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내 IT서비스 업계의 핫이슈는 단연 지난 5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소프트웨어(SW) 산업진흥법 개정안이다. 유럽발 경제위기에 따른 전반적인 경기침체 속에서 '경제 민주화' 바람이 불어닥쳐 대기업 계열사의 공공부문 입찰참여를 제한하려는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이에 삼성, LG, SK 등 그룹 계열사 매출이 30%에서 많게는 60~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삼성SDS, LG CNS, SK C&C 등 IT서비스 빅3를 비롯해 롯데정보통신, 포스코ICT, 현대오토에버, CJ시스템즈, 동부CNI 등 상호출자제한기업에 속하는 55개 IT서비스 회사들이 내년부터 80억원 미만의 공공부문 입찰 참여제한으로 곤란을 겪게 됐다.
반면 그룹 계열사에 속하지 않은 중소형 IT서비스 업체들은 대기업이 독식하고 있는 IT서비스 시장구조를 바꾸고, 새로운 기회를 잡게 됐다며 환영하는 분위기다.
새해부터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소속 IT서비스 업체의 공공부문 입찰이 제한되면서, 이 업체들은 앞으로 감소될 수익을 매꾸기 위한 기반 다지기가 공통된 고민거리로 떠올랐다. 반면 중소 IT서비스 업체는 그 빈틈을 어떻게 뚫고 사업을 키울 것인가가 화두였다.
이같은 상반된 분위기 속에서도 올해 IT서비스 업계는 SW산업진흥법 개정안 통과로 해외에서 약 20억달러(2조1천47억원)가 넘는 수출실적을 기록하는 등 'IT서비스의 글로벌화'에 주력했다.
한편에서는 IT서비스 인력이 모바일, 금융쪽으로 쏠리는 현상을 겪으면서 한때 인력난을 겪기도 했다.
업계는 또한 새해부터 개인정보보호법 등 금융IT분야에 신설된 규제로 인해 많은 사업변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금융IT서비스포럼을 설립하고, 가속도가 붙은 수출부문에서도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대기업 계열 IT서비스회사, 공공서 홀로서기 시작
올해는 대기업 계열사의 공공부문 IT프로젝트에 입찰 참여제한에 걸리면서 줄어든 수익을 어디서 가져올 것이냐가 빅3를 포함한 대기업 계열 IT서비스 회사들의 공통된 고민 중 하나였다.
새해부터는 국가기관 등 공공영역에서 발주한 SW사업에는 55개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에 속하는 IT서비스 업체들의 입찰참여가 제한된다. 이 때문에 안정적인 그룹사 매출을 기반으로 해외에 눈돌리며 성과를 내는 한편 새로운 캐시카우 만들기에 주력했다.
이 같은 고민에는 대기업 계열사의 입찰 참여 제한 외에도 전체 IT서비스 시장의 성장률이 3~5%에 머물고 있는데 따른 위기감도 반영됐다. 삼성SDS는 매년 10월에 개최하던 사업전략 발표 행사 'Thought Leadership Conference(TLC)'를 내년 초로 미뤘다. 이 회사 관계자는 여러가지 불투명성 때문이라고 밝혔다.
특히 삼성SDS, LG CNS, SK C&C는 적극적으로 돌파구 마련에 나섰다. 이들이 공통적으로 공을 들였던 분야는 해외진출이다. 국내 사업의 돌파구를 찾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새로운 활로를 찾기 위해서는 해외에 눈돌리는 수밖에 없다는 인식이 반영된 결과다.
삼성SDS는 최근 270억원 규모의 아프리카 모잠비크 내무부 응급구난시스템(EMIS) 구축사업을 수주했다. 그 전에도 중국, 인도 등지에 발매자동화 설비(AFC)를 구축하고, 미국 남부지역 병원 네트워크 크리스터스헬스와 함께 전자의무기록(EMR) 사업을,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와 함께 디지털스페이스컨버전스(DSC) 사업을 수행했다. 지난 7월에는 공공 해외사업부를 공공 부문 사업부로 통합 개편해 해외사업 부문에 집중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LG CNS는 말레이시아 수도 쿠알라룸푸르시의 도시철도(MRT) 통신시스템 구축사업, 중국 스마트 그린시티 구축을 위한 현지 부동산 개발사 대련천지와의 협력체결(MOU), 불가리아 등 유럽 태양광 발전시스템 구축 등이 성과로 이어졌다.
