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드로이드 파편화 그만" 구글, 칼 빼드나?

일반입력 :2012/11/17 10:20    수정: 2012/11/18 09:03

안드로이드 소프트웨어개발도구(SDK)에 플랫폼 '파편화(fragmentation)'를 금지한다는 조항이 들어갔다. 구글이 파편화 주범인 제조사를 놔두고 엉뚱한 애플리케이션(이하 '앱') 개발자를 잡으려 한다는 비판도 나왔다. 다만 회사측이 조항에 관련해 구체적인 설명을 내놓지 않고 있어 별도 해명을 들어봐야 할 듯하다.

지난 15일 외신에 따르면 구글은 안드로이드SDK 라이선스계약 내용에 지난 2009년 4월 이래 처음으로 파편화라는 표현을 직접 써가며 이를 막으려는 조항을 담았다. 달라진 '안드로이드SDK 이용약관' 3.4 항목은 개발자들이 앱을 만들 때 플랫폼 파편화를 조장할 수 있는 어떤 행위도 못하도록 규정한 것으로 보도됐다.

플랫폼 파편화는 앱을 개발, 유통, 사용하는 안드로이드 환경이 제각각 다른 특성 탓에 일관성이 부족한 현상을 가리킨다. 이는 해소되긴 커녕 점차 심해지는 추세로 지적된다.

근본 원인은 제조사들이 하드웨어(HW)의 물리적 특성이나 부품 구성을 차별화요소로 삼는 행태를 고집하고 있어서다. 여기에 통신사들이 동일 기종에도 서비스 차별화를 주장하며 세부설정과 기본 앱 구성을 달리하기도 한다. 결국 주력 기종 몇가지만 꾸준히 업데이트되고 나머지 단말기는 몇달만에 버려진다.

반면 경쟁사 애플은 운영체제(OS) 업데이트시 모든 기기를 동시에 지원한다. 그 서비스를 최소 1년 이상, 길게는 3년가량 지속하기도 한다. 애초에 기기별 하드웨어 특성차를 최소화하고 소프트웨어(SW) 중심의 차별화에 초점을 맞추는 전략이라 안드로이드 제품보다 효율적으로 OS를 개발하고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

이같은 파편화의 영향이 개발자와 사용자들에게 실질적인 피해로 되돌아온다. 개발자들은 앱을 만들 때 수많은 단말기에서 제대로 돌아가는지 일일이 시험하느라 시간과 비용 부담을 지거나 특정 기기 대응을 포기한다. 어떤 사용자들은 자신이 원하는 앱을 쓰고 싶어도 해당 단말기나 오래된 OS에서 안 돌아갈 가능성을 걱정하게 된다.

지난 13일 구글이 손봤다는 'SDK 이용약관 3.4' 내용은 이같은 상황을 막아보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조항을 번역하면 당신은 안드로이드 파편화를 일으키거나 그럴 수 있는 어떤 행위도 취하지 않기로 합의한다 그리고 여기에 본 SDK에서 파생된 SW개발도구를 배포하거나, 만드는 일에 가담하거나, 어떤 식으로든 활용토록 장려하는 행위를 포함하되 이에 국한하지 않는다는 문장이다.

이에 대해 어떤 외신은 파편화 문제는 개발자들이 아니라 구글과 안드로이드 제조사들의 활동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이 사용조건이 추가돼 안드로이드 앱이 모든 단말기에서 실행되지 않을 수도 있어 비판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외신은 구글이 근본 원인을 제공한 제조사가 아니라 괜히 개발자에게 책임을 전가했다는 뉘앙스다. 개발자들이 그 조건을 따를 경우 앱이 모든 안드로이드 기기에서 실행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내놨다. 이는 SDK 이용약관을 앱 개발자들만 보는 내용이라 전제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조항을 들여다보면 구글이 부당한 제약을 건다고 보기 어렵다. 개발자에게 요구한 내용은 주로 안드로이드SDK를 함부로 개조해 쓰지 말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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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조한 SDK를 통해 가능한 일은 비공식 애플리케이션프로그래밍인터페이스(API)를 쓸 수 있다는 점이다. 다시말해 구글은 '비공식 API 사용 행위'를 제한한 것이다. 비공식 API는 구글이 안드로이드OS에 구현해놨지만 외부 개발자들에게는 개방하지 않은 기능을 쓰게 해준다. 다만 이렇게 만든 앱은 공식 장터에 등록이 안 될 수도 있고, 모든 단말기에서 정상적으로 돌아가지 않을 수도 있고, 향후 업그레이드될 안드로이드에서 작동 안 할 수도 있다.

또 해당 약관은 앱개발자에게만 적용되는 내용이 아닐 수 있다. SDK를 개조함으로써 변형된 안드로이드 OS 펌웨어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건 알려진 사실이다. 일반인들이 앱개발용도로만 제공되는 SDK 약관을 무시하고 변형된 안드로이드OS를 만듦으로써 제조사들의 것과 별개로 유발하는 파편화 현상을 막으려는 것일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