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C와 모토로라모빌리티의 한국 철수는 스스로 자초한 재앙이다. 토종 기업을 향한 한국인의 국수주의 때문이라는 변명은 구차하다.
모토로라모빌리티가 내년 2월 한국서 철수한다고 발표한 10일. 인터넷에는 삼성전자와 LG전자, 팬택 등 토종 기업, 그리고 이들 제품을 애용하는 진영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요약하면 “경쟁력 넘치는 제품들이 ‘삼성만 찾는’ 현상 때문에 밀렸다”는 내용이다.
이 같은 생각에 동의하기 어렵다. 외산 휴대폰이 할 만큼 했는데도 안됐다는 소리를 들을 만큼 한국 소비자들에게 공을 들였는지 의문이다.
HTC의 국내 서비스는 기대 이하였다. 부품이 부족해 수리에 몇 주나 걸리는 일이 다반사였다. 운영체제(OS) 업그레이드는 예고한 날보다 수개월씩 늦었다. 운신의 폭이 좁았던 것은 한국 지사가 아니라 타이완 본사의 책임이 크다. 본사는 당장의 판매량 올리기에만 급급했다. 피터 쵸우 HTC 회장은 종종 국내 신제품 출시 행사를 찾아 선택을 호소했다. 한국 기자들에게 “삼성전자 제품을 10분 정도 써보니 값싸(cheap) 보인다”고 말한 ‘무리수’는 유명하다. 초라한 사후지원에 어울리지 않는 화려한 제품 출시 이벤트가 이어졌다.
모토로라모빌리티도 할 말이 없다. 국내서 게임이 안 된다고 회생 노력에도 힘을 줄였다. 연구개발 센터 사정까지 알 수 없으나 일반 소비자 대상 움직임은 올 들어 미미했다. 기업이 돈 안 되는 일에 발 빼는 것은 당연하지만, 소비자 선택을 바라면 과욕이다.
지난 5월 모토로라모빌리티를 인수한 구글은 전 세계 사무소 49곳 중 15곳 정도를 닫았다. 한국 지사가 살아남은 30여 곳에 포함되지 못한 것은 소비자 탓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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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소비자들은 국내 대기업의 철저한 맞춤 서비스에 익숙하다.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쉽게 변하지 않을 현실이다. 명성만 믿고 사업하면 망신당하기 딱 좋은 나라가 한국이다. 이미 다른 IT 분야서 이름 값 못하고 떠난 주자가 여럿이다.
이는 갑자기 툭 튀어나온 환경적 걸림돌이 아니다. 이 바닥서 싸우는 많은 이들이 머리에 새긴 비즈니스 조건이다. 사업자가 여기에 대비하는 건 기본 중 기본이다. 외산폰의 철수가 자업자득이라는 데 한표 던지는 이유다.