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결산]韓 디스플레이 위용...中 추격 시달려

일반입력 :2012/12/28 08:57    수정: 2012/12/28 10:00

정현정 기자

‘적자 벗어났지만 수요는 예전 같지 않고, 중국 추격은 거세지는데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기술 안정화는 늦어지니…’

올해 한국 디스플레이 산업은 이 같은 상반된 분위기로 요약된다. 패널 공급과잉으로 인한 재고부담을 털어내고 패널 가격도 조금씩 회복되면서 디스플레이 산업은 2년 만에 다시 흑자시대를 맞았다. 경쟁국들은 여전히 적자 터널속이다. 여기에 세계 1,2위를 다투는 디스플레이업체들의 헤게모니쟁탈전이 소송전으로 이어졌다.

기술유출과 특헏기술 침해를 주장하면서 삼성이 LG디스플레이를 상대로 제소하면서 향후 미래 디스플레이 산업을 둘러싼 과열된 경쟁분위기가 시장에 불거져 나온 것도 올해 디스플레이시장을 휠쓸고 간 또다른 흐름이었다. 결국 LG가 삼성전자의 대표작 갤럭시노트의 생산중단을 요구하는 초유의 사태로까지 분쟁이 비화됐다.

투자측면에서 볼 때 올 한해는 불안정한 시장 상황, 신제품 기술 검증 지연 등이 이어지면서 신규 투자가 실종된 양상을 보였다. 국내 디스플레이 장비 협력사들은 올해 투자 가뭄에 시달리며 구조조정기에 접어들었다. 연초 기대를 모았던 OLED TV와 플렉서블 OLED 등 차세대 디스플레이 신제품들은 연말까지 모습을 드러내지 못했다.

■2년 적자터널 지나 동반 흑자 대반전

시장에서는 올해 일궈낸 흑자기조가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지만 글로벌 양대 디스플레이 업체인 삼성과 LG의 속내는 복잡해 보인다.

“까딱 방심하면 1등을 뺏길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해졌다. 액정표시장치(LCD) 기술의 원조국이지만 주도권을 뺏기고 침체에 빠진 일본 기업들의 사례도 자극이 됐다.

현재의 흑자가 강력한 수요에 기반하기 보다는 공급조절에서 비롯된 업황 개선이라는 점에서 근본적인 불안감이 내포돼 있다. 모바일 시장 성장세로 만회하기는 했지만 글로벌 경기침체 여파로 수익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TV 시장 수요 부진은 지속되고 있다. 중국 시장 성장세가 무섭지만 현지 기업들의 견제도 만만찮다.

전세계적 디스플레이 패널 공급과잉에 따른 가격하락으로 시작된 적자의 늪에서 여전히 헤어 나오지 못하는 가운데 분위기를 먼저 반전시킨 것은 삼성디스플레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 1분기 흑자전환에 성공하면서 3분기 연속 흑자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3분기에는 1조9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3년 만에 처음으로 1조원 문턱을 다시 넘어섰다.

LG디스플레이도 지난 3분기 2천534억원의 영업이익으로 만 2년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7조5천930억원으로 전년 대비 21%, 전분기 대비 10% 늘어난 분기 최대 매출로 분기 매출액이 7조원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디스플레이 업황 역시 긴 적자의 터널 지나 완연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주요 디스플레이 제조사들이 공급량 조절에 나서고 스마트폰과 태블릿 등 모바일 기기를 중심으로 수요가 증가하면서 이로 인한 패널 가격 상승으로 올해 LCD 산업은 업황 반등에 성공했다. 업계에서는 내년까지 이러한 훈풍이 유지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차세대 디스플레이 주춤, 미래 투자는 실종

올해 업계 최대 관심은 삼성디스플레이의 5.5세대 AMOLED 투자 재개 여부였다. 하지만 수율부진과 불투명한 시장 상황 등 영향으로 삼성이 당초 계획한 A3 공장에 대한 신규 증설에서 기존 A2 공장에 대한 확장 투자(A2E)로 선회하면서 상당부분 투자규모 축소와 전략 재설정이 불가피해졌다.

대형 OLED TV 양산라인에 대한 투자 기대감도 연초에 비해 사그라졌다. 삼성과 LG가 공언했던 55인치 OLED TV 출시는 올해가 한 달도 남지 않은 현재까지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OLED TV의 경우 대면적 증착 기술이 양산 수율에 도달하지 못하고 있으며 유기물 수명 문제도 완벽하게 극복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는 대형 OLED용 파일럿 라인인 V1과 M1을 각각 구축해 놓은 상태지만 기술 검증이 늦어지면서 양산라인 구축은 가시화되지 못한 상태다.

