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운영체제(OS) 시장 변화는 사용자들의 모바일 하드웨어(HW) 트렌드와 맞물렸다. PC 수요 침체로 마이크로소프트(MS) 윈도가 부진했고, 이를 틈타 애플과 구글이 스마트폰과 태블릿 시장서 굳히기에 들어갔다. 리서치인모션(RIM)의 블랙베리OS와 노키아의 심비안은 빛을 바랜 가운데 MS가 윈도폰과 윈도, 모질라가 파이어폭스OS, 캐노니컬이 우분투리눅스, 삼성전자와 인텔이 타이젠으로 기회를 엿본다.
구글 안드로이드와 애플 iOS가 여전히 모바일OS 시장 주역으로 인식된다. 지난해까지 스마트폰 중심의 성장을 지속했다면 올해는 애플리케이션(이하 '앱') 연계에 힘입은 태블릿으로의 영토확장에 힘이 실렸다. 지난 9월 구글이 안드로이드기반 '개통' 단말기가 누적 5억대를 넘어섰다고 밝혔고, 당시 애플도 지난 6월까지 iOS 단말기 4억대를 팔았다고 알렸다.
현재 애플이 iOS를 자체 단말기에만 담아내는 반면, 구글은 안드로이드 기기를 자체제작과 제조사 단말로 함께 공급중이다.
구글의 방식은 생산 물량과 유통망 관리, 제조사뿐 아니라 통신사와의 전략적 협력, HW에 대한 여러 사용자 선호를 세분화시켜 반영하고 다양한 시장에 공급할 수 있다는 특징을 보여준다. 안드로이드는 제조사들이 최신 OS 업데이트에 대한 부담을 떠안는 대신 압도적인 플랫폼 사용자 규모를 갖춘 반면, iOS는 애플이 직접 OS 업데이트를 제공하며 생태계와 서비스의 일관성을 통제할 수 있다는 차이를 보인다.
■MS 윈도8-윈도폰 부진
이가운데 또다른 글로벌업체 MS는 올해도 모바일 부문에서 부진을 면치 못했다. 회사가 하반기 출시한 PC용 OS '윈도8'이 출시 1개월만에 4천만카피 공급됐다고 자랑했지만 이는 3년전 윈도7과 비슷한 추이일 뿐이다. 그런데 윈도7이 데스크톱 전용OS인 반면 윈도8은 PC와 태블릿을 함께 겨냥한 제품인 만큼, 기존 트렌드를 훨씬 뛰어넘지 못했다는 점만으로도 시장의 주목을 충분히 받지 못했다는 방증이 된다.
MS가 윈도8과 함께 내놓은 '윈도RT'가 실질적인 태블릿용 OS로 인식된다. 그러나 경쟁 플랫폼에 비해 제공되는 앱이 턱없이 부족한 약점을 보인다. 윈도RT는 기존 윈도PC 앱을 구동할 수 없으며 윈도8에도 새로 추가된 '메트로UI' 또는 '모던UI'로 불리는 환경에 특화된 앱을 지원할 뿐이다. 모던UI 앱은 MS판 앱스토어 '윈도스토어'에 등록된 것을 가리킨다. 그 앱 규모는 지난달말 2만개를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회사의 스마트폰OS '윈도폰'은 윈도8과 윈도RT 태블릿용 앱 생태계를 도와주지 못한다. 일단 이달초 MS가 윈도폰 마켓플레이스에 등록된 앱이 12만개를 넘어섰다고 밝혔지만, 이는 지난 10월말 70만개를 넘어선 안드로이드 앱이나 지난달 중순 100만개를 넘어선 iOS 앱에 훨씬 못 미치는 규모다.
또 구글과 애플은 태블릿과 스마트폰용 앱을 공유할 수 있는 동일 OS지만, MS 윈도폰은 윈도RT나 윈도8의 모던UI앱 구동환경과 별개다. MS 창립자인 빌게이츠 같은 사람이 그 스마트폰과 태블릿 OS간 통합을 암시하고 있지만 공식적인 개발계획은 알려진 바 없다.
MS가 애플과 구글을 뒤쫓으며 꾸준히 강조해온 메시지는 잘 통합된 사용자 경험(UX), 이를 지원하는 클라우드서비스, 기존 시스템과의 하위호환성 등이다. 내년부터는 윈도폰7.5까지 취약했던 모바일 오피스 지원과 태블릿-스마트폰 사용환경간 연계 메시지도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오피스, 태블릿 격전지-재기의 열쇠?
그러나 안드로이드와 iOS 기반 단말기가 기업시장에도 적잖이 확산된 상황이다. 개인 사용자가 직접 구입한 모바일 제품을 업무환경에 활용하는 브링유어오운디바이스(BYOD) 트렌드가 올해도 꾸준히 강화됐다. 이에 대응해 기업들도 메일과 포털과 협업인프라와 전자결재 등 사내 업무시스템의 일부 기능을 모바일로 가능케 지원하는 추세다. 개인용 컴퓨팅 기기가 PC뿐이었을 때와 다른 상황이 윈도OS의 입지를 축소시키는 중이다.
