만 지난해 예고했던 상용화를 올초로 늦추고 시제품 단말기 공개와 개발자 생태계 조성 등으로 시간을 보냈다. OS와 애플리케이션(이하 '앱') 개발 과정간의 유기적인 연결고리가 부족한 것은 약점으로 비친다.

하지만 정작 삼성쪽은 공식 개발 일정에 대해 말을 아낀다. 올해 타이젠 스마트폰을 출시할 계획이며 시장 상황에 따라 제품군을 늘려갈 것이라고 지난 4일 밝혔을 뿐이다. 이는 앞서 연말께 한 일본 외신이 현지 통신사 NTT도코모를 통해 전한 새해 타이젠폰 출시를 인정한 것에 불과하다. 영미권에선 오는 3~4월께 타이젠을 탑재한 갤럭시 시리즈가 등장할 거란 루머도 돌았다.

타이젠 상용화가 미뤄진 배경엔 추측만 무성하다. MS 윈도폰처럼 '구글 견제 카드'일 뿐이란 설, 삼성 자체 플랫폼 '바다'의 기술과 개발인력 통합 등 사내 정치적 배경 문제란 설 등이 있다. 어쨌든 인텔이란 거대 브랜드와의 협력, 미국서 지난해 치른 개발자 컨퍼런스, 정식 공개된 플랫폼과 SW개발도구(SDK)만으로는 성공을 장담키 어려운 상황이다. 연내 상용화를 공식화한 만큼 발전방향을 주목할 필요는 있다.

■캐노니컬 우분투포폰, MS 따라잡기

그리고 캐노니컬은 PC와 서버용 리눅스 배포판 '우분투'를 만들어왔는데 지난 2011년 10월 개발자서밋을 통해 모바일과 가전 분야에도 자사 OS를 담아낼 계획을 구체화했다. 지난 2일 공개된 '우분투포폰'은 그 선언을 실천한 것으로, 안드로이드 단말기에 실험적으로 탑재된 시연 영상이 공개됐다. 이르면 연말께 실제 제품이 출시된다.

우분투포폰은 캐노니컬이 PC용 우분투에 탑재해온 주요 기능과 서비스를 모바일에 알맞게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앞서 회사는 '우분투원'이라는 개인용 클라우드 서비스로 사용자 음악과 문서 파일, 연락처와 일정을 동기화할 수 있다. iOS와 안드로이드에만 가능했던 모바일 서비스가 우분투포폰에도 제공될 듯하다.

우분투포폰이 신생 플랫폼인 만큼, 상용화 시점까지 앱 확보가 중시될 전망이다. 캐노니컬은 앞서 '우분투웹앱스'란 기능을 통해 구글, 페이스북, 트위터같은 웹서비스를 PC기반 프로그램처럼 돌리게 만들었다. 윈도 앱을 돌릴 수 있는 가상화SW도 품었다. 향후 나올 SDK로 우분투 PC와 휴대폰에 모두 돌아가는 앱을 만들 수 있다. 이는 자체 앱스토어 'SW센터'에서 유통될 듯하다.

■파이어폭스OS, 모질라판 크롬OS

브라우저업체 모질라도 자사 브라우저를 기반으로 파이어폭스OS라는 플랫폼을 선보였다. 이는 저사양 하드웨어를 웹기술로 직접 다룰 수 있는 웹기반 OS로 묘사된다. 안드로이드의 대안에 목마른 제조사와 통신사를 겨냥해 무료로 제공된다. 지난해 7월 안드로이드폰에서 구동되는 시연장면이 나왔고 새해 상용화될 전망이다.

파이어폭스OS를 위한 통화, 문자메시지, 연락처 등 기본 휴대폰 기능과 게임과 문서도구 등 스마트폰 앱이 모두 HTML5 기반으로 구현된다. 웹기술과 모질라의 개방성은 단말기 제조사와 개발자들이 환영할만한 요소다. 다만 모바일 앱을 만드는데 웹기술만 써야 한다는 특성은 득이될지 독이될지 미지수다. 개방형 웹앱 장터 '모질라마켓플레이스'가 앱스토어 유통을 맡을 전망이다.

