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이 성공하기 이전만 하더라도 마니아가 가장 많이 보유한 가전업체는 소니였다. 그만큼 실험적이고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제품을 공격적으로 선보였기 때문이다.
비록 경영적으로는 최근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소니의 DNA는 아직도 죽지 않았다. 여전히 경쟁사와는 차별화 된 제품을 내놓고 있으며, 이는 소니가 가진 영상, 음향, 디지털이미징 등 다양한 노하우가 접목돼 있다.
대표적인 제품이 머리에 쓰는 영상 장치(Head Mount Display, 이하 HMD)다. 아직 시장이 제대로 형성되려면 조금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이지만 벌써 소니는 두 개의 제품을 선보였다. 지난해 10월 출시한 HMZ-T1에 이어 올해 선보인 HMZ-T2가 그것이다.
지난 4일 국내 출시된 HMZ-T2는 전작의 단점을 보안해 더욱 완성도를 높인 제품이다. 무엇보다 무게가 크게 가벼워져 착용감을 크게 향상시킨 점이 특징이다. 대표적인 특징인 3D 영상은 물론 720P 해상도의 HD급 2D화면을 즐길 수 있다. 또한 HMD 특성상 그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뛰어난 몰입감을 선사한다.
아직 HMD가 대중화되지 않은 까닭에 많은 소비자들은 과연 어떤 영상 경험을 제공할지 궁금해한다. 실제로 HMZ-T2를 써본 느낌은 마치 DSLR 카메라의 전자식 뷰파인더를 들여다 보는 것과 비슷했다.
다만 한 눈이 아닌 두 눈으로 보는 까닭에 화면이 훨씬 크고 또렷했다. 실제로 전자식 뷰파인더가 보여주는 것 보다 훨씬 큰 이미지가 투영되는 느낌이다. 소니는 750인치의 대형 화면을 보는 것과 같다고 설명했는데 아쉽게도 화면이 시야를 완전히 덮는 것은 아니다. 쉽게 설명하면 일반 극장에서 약간 뒷 자리에 앉아 스크린을 쳐다보는 듯한 느낌이 들며 상하좌우로 검정 여백이 어느 정도 존재한다.
해상도가 최근 가장 보편적인 풀HD(1920x1080)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상도가 낮아 특별히 눈에 거슬리는 정도는 아니다. 음질은 상당히 뛰어난 편이어서 몰입감을 한층 올려주는 역할을 한다.
원본 소스와의 연결은 HDMI 단자로 이뤄진다. 블루레이 플레이어, 플레이스테이션3, PC는 물론이거니와 스마트폰도 연결이 된다. HDMI 출력을 지원하는 모든 기기를 지원한다고 보면 된다. HMD가 좀 더 발전하게 되면 영상 소스와 무선으로 연결이 가능해져 언제 어디서나 큰 화면을 보는 것도 가능하겠지만 아직 휴대성까지는 욕심내기 어렵다.
기능적인 측면에서는 크게 흠잡을 곳이 없다. 전반적인 완성도 역시 소니답게 상당한 편이다. 특히 3D 영상은 대형 3DTV보다 더 실감나게 느껴진다. 이는 외부의 빛을 틀어막는 암전이 완벽하게 이뤄지는 데다가 시야각이 고정돼 있는 HMD 고유의 특성 때문으로 파악된다.
다만 아쉬운 점은 바로 착용감이다. 무게가 크게 가벼워졌고 착용감이 많이 개선됐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거추장스럽다. 안경을 쓰는 사람을 배려한 제품과 눈 사이에 공간이 있지만 여전히 불편하다. 특히 안경과 함께 착용하면 조금만 고쳐 써도 초점이 달라져 화면을 제대로 볼 수 없는 현상을 여러번 경험했다. 안경이 없다 하더라도 영화를 감상하기 위해 2시간 동안 쓰고 있는 것이 편안해 보이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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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MZ-T2를 제대로 쓰기 위해서는 이마 지지대와 양쪽 테 그리고 뒷머리를 감싸하는 두 줄 고무밴드 까지 총 5개의 조임 부위를 자신의 머리에 맞게 잘 조절해야 한다. 처음 써보면 이러한 조정 작업이 상당히 어렵다. 몇 번을 반복해서 써봐야 자신의 머리 모양에 맞게 착용이 가능하다. 게다가 쓰고 벗는 것이 상당히 복잡하고 귀찮아 차라리 무게가 좀 나가더라도 고글 형태가 아닌 헬멧 형태를 취하는 것이 어떨까 싶을 정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HMZ-T2는 일본에서는 없어서 못 팔 정도로 인기가 좋다. 우리나라에 출시된 초도물량도 벌써 매진 사례를 겪고 있다. 마치 SF영화를 떠올리게 하는 독특한 디자인과 그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큰 화면에 집중할 수 있는 HMD 잠재력 하나 만큼은 결코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