MS 최후의 보루는 윈도 전용인 최신 오피스 앱이다. MS오피스 문서를 읽고 쓰고 편집하고 협업하는 시스템은 다른 모바일과 웹서비스에도 존재하지만, 설치형 오피스 시스템과 연계된 전통적 업무시스템을 대체하지는 못한다. 또 새로운 오피스 버전은 기존 오피스 기능에 더해 태블릿에 특화된 UI, MS 클라우드와의 유기적 통합, HWP와 PDF파일 지원같은 특징을 보여준다.
설치형 MS오피스를 포함한 전통적 업무시스템의 효용이 모바일에도 여전한 점은 가상데스크톱환경(VDI)으로도 일정부분 증명된다. VDI 자체는 인프라 관리 효율과 총소유비용 절감 및 탁월한 보안성에 초점을 맞춰 도입되지만, 직접적인 체감효과 가운데 하나로 필요시 모바일에서 기존 데스크톱 앱에 접근할 수 있다는 게 장점으로 인식된다.
이 시장에서 애플은 '아이워크'라는 스프레드시트, 프리젠테이션, 워드프로세서 앱 묶음을 제공해왔다. 맥OS X 기반 제품은 지난 2009년 이후 출시되지 않았고 대신 iOS 기반 아이패드용 앱이 꾸준히 업데이트를 해왔다. 아이패드용 앱이 터치 입력에 기반해 맥OS X용 아이워크의 기능 다수를 재현하려는 행보를 보여준다. MS 오피스도 터치 기반 조작을 강화할 전망이다. 한편 구글이 '독스(문서도구)'라는 웹기반 오피스를 공급해왔는데 이는 모바일에 특화되지 않았다.
관건은 MS가 과연 경쟁사 플랫폼을 위한 오피스 앱을 공급할지 여부다. 회사가 앞서 iOS와 안드로이드에서 돌아가는 원노트, 링크 클라이언트 등을 선보였고 향후 워드, 엑셀, 파워포인트 등을 만들지 않겠다는 확답이 없었기 때문에 만들어낼 가능성도 있다. 이미 업계는 그 내부에 '아이패드용 MS오피스'가 개발되고 있다는 루머와 정황증거를 접해왔고 일부 외신들이 거의 기정사실로 보도하기도 했다. 이 경우 윈도 태블릿의 거의 유일한 경쟁우위를 빼앗길 수도 있는 상황이다.
■장외경쟁이냐, 메이저리그 입성이냐
MS가 모바일시장에 너무 늦게 대응했다는 지적이 많다. 윈도8로 PC를 넘어선 태블릿 공략 의지를 보여줬고 윈도폰7.5에 이어 윈도폰8을 통해 고성능 스마트폰 시장 대응에 나섰다지만, 이미 시장을 양분한 안드로이드와 iOS를 따라잡기엔 역부족이란 분석이다. MS가 애플과 구글을 따라잡아 3파전을 벌일 거란 관측도 있지만, 아직 본격적으로 제품화되지 않은 모바일 OS들과 장외싸움을 벌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내년도 출시를 예고한 신생 플랫폼가운데 삼성전자의 오픈소스 OS '타이젠'이 있다. 삼성은 리눅스재단과 인텔까지 합세한 이 플랫폼으로 내년 1분기중 정식판 배포와 단말기 출시를 계획중이다. HTML5 웹기술을 통해 단말기에 돌아가는 앱을 만들게 함으로써 상대적으로 부족한 생태계 기반을 메우겠다는 계산이 들었다. 이와 유사한 구상을 모질라 재단의 파이어폭스OS가 제시하고 있다. 기존 브라우저 엔진을 통해 고성능 앱 구동 환경을 제공하고 우리나라와 중국을 포함한 여러 제조사들과 협력 기반을 갖출 계획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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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 입장에 아직 제품화도 안 된 플랫폼과의 경쟁을 걱정할 필요는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기존 시장의 경쟁자들도 의식할 필요는 있다. 우선 RIM이 올해 안드로이드의 부진을 털고 풀터치로 방향을 튼 '블랙베리10' 단말기를 내년 공개하며 재기를 노리는 중이다. 그 앱개발에 참여한 개발자들은 인증앱을 만든 성과에 따라 점수와 등급을 부여받고 수익을 보전받는 경우도 있다.
또 이제 '퇴물' 취급인 노키아의 심비안도 MS에겐 직접 윈도폰 수요를 발굴해야 할 경쟁상대다. 사실 노키아는 MS 윈도폰 최신 플랫폼에 사운을 걸고 긴밀한 서비스 통합과 여러 기종의 단말기 생산에 적극적인 투자를 진행중이다. 노키아가 윈도폰 플랫폼을 적극 도입하면서 심비안OS를 포기하는 과정에 고사양 또는 스마트폰 사용자 수요를 애플과 구글이 큰폭으로 성장했다. 기존 심비안 사용자들이 iOS와 안드로이드로 전환했다는 보장은 없지만, 아직 기존 사용자들이 남아있다면 MS가 윈도폰 제품으로 기존 노키아 사용자들을 끌어들여야 단기간에 애플, 구글과 유효한 경쟁을 펼칠 수 있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