중국 제조사 ZTE와 TCL커뮤니케이션테크놀로지가 첫 단말기 생산을 맡고 글로벌 휴대폰유통브랜드 '알카텔원터치'와 브라질 통신사 텔레포니카의 비보 브랜드에서 시판될 것으로 알려졌다. 텔레포니카 외에도 독일 도이치텔레콤,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에티살랏, 미국 스프린트, 이탈리아 텔레콤이탈리아 등 여러 통신업체가 지원 계획을 밝혔다. 앞서 지난해 2월 모질라가 국내 제조사 LG전자와 손잡았다는 루머도 들렸다. ■제2의 안드로이드 나올까

최근 3년간 애플 대항마로 안드로이드 플랫폼에 결집했던 업체간 이해관계가 엇갈리며 제3의 모바일OS 등장을 점치게 한다. 이 시장을 겨냥한 사업자들의 도전이 다음주 미국서 열릴 소비자가전쇼(CES)나 스페인서 열릴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를 통해 구체화될 전망이다.

드러난 현황만 놓고 볼 때 여러 제조사를 통해 상용화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플랫폼은 캐노니컬의 우분투포폰이다. 안드로이드를 채택한 기존 제조사들이 거의 비용을 들이지 않고 그 휴대폰 플랫폼을 우분투포폰으로 대신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내놓고 있다. HTML5 웹표준 기술로도 앱을 만들 수 있다며 윈도폰8을 만든 마이크로소프트(MS)나 파이어폭스OS를 내놓은 모질라 등의 장점도 놓치지 않았다.

모질라는 제조사와 통신사간 파트너십을 확보했지만, 기반이 될 웹기술이 표준화되지 않은 상태다. 네티이브앱 없이 안드로이드만한 규모의 개발자를 확보하기까지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얘기다. 삼성도 웹기술로 앱을 돌릴 수 있고 기존 '바다' 앱 생태계를 계승해 네이티브 앱도 갖췄다 볼 수 있지만 회사측의 명시적 로드맵이 없어 장래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다.

타이젠, 우분투포폰, 파이어폭스OS 외에도 HP가 인수후 포기한 팜의 '웹OS'나 구글이 모바일용으로 나온 바 있고 인텔 미고 등 여러 오픈소스 기술들이 모바일 플랫폼 시장에 도전장을 던졌지만 흐지부지되거나 성과를 이루지 못해왔다.

일각에선 제3의 모바일 플랫폼이 성공할 가능성을 평가절하한다. 각 플랫폼이 살아남아 의미있는 경쟁을 펼치기까지 충분한 사용자를 확보할 수 없거나 필요한 자본을 조달하지 못해 거꾸러질 것이란 진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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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씨넷의 모바일 담당 블로거 제시카 돌커트는 우분투포폰, 타이젠, 파이어폭스OS가 나와 벌일 경쟁을 시장이 받아줄 것인지 회의적이라고 지적했다. iOS와 안드로이드 양강구도로 자리잡기 전 시장을 달궜던 블랙베리, 심비안, 윈도모바일, 웹OS 등의 전철을 밟기 십상이란 관측이다.

포브스 온라인판에서도 새로운 플랫폼을 써줄 하드웨어 파트너와 SW개발자뿐 아니라 그 단말기를 들고다닐 사용자가 필요할 것이라 썼다. 하지만 업계에는 MS의 윈도폰8, RIM의 블랙베리10, 안드로이드 중국판 변종인 '알리윤', 노키아가 액센츄어에 넘긴 심비안 등 이미 상용화됐지만 세간의 관심을 못 끌어낸 OS가 적잖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