한편 LG CNS는 SW산업진흥법의 예외규정도 공략했다. SW산업진흥법 상 입찰참여제한의 예외로 속하는 항목은 국방, 외교, 안보, 치안, 전력 등 시스템의 효율성 보다 안전성을 최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하는 사업이다. 지난 9월 방위산업청이 추진키로 한 40억원 규모의 국산 무인헬기 개발 사업을 수주한 것도 예외항목에 포함된다.
SK C&C는 북미 시장을 대상으로 모바일 사업을 강화하는 한편 스마트 기기를 은행 업무에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스마트 브랜치'를 전략사업으로 가져간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밖에도 이들 3사는 물류(삼성SDS), 모바일금융 및 중고차 사업(SK C&C), 플랫폼화 사업(LG CNS), 장비 유통(중견 IT서비스회사) 등 살길 찾기에 골몰하고 있다.■클라우드, 빅데이터... 아직 걸음마
IT서비스 업계는 올해 글로벌 IT트렌드를 이끌고 있는 클라우드, 빅데이터를 어떻게 자신들의 수익모델로 삼을까에 대해 여전히 '고민'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
클라우드는 대외사업으로까지 확대되지 못하고 그룹 계열사에 서비스하는 정도에서 그쳤다. 빅데이터 사업에 대해서는 LG CNS만 구체적인 사업로드맵을 발표하고, 나머지 삼성SDS, SK C&C 등을 포함한 IT서비스 회사들은 클라우드 사업부에 일부 담당자를 두는 선에서 올해를 마무리 했다. 다른 IT서비스회사들도 빅데이터와 클라우드 영역에서 성과를 내지 못했다.
삼성SDS는 지난 7월 클라우드 사업단을 신설했다. 이 사업단은 클라우드 전략,서비스 기획 및 운영을 담당하는 조직으로 가상데스크톱인프라(VDI)를 삼성 그룹 내 제조, 금융분야에 적용했으며, 2013년말까지 전 그룹사에 VDI를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
또한 IaaS 분야에서는 기업고객대상 서버의 클라우드 서비스를 시범적용해 운영 중이다. 개인용으로는 삼성SDS 퍼스널 클라우드 서비스(SPCS)를 상용화 했다. 삼성SDS는 내년 '9대 IT 메가 트렌드'로 클라우드와 빅데이터 등을 꼽았지만 정작 스스로는 수익성이나 낮다는 이유로 이 분야 진출이 제자리 걸음인 상황이다.
LG CNS는 지난해 2월 기업용 퍼블릭 클라우드 서비스 'LG CNS 클라우드'를 출시한데 이어 현재까지 15개 그룹 계열사에 개인용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 6월에는 개인용 VDI인 '클라우드PC' 서비스를 출시했다. 이는 마이크로소프트(MS) 윈도서버2008 R2에 가상화된 PC환경을 생성해 제공한다.
SK C&C의 경우 '마이클라우드'라는 서비스를 통해 올해 공공, 금융분야에 진출했다. 2010년 한전KDN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수행한 '스마트그리드 데이터분석 플랫폼 개발', 작년에 수주한 '정부통합전산센터 클라우드 컴퓨팅 ISP 구축사업' 등이 올해까지 이어졌다.
올해 빅데이터 부문은 클라우드에 비해 훨씬 더딘 속도를 보였다. 빅3 중에는 LG CNS만 새로운 플랫폼 서비스(스마트 빅데이터 플랫폼, SBP)를 시작하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였다. 사용자들이 방대한 로그 데이터를 모아 분석한 뒤 거기서 의미있는 데이터를 뽑아낼 수 있는 시점까지 모든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LG CNS는 그동안 오픈소스 형태의 빅데이터 분석툴인 하둡에 대해 오랫동안 연구해왔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이 회사는 마이크로소프트, SAS 등 글로벌 회사들과 제휴해 국내외 시장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삼성SDS측은 빅데이터가 사업성이 없다고 판단될 경우 아예 새해에도 빅데이터 서비스는 제공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SK C&C도 클라우드 사업단의 조직 일부를 활용해 빅데이터 시장을 보고 있으나 아직까지 뚜렷한 계획은 없다.■그룹사 발 인사바람 '성과 위주 재편'
IT서비스 빅3의 경우, 2010년에 취임한 최고경영자(CEO) 3인방 중 고순동 삼성SDS 사장, 김대훈 LG CNS 사장의 새해 연임이 확정됐다. 정철길 SK C&C 사장은 이르면 새해 1월에 있을 SK그룹 인사를 통해 행보가 결정된다.