플렉서블 디스플레이 역시 마찬가지다. 삼성디스플레이는 5.5세대 A2 3단계 라인 일부에 플라스틱 기판 공정을 도입하면서 올해 플렉서블 OLED 양산 여부에 기대가 모아졌다. 하지만 현재까지 안정적인 양산체제를 갖추기에는 기술 수준이 미치지 못한 것으로 판단된다. 고해상도, 고효율, 플렉서블 구현을 위해 적용하려던 신공정도 도입이 보류된 상태다.

해외공장 투자는 재개됐지만 불확실성은 남아있다. 양사는 올해 5월 나란히 각각 중국 쑤저우와 광저우 지역에 8세대 LCD 공장 착공식을 갖고 2년 가까이 미뤄온 중국 공장 투자를 재개했다. 그 동안 불투명한 LCD 시황에 공급과잉 우려도 대두되면서 투자속도를 조절해왔던 만큼 장비 반입 규모나 생산물량은 불확실성이 남아있다. 양사의 중국 현지 공장은 내후년 이후에나 본격 가동을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삼성-LG, 1위 수성 위한 헤게모니 쟁탈전

일본의 몰락과 중국의 추격이라는 혼전 양상 속에서 차세대 디스플레이 분야에서도 기술 리더십을 유지하기 위한 국내 기업들의 행보는 아직까지는 불안정한 상태다. 연초까지만 해도 국내 업체들이 대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와 플렉서블 디스플레이 등 차세대 기술을 속속 선보일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기술 난제는 생각처럼 쉽게 풀리지 않고 있다.

삼성과 LG 양사도 고수익 프리미엄 제품 위주로 사업을 재편하고 전격 사장교체와 고강도 조직개편 등 내부 쇄신을 강화하며 전환기를 대비하고 있다. 외부적으로는 차세대 OLED 기술을 두고 특허침해 맞소송을 제기하면서 치열한 헤게모니 쟁탈전에 돌입했다.

세계 디스플레이 시장은 혼전 양상이다. 아성을 이어가던 일본 업체들의 몰락을 두드러지고 후발 업체인 중국 제조사들의 추격은 거세다. ‘LCD의 원조’로 꼽히는 샤프는 올해 사상 최대 수준의 적자를 전망하면서 회사의 존립 기반 자체가 위태로울 수 있음을 인정했다. 반면 중국 업체들은 정부의 지원과 내수 시장을 바탕으로 시장 파이를 급격히 키워가고 있다.

그럴수록 글로벌 양대 디스플레이 업체인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는 치열한 헤게모니 쟁탈전에 돌입했다. 양사가 차세대 기술인 OLED를 두고 시작한 기술 공방은 법정으로까지 비화되며 갈수록 격화되는 양상이다. 삼성디스플레이가 LG디스플레이의 OLED 기술 전반에 대한 가처분 신청을 내면서 시작된 양사의 소송전은 특허침해금지 소송과 특허무효심판 등으로 확대됐다.

바로 지난 7일에는 삼성디스플레이가 LG디스플레이의 액정표시장치(LCD) 기술 방식인 ‘AH-IPS’가 자사의 고유기술인 PLS(Plane to Line Switching) 방식 기술특허를 침해했다는 내용의 특허소송을 제기하면서 OLED 기술을 두고 양사 간 벌어졌던 특허전이 LCD까지 확전되는 양상이다.

내부 단속, 조직 추수리고 도약나선 삼성-LG

외부의 적을 견제하면서 내부적으로도 분위기를 다지고 조직은 정비하는 모습이다. 삼성은 지난 7월 삼성디스플레이,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SMD), 에스엘시디(S-LCD) 등 디스플레이 계열 3사를 통합한 삼섬성디스플레이를 출범시키면서 차세대 OLED 성장에 대한 의지를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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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에는 김기남 전 삼성종합기술원장(사장)을 OLED 사업부장 겸 신임 대표이사에 선임하는 인사를 전격 단행했다. 대형 OLED TV용 패널과 플렉서블 디스플레이 등 수율 문제로 전임 조수인 사장의 책임론이 대두되던 시기에 전격 대표 교체와 출범 6개월 만에 단독 대표 체제로 OLED 사업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 것으로 업계에서는 풀이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 역시 연초에 LG화학으로 이동한 권영수 사장을 배치하고 그 자리에 한상범 대표가 신임 신임 최고경영자(CEO)를 배치했다. 이어 지난 5월에는 3개 사업부문을 IT와 TV 2개 사업본부로 재편하고 담당과 팀장 보직 상당수를 해임하는 고강도 조직개편도 단행하면서 그 동안의 조직운영과 경쟁사 대비 지연된 OLED 개발, 분기 연속 적자 등에 대한 쇄신작업을 진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