삼성SDS와 LG CNS는 올해도 그룹사의 연말 정기임원인사에 맞춰 승진인사를 단행했다. 삼성SDS는 글로벌 역량을 갖춘 참신한 인재를 발탁하는 한편 신사업 분야의 경영역량을 대폭강화하는 인사를 진행했다.
이번에 승진한 박경정 부사장은 삼성전자 재무/관리, 경영혁신, 최고정보책임자(CIO)를 역임했으며 작년 12월 삼성SDS에 입사해 해외법인과 지사의 경영관리를 주도했다. 이에 따라 새해에도 삼성SDS는 해외진출 역량 강화에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LG CNS는 중국 IT사업 기반을 구축한 실적을 인정받아 이재성 상무가 전무로 승진했으며, 유럽 대형 태양광 사업을 유치한 성과를 인정받은 김지섭 부장 등 6명이 신규 임원에 선임됐다.
SK C&C는 새해 초에 인사가 이뤄질 예정이다. 지난 18일 최태원 회장이 SK그룹 대표 이사직을 사퇴하면서 그룹 발 임원인사의 윤곽이 드러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최 회장의 횡령 의혹에 대한 공판이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IT서비스 인력, 모바일·금융 이동 활발
올해 IT서비스 업계 종사자들은 모바일과 금융쪽으로 이동이 활발했다. 이는 지난 2009년 이후 스마트폰 시장이 급성장 하면서 앱스토어 등을 통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개발에 기업들의 투자가 집중됐기 때문이다.
금융부문에서는 지난해 10월 개정된 전자금융감독규정의 영향이 컸다. 이미 삼성, 한화 등이 IT서비스인력을 그룹 계열 금융사로 이동시키기로 했으며, 동부, 롯데 등도 이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전자금융감독규정 개정 규정은 금융회사 전체 인력의 5%를 IT인력으로 확보하며, 아웃소싱 비중을 50% 이하로 낮추는 것을 핵심으로 한다.
이에 따라 그룹내 카드사, 증권사, 보험사, 캐피탈 등으로 그룹 계열 IT서비스 회사 인력이 이동하게 됐다. IT서비스회사와 금융사를 동시에 확보하고 있는 곳은 삼성, 한화, 롯데, 동부 그룹 등이다.
■중소 IT서비스 업체 성장, 금융IT서비스 포럼 탄생...
증권가에서는 SW산업진흥법 개정안으로 수혜를 보게되는 중소형 IT서비스 회사 찾기에 바빴다. 실제로 수혜주로 꼽힌 회사들은 에스넷, 선도소프트 등이다. 이는 SW산업진흥법 개정안 시행을 앞두고 행정안전부가 발주한 1천300억원 규모의 정보시스템 사업의 영향이 크다. 지난 15일 행정안전부 정부통합전산센터는 '2013년도 정보시스템 운영 및 유지보수 사업 발주 설명회'를 개최했다. 이중 선도소프트는 공공부문에 많이 진출해 있는 회사로 알려졌다.
또한 올해 개인정보보호법, 정보통신망법 개정안 등 인터넷 기반 금융서비스에 대한 제재가 늘어나면서 IT서비스 업계는 새해 1월에 '금융IT서비스포럼'이 설립된다. 이를 통해 각종 규제에 IT서비스가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을 찾겠다는 것이다. 포럼 추진위원회에는 삼성SDS, 한국IBM, 한화S&C, 교보정보통신, 대우정보시스템, 메리츠금융정보서비스, 비투엔컨설팅, 현대정보기술, 아시아나IDT 등 총 18개 기업이 참가했다.
■새해 불투명한 전망 속 고삐 죄기
올해 전반적인 경기침체로 예상보다 부진한 성적을 기록했던 IT서비스 회사들은 새해에도 불투명한 전망 속에서 고삐를 죌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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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IDC에 따르면 올해 국내 IT서비스 시장의 성장률은 전년대비 3.6%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상반기 IT서비스 시장은 전년대비 4.3% 성장해 3조3천864억원 규모에 그쳤다. 하반기에도 둔화폭이 확대돼 올해 전체로는 7조 4천776억원 시장규모를 형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 IT서비스 업계 관계자는 내년은 IT산업이 전체적인 불황기를 겪으면서 더이상 국내 공공, 금융, 일반기업을 대상으로한 IT서비스 사업에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해 아예 비IT회사를 인수한 뒤 IT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